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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서현 장편소설 '좀비시대'(리토피아소설선4)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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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리토피아
댓글 0건 조회 358회 작성일 22-05-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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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소설선·04

좀비 시대

 

인쇄 2022.5.6 발행 2022.5.11

지은이 방서현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2006-12

주소 21315 인천 부평구 평천로255번길 13, (부평테크노파크M2) 903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999@naver.com

 

ISBN-978-89-6412-162-7 03810

14,000

 

 

1. 저자

방서현 작가는 충남 논산에서 자라고 목원대학교 국어교육학과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오랫동안 글쓰기 수련과 깊은 사색을 해왔으며, 202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현재, 무지개와 같은 글을 쓰고자 고향 놀뫼에 둥지를 틀고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2. 자서

작가의 말

 

어릴 때 무지개를 본 기억이 있다. 집 앞 방죽 건너에는 조그만 산이 하나 있고, 여름날 소나기가 훑고 간 그곳에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어여쁜 무지개였다.

난 무지개를 보며 뛰었다. 누가 왜 뛰냐고 물으면 무지개를 잡으러 간다고 했다. 어린 꼬마인데도 난 지치지 않았다. 무지개를 잡기 위해 뛴다고 생각하니 기운이 솟고 가슴이 뛰기까지 했다.

산 위에 올랐을 때, 무지개는 여전히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잡지는 못하더라도 바로 코앞에 있으리라 여겼는데 저 언덕 너머에 있는 것이었다. 난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하늘에 반원을 그리며 그것은 영롱하게 펼쳐져 있다. 난 잠시도 무지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눈부심이란, 그 오색찬란함이란…….

 

내게 있어 글은, 소설은 어릴 때 보았던 무지개와 같았다. 신비하고 환상적이며 꿈속 같고, 또한 아지랑이처럼 몽롱하고……. 그 존재만으로 벅찼기에,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아 가면서도 꿋꿋이 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여러모로 힘겨움을 느끼고 있을 때 따뜻한 격려와 힘을 주신 리토피아 장종권 주간님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작품에 세밀하고 정밀한 해설을 써주신 고명철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하늘의 무지개가 되신 아버지께, 나의 이 첫 책을 바친다.

 

논산 은진미륵 아래 카페에서

2022년 따스한 날

 

방서현

 

 

3. 목차

 

 

차례

 

세뇌 교육 연수원 9

악덕 지국 26

이상한 사람들 87

수아의 일기 146

전사가 되다 194

도시에 버려지다 212

해설고명철

 

간접고용과 중간착취, 그 디스토피아와 좀비들의 묵시록 216

 

 

4. 평가

소설의 결말은 매우 비관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만큼 한국사회, 아니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에 구속돼 있는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자본추구의 과정이 곧 사회경제적 권력 추구의 과정이고, 그래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이 빚는 반인권적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 곳곳에 퍼지는 위험 경고음에 둔감하다. 아니, 어쩌면 이 위험 경고음이 들리는 것 자체가 귀찮은지 모른다. 하지만 없으면 어딘지 허전한 채 숱한 잡음들 중 하나로서 이것을 일종의 사회적 소음으로 간주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지금, 이곳에서 개시되고 있는 디스토피아이며 좀비들이 판치는 묵시록의 현실이 아니고 무엇인가. ‘좀비 시대가 말미에 던지는 몹시 불편하면서도 래디컬한 이 물음이야말로 산문정신으로서 소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준다./고명철(문학평론가, 광운대 교수)

 

 

5. 작품

세뇌 교육 연수원

 

1.

연수원은 산속에 위치해 있다. 아스팔트 포장으로 막힌 데 없이 뚫려 있다. 반면 길은 꽤 가파르다.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지다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돼 스릴 넘치는 곡예를 하는 듯하다.

처음에는 시골의 작은 산이겠거니 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산의 숨은 모습이 드러났다. 부드럽고 유연한 산세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즐비하고, 조각 같은 기암괴석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층층나무와 갈참나무, 물푸레나무 등 키 큰 나무들이 울창하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소나기라 하기에는 제법 거세게 쏟아지는 비다. 번개와 천둥이 치고 하늘이 까만 구름으로 뒤덮인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커녕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구불구불한 도로에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연우는 바짝 긴장하며 윈도 브러쉬를 작동시키고 속도를 줄인다.

산 중턱에 이르자 마침내 연수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연수원이 아니라 고급 리조트에 가깝다. 유럽풍으로 지어진 건물 외양은 사원처럼 보인다.

연우는 차에서 내린다. 약간 추웠으나 공기는 청량하다. 연수원 건물은 3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편에는 숙소동이 있고 가운데는 강의동, 그리고 오른편에는 식당동이 자리하고 있다. 각 건물끼리 통로가 연결돼 이동 시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연수원은 비에 젖었지만 후줄근해 보이지 않는다. 고요한 가운데 구슬 같은 빗방울로 운치를 더하고 있다.

연수원은 풍수에서 이상적으로 삼는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수원의 핵심 건물이라 할 수 있는 강의동의 좌향이 동동남방이며 바람의 순환 역시 플러스가 된다. 단지 부지의 조건뿐 아니라 건물 배치며 채광이며 통풍 등에서 명당이다. 따라서 심신을 수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2.

수재교육 본사 건물에 있는 회장실. 금력을 바탕으로 취향에 맞춰 설계된 공간에는 고풍스러운 소파와 소파 테이블이 비치되어 있다. 앞쪽 진열장에는 금색으로 도금 처리한 코끼리 장식품이 있고, 강화 유리로 된 선반 위에는 상패가 전시되어 있다. 바닥과 벽 천정은 자연 친화적인 원목 자재를 사용하고, 외부 창호 부분은 우드블라인드와 루버셔터가 설치되어 있다.

회장은 풍수 신봉자다. 그래서 풍수에 맞게 자리 배정을 하고 소파와 책상을 배치했으며 천정과 벽지, 바닥 색상도 그에 맞게 장식했다. 벽 좌측에는 동양화 100호 그림을 걸고, 우측에는 서양화 60호 그림을 걸었다. 회장실 안에 있는 모든 시설물과 집기, 기타 물건들은 각기 주파수가 있으므로 좋은 기운이 있는 것만 있도록 했다.

회장은 집무 책상에 앉아 있다. 천연원목으로 된 책상에는 네모진 명패가 있다. 그 명패에는 회장 박영평이라고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지구본이 있고, 회장은 홍보실에서 챙겨준 신문 스크랩을 본다.

 

큰사랑을 표방하는 수재교육(대표 박영평) 큰사랑 봉사단은 15일 경기도 고양에 소재한 천사 보육원을 방문하여 위문품과 성금을 전달하고, 보육원 내 대청소 및 쓰레기 수거 등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수재교육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수재인이 이웃사랑의 실천을 통하여 나눔의 사랑 분위기를 확산하고자 마련됐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상생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재교육 임직원과 방문교사인 수재교육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큰사랑 봉사단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똑똑. 회장실 문을 열고 기획실장이 들어선다. 회장은 그가 들어오거나 말거나 신문 스크랩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회장님…….”

기획실장이 책상 앞에 다가와 허리를 숙인다.

앉아.”

회장은 낮은 음성으로 말한다. 기획실장이 소파 테이블에 앉자 비로소 그는 고개를 든다. 회장은 단정한 회색 정장 안에 깨끗한 흰색 셔츠를 갖춰 입고 있다.

오늘 신입 교사들 연수원 입손가?”

, 회장님.”

많이들 왔어?”

저번보다는…….”

적단 말이야?”

.”

앞으론 신경 좀 써! 광고도 적극 검토해 보고, 다른 방법도…….”

, 회장님.”

연수원 교육은 잘 시키는 거야?”

, 잘 시키고 있습니다.”

연수원 교육을 좀더 철저하게 시켜. 중도 퇴사율이 낮게!”

, 회장님!”

 

3.

머리가 벗어진 지국장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이력서를 손에 쥐고, 그 앞에는 지구장 두 명이 커피잔을 손에 들고 엉거주춤 서 있다.

나이가 몇인가요, 지국장님?”

몸이 빼빼 마른 지구장이 묻는다.

스물여덟이야.”

지국장은 고개를 박은 채 작은 소리로 대답한다. 그는 이력서를 보다가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로 눈을 준다. 컴퓨터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자 사진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여자는 바다와 해변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몸에 밀착되는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으로 완벽한 몸매를 뽐낸다.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지국장의 입가에 번진다.

맨 아줌마, 아저씨들만 들어왔는데 이번엔 젊은 사람이 들어와 기대 되네요. 그것도 남자라서……. 지국에 활기가 넘치겠어요.”

지국장님, 그 친구 우리 지구로 보내주세요.”

옆에 몸이 뚱뚱한 지구장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뭔 소리야, 우리 2지구로 와야지. 1지구엔 젊은 남자 분 있잖아?”

삼십대 후반인데 뭘 젊어. 그리고 매달 마이너스만 하는데…….”

그건 지구장도 책임 있는 거야. 마이너스 없게 하는 게 지구장 능력 아니겠어?”

그래서 2지구엔 교사들이 자꾸 나가냐?”

그거랑은 다른 거지.”

두 지구장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지국장은 마우스에 손을 슬쩍 갖다댄다. 화면이 다시 바뀐다. 화면에는 레이싱 모델이 뜬다. 레이싱 모델은 차에 기대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형 같은 외모와 쭉쭉 뻗은 몸매가 시선을 끈다. 지국장은 입맛을 다시며 군침을 삼킨다.

교사들 관리 잘해. 나가지 않게.”

능력 없어 지 스스로 나가는 걸 내가 어떻게 해.”

실적에 신경 좀 써야겠어!”

지국장은 이력서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두 사람의 말을 자른다.

오늘 사업국 가서 국장님께 깨지고 왔어.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국장은 감정을 억누르며 말한다.

사업국에서 이번 달 우리 지국이 몇 등 한 지 알아? 꼴찌야, 꼴찌!”

정말이예요, 지국장님?”

내가 그럼 거짓말하겠어!”

지국장은 몸이 빼빼 마른 지구장을 노려본다.

신입 교사가 들어오면 잘 좀 챙겨. 어느 지구로 보낼 진 아직 정하지 않았어. 내가 형편에 맞게 지구로 보낼 거야. 자기 지구 사람이 아니어도 젊은 분이니 잘 대해 줘. 그게 다 우리 지국을 위한 거니까. 오늘 입소했으니 다음 주에나 올 거야. 암튼 이 기회로 지국을 다시 바꾸어 보자구.”

지국장은 두 사람에게 강한 눈빛을 보낸다. 그들은 입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인다.

 

4.

연수원 한쪽에 있는 천연잔디 운동장. 그곳에 신입 교사들이 모여 있다. 수재교육 마크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서. 운동장 옆에는 우레탄이 깔린 농구장과 족구장이 있고, 또 다양하게 지압을 즐길 수 있는 족욕 시설도 갖추고 있다. 건물 앞에는 인공 연못도 있다. 그 안에 분수대가 있지만, 물이 뿜어져 나오지는 않는다.

진행자는 키가 작다. 얼굴도 작고 눈도 코도 모든 것이 다 작다. 그러나 눈빛은 살쾡이의 그것처럼 매섭다. 몸에 비해 목소리도 커 귀에 울릴 정도다. 그는 신입 교사들에게 웃음을 보이지 않는다. 웃음은커녕 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줄 똑바로 못 맞춥니까?”

진행자는 신입 교사들을 향해 소리친다.

여기 놀러온 줄 아십니까? 여러분은 이곳에 교육 받으러 온 교육생입니다. 자신의 신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연우는 문득 신병 교육대가 생각난다. 몸에 잘 맞지도 않은 군복을 입은 훈련병들과 머리에 빨간 모자를 쓴 교관들이 있는 신병 교육대. 진행자는 머리에 흰 야구 모자를 눌러 쓰고 있다. 신입 교사들과 달리 노란 체육복을 입고, 손에는 나무로 된 지휘봉을 들고 있다.

56일간 여러분을 담당하게 될 진행자 박승대입니다. 여기에 교육 받으러 온 만큼 여러분들은 내 지시를 따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무사히 교육 마치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행여라도 불미스런 일로 중도에 귀가하는 일이, 이번 교육생들 중에선 나오지 않길 빕니다.”

진행자는 눈을 크게 뜨고 신입 교사들을 쭉 훑어본다. 신입 교사들은 모두들 바짝 긴장해 있다. 진행자가 좀 강압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누구 하나 말 못하고 몸이 굳어 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연우 역시 정신이 번쩍 든다. 다른 세계에 놓인 듯한 느낌이 든다. 알 수 없는 불안과 함께 생존본능이 꿈틀댄다.

 

*

 

신입 교육이 진행되는 3층 강의장. 실내는 파스텔 톤이라 편안한 분위기다. 교육시설은 흠잡을 데가 없다. 모든 설비가 최신식으로 적절한 조명과 인테리어, 전자교탁, 음향 시설, 휴대폰 충전 공간 등이 완비돼 있다. 빔 프로젝터는 강의장 앞쪽 벽에 설치되어 있는데, 기기 앞쪽에서 빛을 쏘지 않고 기기 아래쪽에서 빛을 쏘아, 사람이 스크린 앞을 지나가도 화면을 가리지 않는다.

연우는 신입 교사들을 훑어본다. 그들은 들떠 있으면서 긴장한 모습이다.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은 하늘색 체육복 스타일로, 정장을 입었을 때보다 젊고 어려 보인다. 그리고 교육생 신분이라는 느낌이 확연하게 든다. 연우는 새삼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아니, 그들은 이제 동기다. 수재교육 연수원 동기생. 하지만 그들과의 나이 차이는 들쑥날쑥하다. 나이가 이십대부터 오십대까지 다양하다. 거기다가 남자는 거의 없고 대다수가 여자들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수재교육에 들어온 걸까, 연우는 갑자기 궁금해진다.

첫 강의는 수재교육의 학습시스템에 관한 교육이다. 본사 교육팀 소속 강사가 나와 강의를 한다. 그녀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재킷에 니트 치마를 입은 세미 정장 차림이다. 그녀는 신입 교사들에게 묻는다. 수재교육,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그러자 신입 교사들은 웃으며 다같이 척척요라고 한다.

그녀는 척척학습시스템에 대해 설명한다. 척척학습시스템은 개인별, 능력별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스토리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개념을 학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론으로 이해력을 높이고 쉽게 학습을 하는 거죠. 개념문제, 응용문제, 심화문제, 실전단원평가를 통해 학습해요. 교과서 연계교육으로 학교수업에 능률적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4차 산업 시대에는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한다. 척척 학습지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학습의 사각지대를 놓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계속해서 말한다. 척척 학습지는 어린 학생까지 공부를 마치 게임을 하듯 즐겁게, 스스로 책상에 다가가게 만드는 마법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우수한 학습평가시스템과 평가관리시스템으로 아이의 자기 주도 학습법을 유도할 수가 있다고. 앞으로 현장에 나가 일대일 코칭으로 아이의 자기주도 학습습관을 잡아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어때요, 여러분? 우리 척척 학습지 짱이죠?”

그녀는 척척 학습지 한 권을 위로 들어올린다. 그러자 모두 아이들처럼 라고 큰 소리로 대답한다. 처음과 달리 그들의 얼굴은 해처럼 빛난다.

 

*

 

숙소 내부는 우드 톤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숙소에는 시스템 에어컨과 컨트롤로, 대형 벽걸이 LCD TV, 냉장고, 책상 등이 갖추어져 있다. 실내 온도는 적절히 세팅이 돼 컨트롤러를 찾을 필요가 없다.

연우는 테라스로 나간다. 고개 들어 밖을 본다. 연수원은 어둠과 불빛이 교차하고 있다. 저 앞에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게 보인다. 희미한 흑백 사진처럼, 희미한 안개와도 같이. 산은 말없이 이곳을 내려다본다. 그저 우두커니 바라본다. 아무런 움직임과 아무 미소도 없이. 하지만 산은 모든 것을 받아줄 것만 같다. 무엇이든 들어주고 화내도 포근히 감싸 안아 줄 것 같다.

밤에 점호를 취한다. 진행자가 숙소를 돌며 방마다 보고를 받으며 인원을 체크한다. 그리고 전달사항을 전한다.

음주와 도박은 절대 금집니다. 만약 적발 되면 바로 퇴소 조치하겠습니다!”

점호가 끝났어도 취침할 수 없다. 강의 받은 내용에 대해 매일매일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매일 보는 시험과 종합시험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불합격 처리돼 교사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숙소는 오랫동안 불이 꺼지지 않는다.

 

*

 

아침 기상은 새벽 여섯 시. 일어나 체조하고 점호를 한다. 바닥에 신발이 있으면 안 되고 문도 열어 놓아야 한다. 점호가 끝나고 아침 구보가 시작된다. 벌점 때문에 모두 나와야 하고 운동장 다섯 바퀴를 돈다. 그리고 이어진 강의장에서의 교육.

남자 강사가 나왔을 때 연우는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위아래 단정하게 슈트를 차려 입고 있었다. 밝은 하늘빛 셔츠에 도트 넥타이를 매치해 캐주얼해 보였다. 연우는 그를 본 순간 머릿속에 김경수가 떠올랐다. 중학교 동창생인 김경수. 학급반장으로 리더십이 있고 주위에 친구가 많았던 아이, 놀면서도 반에서 일등을 놓치지 않았던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그를 본 지가 십년이 넘었지만, 그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처럼 키가 크고 핸섬하고, 여유 있는 얼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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