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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청소년온라인백일장 예심통과 작품입니다-유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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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2,754회 작성일 14-10-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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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진

아빠와 크레파스*

 

 

이따금 달빛은 제 엄마가 되어 어깨를 토닥였어요. 창가에 기대어

저문 하루를 길게 늘어뜨린 아빠를 함께 지켜보았죠. 계단을 딛는

구두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는 순간, 습관처럼 안고 있던 무릎을 세운 채

꼴깍 침을 삼켰죠. 언제나 풀린 눈으로 나를 마주하는 당신,

욕지거리 대신 쥐어준 건 다름 아닌 3색 크레파스였어요.

 

가방을 뒤적이다 숨겨뒀던 가정통신문을 발견했어요. 제 달빛은 저기.

창가를 서성이고 계시는 걸요. 선생님께 차마 말 못했던 사연처럼,

그릴 것은 너무나 많죠. 소매를 걷지도 않은 채 아빠를 그려요.

입 꼬리를 가늠해보다가 결국. 그리지 못한 채 잠에 들죠.

 

가정통신문 속, 활자 사이를 거니는 아기 코끼리가 보여요. ‘한 부모 가정’

이라 적혀진 꾸깃한 코가 나를 향해 다가오죠. 손아귀를 벗어난 크레파스들이

낙엽 같은 시간들을 밟으며 바스락 거려요. 차마 그리지 못한 아빠의 미소처럼

밝은 달빛이 우리를 비춰요. 온기가 닿지 않는 그 곳은 아마, 게워내지 못한

엄마의 그림자로 물들어 있겠지요.

 

*1990년 발표한 배따라기의 곡

 

 

 

 

정수리 위 세상은 저물어 가고

 

 

들썩이던 물결이 우리를 삼켜버렸어

물에 젖은 풍경들은 온기를 잃어가고

발목을 지탱하던 수많은 얼굴들과

뜻 모를 이별을 했지

부푼 발가락 사이로 자라나는 물갈퀴

말 못한 사연들은 기포가 되어 끓어오르지

일렁이는 달빛에게 손 뻗어볼까

낯선 물고기가 어설픈 깍지를 껴줄 뿐

문득 심해의 언어를 익힌 우리는

안타까운 울음으로 발견되겠지

정수리 위 세상은 쉬쉬 저물어 가고

놓쳐버린 이정표는 바래진지 오래야

침묵만이 홀로 남아 바다 속을 메아리치지

 

 

 

 

별똥별

 

 

빗나간 화살을 보았다

맞추지 못한 과녁을 버려두고

간이역을 지나가는 기차를 보았다.

 

낯선 사람들과

뒷모습만 남긴 첫사랑이

무시로 넘나드는 이 순간

 

무언가 말을 건내면

울컥, 쏟아낼 것 같은 기적소리

 

홀로 가는 나그네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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