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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시인(2017년 겨울호 제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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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1,046회 작성일 19-02-1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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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0.jpg


리토피아. 36. 손현숙의 아트엔 아티스트. 강경호 시인. 2017. 10. 22.

강경호

1997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2010년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현재 계간시와사람발행인

 

  강경1.jpg

잘못 든 새가 길을 낸다

 

강 경 호

 

한 줄의 시도 못 쓰고 있을 때

길을 잘못 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 한 마리 날아들었다

놀란 새는 내 관념의 이마를 쪼다가

출구를 찾으려 발버둥 쳤다

책에 부딪혀 깃이 빠지고 상처를 입은

새를 바라보는 동안 고통스러웠다

새는, 이 따위 답답한 서재에서는 못 살아 하며

푸른 하늘과 숲을 그리워하면서도 쉽게 나가지 못했다

두렵고 궁금하고 불량하고 불온하고 전투적인

피투성이가 된 새를 바라보는 동안

나도 피투성이가 되었다

새가 소설집에 부딪치고, 시집에 부딪치고

진화론에 부딪치고, 창조론에 부딪치는 동안

산탄처럼 무수히 많은 새끼를 낳았다

새는 겨우 출구를 찾아 날아가 버렸지만

새가 낳은 수많은 새끼들

내 마음의 서재에 살게 되었다

또다시 잘못 든 새가 그립다.

 

강경2.jpg     


 

푸른, 수력발전소

 


겨울 강물 속에 발 담근 왜가리 한 마리

반신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수력발전소를 돌리고 있다

발끝을 타고 오르는 차가운 기운을 에너지 삼아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강가에서 달리기를 하며 몸을 푸는

새벽운동을 하는 사람들

헉헉거리며 마스크 밖으로 입김을 내뿜고

한 켠에서는 운동기구에 매달려 몸을 단련하고 있지만,

그들이 생산하는 열기보다 용량이 많은 전기를

가냘프고 연약한 왜가리 한 마리

꽁꽁 언 강물을 뎁히고도 남는 차가운 정신으로

발 끝에서 부리 끝까지 축전하고 있다

 

電氣는 토스트를 굽고, 찌개를 끓이고

공장을 돌리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다

불처럼 차가운 마음들을 감전시키고,

극한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을 일으킨다.

 

 

 

  강경3.jpg

 

강경호, 설산의 야윈 고승을 닮고 싶었던 시인!

 

강경호 시인을 처음 본 것은 7년 전의 일이다. 2010년 시인협회 젊은 작가상 시상식장에서였다. 그는 따뜻한 색의 슈트와 정장 구두를 신고 단상에 섰다. 변방의 작가를 강조했지만, 그는 시종 담담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엄혹한 자세로 시와 또 인접예술을 이야기했다. 먼발치에서 그의 수상 소감을 듣는 내내, 나는 나무가 한 그루 무대 위에 서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눈썹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였다. 그렇다고 결코 딱딱하지는 않지만, 말랑하지도 않은 분위기. 뭐랄까, 그는 높은 설산에 홀로 서있는 독야청청 나무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그를 식물성 시인이라고 불렀다. 신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모두 문자로 불러와서 다시 몸을 만들어 시를 쓰는 시인. 그는 산길을 오르다가 우연히 생을 마친 나무를 보면 발 편한 신발을 신겨주고 싶어 한다. 그러고 보면 그는 군 복무 시절 목매달아 죽은 부하에게 저승길 편안하기를 기원하며 치수가 낙낙한 신발을 신겨주었던 시인이다. 오롯이 시와 시로 마음이 흘러가는 만남. 그것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다. 생각 위에 번쩍, 떠오르는 기억 하나, 그 날 그의 수상소감에는 신발에 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산자들만이 신고 벗는 깨끗한 신발에 대한 단상. 그러니까 생각하노니, 그즈음의 어그러진 약속은 긴 우기였고, 발이 축축했었고, 불편한 신발 때문이었으리라. 단정하게 책을 읽고 있는 시인의 그늘이 우물처럼 깊고 아름답다.

- 2017. 10. 22.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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