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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 정미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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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795회 작성일 19-02-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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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리토피아문학상/정미소 시인


<심사평>


참신한 존재론적 기획 돋보여

 

시를 쓰는 일은 자신을 찾는 작업일 수도 있다. 이 때의 자신은 오로지 개인으로서의 자신이 아니라 우주와 자연과 사회 속에서 소통하고 이해하고 교감하는 자신을 말한다. 인간의 꿈은 관계 속에서의 꿈이 가장 아름답고 건강하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정미소 시인의 시작업은 이에 충실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우선 긍정적이고 따뜻하다. 자신을 세상 속에 던진 상태에서 스스로 구원하는 자세이다. 수상시집인 벼락의 꼬리에서도 이 부분을 주목했다. 해설을 맡은 백인덕 시인은 정미소 시인은 이번 시집, 벼락의 꼬리를 통해 시정시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참신한 존재론적 기획이 엿보이는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로 정미소 시인의 시쓰기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시가 앞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 심사위원은 물론 특히 리토피아 가족들의 기대가 크다./장종권, 백인덕


 

<수상소감>

, 오브제가 말을 걸어 온다

 

시인의 마을에 와서 가슴이 넉넉해졌다. 타인의 말을 잘 경청하고, 말허리를 자르지 않는다. 도서관과 친해졌다. 턱없이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오전 여섯시에 일어 나 수영장에 들렀다가 출근한다. 생업인 어린이집의 문을 열면 직장에 가는 워킹맘들의 아가들이 유모차를 타고 온다. 종일 아가들의 건강을 살피고, 먹거리를 챙긴다. 낮잠 드는 길목을 자장가를 부르며 선생님 엄마가 된다. 무릎이며, 등을 기어오르는 아가들의 놀이터가 된다. 막노동을 한 것도 아닌데, 해질녘의 몸이 녹초가 된다. 시는 숙제로 남았다가 주말을 끌어당긴다. 주말은 오롯이 책장을 넘기며 시를 쓴다.

 

예술이 먼저 존재하는 것일까? 예술가가 예술이라고 표현하는 순간 예술이 되는 것일까? 마르셸뒤샹의 평범한 일상의 사물에 눈독 들인다. 시시콜콜한 오브제가 말을 걸어 온다. 새로운 말, 낯선 말, 뒤집은 말, 물구나무 세운 말, 말이 다가와서 놀자고 한다. 즐거운 말놀이가 궁색한 현실을 치유하며괜찮아, 괜찮다고 위로한다.

 

시인의 마을에 와서 연민이 생겼다. 음식점에서 밥을 먹을 때 물건을 팔아달라고 하는 잡상인의 보퉁이를 던다. 오체투지하는 장애의 고통을 지나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나무 한그루를 키우기 위해 땅이 가슴을 열어주었고, 바람이, 햇살이, 이웃이, 별들이 따스한 눈길을 보내주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물이며 사람이, 소중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심사를 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 땅의 말을 고르고, 궁글리고, 순화시키며 시작에 게으르지 말라는 말씀으로 듣는다.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눈으로 말을 걸어보라고 한다. 채찍이며, 사랑이다. 상금으로 먹성 좋은 단독우편함을 사고 싶다. 악어만한 입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의 벽걸이형 연립세대 닮은 우편함은 혀를 빼문다. 날마다, 주마다, 계절마다 찾아오는 시집이며 월간지며 계간지들이 버거운 모양이다. 생업을 핑계로 주말까지 쌓아두었다가 폭식하는 책들이다. 정독하며, 오자나 탈자가 있으면 빨간펜으로 정정하여 읽는다. 부지런한 책들이 나의 우편함으로 날아와 주어서 행복하다.

 

시인의 마을에서 낮고, 고요하게 흐르기를 바란다.

 


<수상작품>

2017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소감 / 정 미소

 

수상시집 벼락의 꼬리

 

작품

나뭇잎은 나무의 입이다

 

 

해질녘, 2층 방 창문을 두드리는 먹감나무의 두툼한 입술에 귀 기울인다 말하고 싶어 내 창을 기웃거리는 안색이 붉은 나뭇잎, 달싹거리는 잎을 따라 줄기와 몸통에 고인 말들의 문이 문을 두드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아랫입술을 도르르 말았다가 펴는 입, 말매미의 울음과 고추잠자리 쉬어간 자국마다 실주름이 진다 빈 감꼭지가 풋풋한 여름으로 차오르는 소리를 듣는다 천둥과 장맛비와 긴 가뭄이 가두었던 먹감나무의 깊은 그늘이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고 있다 나무의 입이 무거운 속내를 열고 있다.

 

 

 

 

느티나무에게

 

 

카페 몽마르트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은발의 고목에 귀 기울인다 몸 하나로 수직의 하늘을 건너고 있는 우직한 어깨 너머로 오후 네 시의 햇살이 숄을 두른다 티스푼으로 홍차의 티백을 꾹꾹 누르며 봇물 터지는 너의 매무새에 속말을 연다 숨죽인 계절에도 황소바람은 불어와 심장에 네 개의 스턴트를 박고 벼락 맞은 봄 품에 안았던 황조롱이도 일가를 이루어 떠나고 딱 지금이야 죽고 싶어 합병증이 도사리는 뿔테 안경 너머 동공이 출렁거린다 오후 네 시의 몽마르트 긁히고 멍들고 깁스로 이은 쇳조각을 따라 에디뜨삐아프의 젖은 음성이 진통을 몰고 온다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느티나무야.

 

 

 

 

초승달에게 반하다

 

 

그의 내향성은 후천적이다 천성이 어질고 반듯하여 피붙이의 보살핌을 조석의 낙으로 삼으니 기질이 유순하나 성나면 올가미의 올을 물어내며 생채기를 남긴다 바닥의 바닥을 또각거리며 몸을 옥죄는 세상의 뒷골목 군소리 없이 버틴 하이힐의 저 안쪽 비좁은 숨 막힘이 박리증에 시달린다 울분이 고여 제풀에 사색이 된 엄지발톱 입과 귀를 닫은 채 안으로 안으로 파고든다 피붙이의 허물을 덮으려고 안간힘 쓴 그의 등에서 초승달이 웃는다 각질 더미에서 더는 버틸 수없는 그의 속 소리를 끌어안는다.

 

 

 

 

춤추는 새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다 코에는 별 모양의 피어싱을 하고 음악이 흐르면 먹기 위해서 춤춘다 황사바람 부는 화성의 야외공연장, 기진한 새를 먹이로 부른다 새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새야 꿈을 꿔 꿈꾸지 않는 것이 너의 문제야 너를 위한 춤을 추어야지 새가 양동이에 담긴 물에 부리를 담근다 새와 함께 춤추는 먼 이국의 공연장. 한낮의 허기를 물로 채운다. 피어싱과 상아목걸이와 귀걸이 장식을 물에 담근다 새와 함께 마시는 한 모금의 땀이다 한 모금의 춤이다 새야, 오늘은 니체의 말을 믿으려고 해. 하루라도 춤추지 않는 날은 굶는 날이지? 새가 퇴화된 날갯죽지를 폈다가 접는다.

 

 

 

 

단원의 해도

 

 

게들이 집게발을 꼬물락거린다 바다가 반나절 놀다 간 자리에 개펄이 놀이터다 물풀이 가리키는 물길을 따라 마디와 마디의 촉수가 배밀이를 한다 집게발을 들어 힘겨루기를 한다 뒹굴며 분탕질이다 파도가 잘 마름질한 바위벽을 오르다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다 게들의 등에서는 바다냄새가 난다 집게발을 내려놓은 순한 잠 속에 파도가 찰랑거린다 뻘밭에 남은 발자국이 볼우물을 짓는다 기저귀 찬 엉덩이가 뒤뚱거린다 세살바기들이 꼬물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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