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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온라인청소년백일장 예심통과자ㅡ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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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황
댓글 0건 조회 1,447회 작성일 17-06-21 09:42

본문

수정으로 된 계단


 

랭스턴 휴즈의 길은 수정이 아니라지만1)

나의 길은 반짝이는 수정이라는 것을 알아챈 날이 있었다

 

나의 길은 투명하게 빛나며

넓은 태양을 모두 담아내는 프리즘.

태양빛을 머금은 직사광선은

어린아이의 손에 감긴 이십 사색 크레파스처럼

서투르지만 맑은 배경을 그려준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계단을 두른 빨간 카펫은 불투명해

차오르는 빛을 미처 다 들이지 못했고

카펫의 매듭 사이 피어난 거친 모래조각은

계단을 오르는 발바닥

누런 굳은살을 만들어냈다

그래도 내리밟는 압력은 질긴

바닥을 두드려 매끄러운 길을 열어줄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어두운 카펫을 돌돌 말아

꾸준히 걸음을 걷기로 했다

 

수정계단 위 어지러이 찍힌 발자국은

거친 바닥을 닦아줄 사포 한 줌이었다

계단을 오르다 문득 돌아본

까마득한 수정 계단은

눈부신 빛을 그려내 아래로, 아래로

자꾸만 이십 삼 색 이야기를

찬란하게 그려내고는 했다

빛들은 모여 등불을 조금 비추고

이십 삼 색으로 반복되는 걸음.

 

남은 하나의 색은 다시 오르는 계단 사이로

빛날 준비하고 있었다

 

수정으로 된 계단을 오르는 날에

 

1) 랭스턴 휴즈의 시 아들에게 주는 시나에게 인생은 수정으로 된 길이 아니었단다를 참고





앨리스의 길


 

앨리스, 앨리스의 하늘빛 치맛자락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담으면

스페이스 붉은 표지의 이야기는 시작돼요

 

단어놀이를 좋아하는 심술궂은 고양이의 안내

목소리만이 메아리치는 곳에서 떠나는 여행은

수년간 잠들어있던 포악한,

드래곤을 무찌르기 위한 여정은 아니야

 

하얀 시계토끼와 손잡은 모자장수의 티타임.

도도새와 인사하며 핑크빛 머그컵을 채운

차 한 잔을 마시기 위한,

붉은 여왕이 칠한 장미 한 아름 안고

스페이스 일- 새긴 카드병정과

좋아하는 색의 꽃을 토론하는,

곰방대 뻐끔대는 애벌레가 건네는 약 한 모금에

독수리와 수다라도 한 줌 떨 수 있는 이야기

 

천진난만한 이야기, 오래된

버들나무 아래 깊게 잠긴 이야기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면

여행은 끝나고 앨리스의 하얀 앞치마엔

얼룩덜룩한 추억이 새겨져요

지난이야기가 한낱 두 시간 사이의 꿈일지라도

초록이 돋아나는 들판으로 되돌아와

바래지 않은 오래된 가죽 표지 덮으며

꿈에서 깨어난다 해도 좋아,

 

붉은 여왕이 매어준

허리의 붉은 리본을 보며 후회는 하지 않도록

하얀 인사를 건네요

 

, 하지만 짧은 하얀 숲을 걸어가는 앨리스.

 

 




 

낮은 집


 

나는 그림자

 

골목까지 햇빛 한 줄기 바라는 것은 사치였나요

, 뚝 비가 새는 얇은 슬레이트 지붕

좀처럼 햇빛은 드러나지 않고

골목의 낮은 어둡기만 합니다

 

골목을 옹기종기 이루는 집들은 모두

다 헐어가는 집입니다

작게 지어진 집, 문이 삐걱이는 집

새까만 집, 여러 색 섞여 회색을 그려내는 집

집은 제 주인을 닮았고

하얀 고층아파트에 일조권 한 장 받지 못하고

흙길을 걸어야만 했습니다

바람에 참문이 덜컹였지만 미처

창문을 뜯어고칠 수는 없는 까닭에

신문지 두어 장으로 하루를 버팁니다

하루를 지내는 것이 아닌

 

아파트는 해마다 허물을 벗고 높아지는데

골목은 저 홀로 도돌이표

낡고 진부한 이야기의 반복.

 

인적 뜸한 골목은 세상 가장 낮은 곳

그래서 햇빛은 골목을,

미처 비추지는 못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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