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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용 시인의 세계

설자리 앉을 자리 분별…이시대 귀감/김정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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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방지기
댓글 0건 조회 5,331회 작성일 03-07-2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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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작은 이야기―김구용 선생] 설자리 앉을 자리 분별…이시대 귀감

요즘 문단 일각에서는 얼마 전 있었던 예술원 문학분과 새 회원 선출에 관한 이야기가 떠들썩하다. 예술가로서 최고의 권위와 명예의 상징인 예술원 회원을 분과별로 나눠 놓고 결원이 생겨야 새 회원을 선출한다고 한다. 만약 결원이 생겨도 한꺼번에 충원하지 않고 연차적으로 선출하므로 예술원 회원이 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

누구는 한 표가 모자라 떨어졌고 누구는 이번이 세 번째 낙방이라는 뒷소문을 듣고 나는 김구용 선생을 생각했다. 85년인가? 당시 예술원 원장이던 김동리 선생은 김구용 선생을 후보로 추천하고 강력히 밀어붙여 낙점을 받았는데 정작 당사자가 예술원 회원이 되는 것을 고사한 것이다.

“김구용 선생이 말이다. 내가 애써 예술원 회원이 되게 했더니 싫다는구나,허 참….”

김동리 선생의 다소 난감해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1949년 잡지 ‘신천지’에 선생의 시를 발표하게 해준 사람이 김동리 선생이었고,한국전쟁 피난시절 부산에서 취직을 시켜준 사람도 김동리 선생이었다. 그런 인연으로 두 분은 각별한 사이였는데 김구용 선생은 김동리 선생의 호의를 일거에 뿌리친 것이다.

김구용 선생은 성균관대학교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후에는 박사논문 심사가 맡겨져도 ‘이제 나는 나이 들고 늙어 눈이 어두워서 논문 심사를 할 수 없다’며 번번이 거절하셨단다. 설 자리와 앉을 자리를 분별하여 태도를 분명히 하시는 김구용 선생의 자세는 분별력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귀감이요 참으로 아름답다.

김구용 선생은 시인이자 서예가요 ‘삼국지’ ‘열국지’ ‘수호전’ ‘노자’ 등 동양의 고전들을 번역하신 번역가이며 한학자이다. 나에게는 서라벌예술대학 시절 은사이신데,그 분한테 시를 배웠으니 한학자요 번역문학가라는 호칭보다 시인 김구용이 더 살갑고 좋다.

김구용 선생의 정확한 연보가 필요해서 선생의 시집을 사려고 들렸던 서점에서 점원아가씨가 “김구용 선생님 책은 문학을 하시는 분이나 학자들이 찾는데…,어떤 분이 시인이라고 하지 말래요,학자이지 시인이 아니라고요” 하며 판형을 바꾸어 최근 재판한 선생의 시집 ‘뇌엽’ ‘풍미’ 연작시집 ‘구곡’ 세 권을 가져다 준다. 50·60년대 비교적 시작활동이 활발하던 시절에 쓰인 작품들은 제목이 눈에 익어 마치 잃어버렸던 보물을 다시 찾은 기분으로 시집의 책장을 넘겨 본다. 그리고 점원 아가씨를 향해 우김질하듯 “이분은 학자이기보다 시인이세요” 하고 말해주었다.

김구용 선생은 39세에 결혼을 하셨으니 만혼인데,사주를 보고 부인을 맞아 현처에 효자 아들을 두었다고,생전의 김동리선생이 늘 말씀하셨다. 선생께서는 아마도 역과 효를 통해 당신의 운명을 환히 내다보며 사셨던 것 아닐까? 대쪽처럼 꼿꼿한 성정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노환으로 자리보존하고 계시다는 근황에 몹시 가슴이 아프다.

/ 김정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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