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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소/라이프마스크/2013년 시와정신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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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4,917회 작성일 13-03-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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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마스크

 

 

살아있는 그의 얼굴에 몰트캡을 씌우고 마스크를 뜨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박하향이 나는 알지네이트를 물에 풀어 휘휘 저으면서 그에게 표정을 주문한다. 그의 얼굴에서 크라크케이블*의 마스크를 떼어내는 일은 신비롭다. 그의 눈썹에 바세린을 바르며 나를 사랑하는 마음표정을 주문했다. 그의 얼굴에 석고붕대를 덧대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의 얼굴에서 조금씩 굳어가는 마스크가 자꾸만 일그러진다. 입가로 깊게 패인 팔자주름, 미간의 수심, 툭 튀어나온 광대뼈. 나도 모르게 짜증을 부렸다. 시지프스 말고 나를 사랑하는 표정 말이에요. 그가 바세린 묻은 눈썹을 꿈틀한다.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의 얼굴을 클렌징하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하고 고마워요.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하지 그랬어요.

 

*크라크케이블-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남자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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