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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현/너는 그 자리에 오지않았다/2013 애지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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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미
댓글 0건 조회 4,649회 작성일 13-05-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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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 자리에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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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눈이 채 얼기도 전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지. 외투주머니에 손을 넣은 앞사람의 발자국과, 힘주어 딛는 내 양털부츠만 바라보고 걸었지. 살얼음이 도로에 미끄럼틀을 만들어, 생각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어. 차라리 잘된 일이야.

머리가 생각을 쉬자, 살얼음이 그 곳으로 미끄럼을 태워갔지. 먼저 가서 기다리는 그 자리에 너는, 나타나지 않았어. 처마 밑에 기대어 고드름이 된 망부석을 서걱이는 동공이 가까스로 밀어 옮겼지. 이렇게 오늘의 일과가 끝이 난 거야.

 

내일은 이번 주의 둘째 날, 두 번째 장소로 가볼까 해. 네가 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던. 수, 목, 금, 늦어도 토요일까지는 사라진 알람을 찾아야해. 일요일은 알람이 울리지 않아. 우리가 일요일에는 만난 적이 없잖아.

 

교회에 다니던 나는 교회에 가지 않고, 교회에 다니지 않던 너는 교회를 가야 하니까. 오늘도 채워진 텅 빈 공간에 네가 있다. 내가 없다. 허공의 빛끼리 덜그럭,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이 밤 ,너와의 비워진 충만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웃음 가지 끝이 물고 있는 울음 이파리의 영롱한 서있는 넘어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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