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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김영미/목이 마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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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57회 작성일 20-01-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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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김영미/목이 마르다 외 1편


김영미


목이 마르다



집으로 가는 길
기차를 놓친 발이 뜨겁다
내 몸에 저녁별을 들이고
길 때문에 사라진 길에서
어두워지는 바닥을 만났다
밤하늘을 믿으며 매달리지 못한
별 하나 찾으려 발을 내밀지만
한 걸음도 들여놓을 수 없도록 하는
이 어둠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
찬바람이 돈다
돌아가는 길이 젖어 있다
바람 소리와 강물 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통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문득,
그곳에도 목마른 집이 있다
어둠에 물들어 사라진 흰 빛으로





사람의 물결



겨울바다가 출렁거리고 있다
모두 바다를 바라보는데 물고기는
높이 뛰어올라서 바다 너머 언덕을 바라보았다
바다가 물결을 만들어 내는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려고 헤엄을 쳤다
기교라고는 전혀 없는 물속에서
언제나 눈을 뜨고 제대로 살아야 했던 운명
세상에 눈뜬 바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물고기는 하나 같이 아름다운 비늘을 지녀야 했다
바다는 물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아
바람과의 싸움에서 이길 방법 없이도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고기는 총을 든 사람을 따라가는 사냥개처럼
충직하고 아둔하게 바닷속으로 내려갔다
모두 떼를 지어 움직이는 유행의 물결만 보는데
물고기는 물결에 휩쓸리는 사람을 본다
물 안에서
헤엄을 치는 건 조금씩 죽어가는 것
하지만 조금 덜 외롭게 죽는 길





*김영미 2018년 《시와 경계》로 등단. 연구서 『정지용 시와 주체의식』. 『대학인의 의사소통과 협력』. 수필집 『옥천, 물빛 그리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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