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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김두례/칠성무당벌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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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54회 작성일 20-01-2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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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호/신작시/김두례/칠성무당벌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외 1편


김두례


칠성무당벌레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가파른 아파트 벽을 무리 지어 오르는
가을 칠성무당벌레
절벽을 넘어가면 햇살 가득한 집이 나올 거라 믿는 걸까
닫힌 유리 창문을 서툴게 기어오른다
 
처음 얹혀산 가좌동 사촌네 쪽방
가스에 중독된 아찔한 아침을 지나
야간작업 중 손등에 떨어지는 불꽃을 통과했지
 
햇살 한 줄기 지나가는 반지하
눅눅한 냄새를 벗어날 때
이끼 낀 시멘트 바닥이 미끄러웠고
 
산동네 막다른 골목 눈부신 옥탑방
다시 오르고 싶지 않은
가파른 계단에서 헛발질
자주 넘어져도 일어서기는 익숙하지 않았지
 
절벽 너머는 아직도 보이지 않아
앞을 보고 오르지만
애벌레의 길처럼 막막하고 먼 길
 
칠성무당벌레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11월의 골목



붉은 벚나무 잎새 파닥거릴 때
하늘도 자리를 내준다
잎맥의 길은 핏줄처럼 드러나고
 
허공에 발자국을 찍는 몸짓
노을을 걸친 벚나무 골목이 아득하다
 
그물처럼 펼쳐진 붉은 빛
그림자는 바닥에서 흔들리고
사람들은 그 빛으로 발자국을 낸다
 
벚나무 끌고 가다 바닥으로 내려앉은 잎새
좁은 골목을 트며 다닌다
 
어깨를 걸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한 사내가 지나간다
 
허공을 날아오르던 직박구리가
상처 난 발톱을 감추고 있다
눈을 감고 바람을 감으면 날 수 있을까
 
벚나무 골목에서 당신은 저녁을 데우며 가고 있다





*김두례 2019년 《시와문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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