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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최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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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997회 작성일 14-10-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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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서

야간비행

 

 

고요히 올라가다 가끔씩 요동친다

비행이란 어차피 꽃잎 위에 안착하는 일어어서

그들의 날갯짓은 언제나 바닥을 향해 있다

 

한 마리 나비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린다

 

나방이 깨어나는 밤이면 어둠은

세상 모든 사물을 덮어버리고

펄럭이는 한 송이 불빛만이 그를 유혹하기 시작한다

 

한 마리 나비가 되기를 원했지만

야행성으로 태어난 그는

낮을 피해 어둠 속에서만

스스로 호흡할 수 있을 뿐이었다

 

밤에 피는 꽃을 찾아 허공을 배회하는 것이

그의 운명이리라

밤에만 피어나는 형광 빛의 파란 꽃, 저 파란 꽃

 

밤을 건너는 자들은 쉽게 들을 수 있으리라

몇 겹의 날개들 도심 곳곳에서 파랗게 타들어가는 소리를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타들어가는 제 살갗의 소리를

 

고요히 올라가다 가끔씩 요동친다

밤에만 피어나는 꽃 한 송이 찾기 위해

일생을 날갯짓하는 밤의 나비

 

파란 꽃잎 속으로 들어가자

고통이 그의 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눈부신 축제 속에서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작은 궤도의 죽음이 시작된다

 

 

 

 

금덩어리

 

 

넌 그만 먹어라, 둘째는 더 먹어야 해

엄마는 내 밥그릇에 고기를 잔뜩 얹어준다

언니는 투덜거리고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던 해

그 해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이야기한다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나라를 구하는 금 모으기

97년생은 값비싼 분유를 못 먹었고

97년생은 돌 반지가 하나도 없다

부모의 금목걸이 금반지가 그렇게 사라졌다 했다

그래도 내 새끼가 금보다 더 귀한 법인데

그까짓 금 몇 덩이 내줘 좋은 세상 만든다면

뭐든 못 주랴, 후회는 없다 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내 새끼

 

우리는 금덩이인가

아니다

우리가 금괴라도 되었더라면

배 안에 갇혀 있는 금괴였더라면

모두들 바다로 뛰어들어

허겁지겁 구했을 것이다

그렇게 두고 보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명의 얇은 조각들

창백한 발걸음으로 절망의 문턱을 넘어

지상에 되풀이 되는 얼어붙은 절벽을 마주한다

허울로만 존재하는 금덩이

불 속에 넣어 슬픔 녹인다

하늘이 처음 열렸던 날

온종일 소리 없이 내리던 비, 비, 비

 

 

 

 

목련

 

 

뱉어낼수록 흐려지는 문장들이 있다

그 옆에서 백열등 새하얀 빛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불빛처럼 번뜩이던 시간의 단위들

일렁이듯 되살아나는 어두운 날의 초상들

 

다시 돌아온 시간 앞에서

왜소한 우주 하나가

처음 팽창이라도 하려는 듯

터뜨리는 봉오리

터져나오는 봉오리

 

이미 져버린 꽃잎도

이제 피어나는 꽃잎도

지나간 흔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이토록 지독한 향기 꽃잎 깊숙이 숨겨두고

아주 헤어나지도 못하도록

날선 바람의 품속에서 계절을 견디었다

 

그을린 입술에 진득하게 맺힌 점액들과

굵은 촛대가 녹아내리듯 닳아버린 뼈마디

 

언젠가 주름지고 지쳐간 살들에

눈물 흘리는 날이 있을 것

 

다시 돌아오는 계절 앞에서

시간을 뒤쫓는 벌들의 수런거림에도

마음속 잔잔한 바다는 마지막처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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