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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DSC_0075-2.jpg

대표시 3편

계백의 칼

 

 

그가 벤 것은

적의 목이 아니다

 

햇빛 속에도 피가 있어

해 속의 피를 잘라내어

하늘과 땅 사이

황산벌 위에 물들이고

 

스러져가는

하루의 목숨을

꽃수 놓듯 그려 놓았으니

 

일몰하였으되

그 하늘 언제나

꽃수의 꽃물로 가득하여 밝은데

이를 어찌 칼이라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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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색(山色)

 

 

당신의 입김이

이렇게 흐르는 산허리는

산빛이 있어서 좋다.

 

당신의 유방 언저리로는

간밤 꿈을 해몽하는

조용한 아우성의 마을과

 

솔이랑 학이랑 무늬 그려

도자기 구워내다

새벽 이슬 내리는 소리.

 

오월을 보듬은 당신의 살결은

노을, 안개.

지금 당신은 산빛 마음이다.

 

언젠가 내가 엄마를 잃고

파혼 당한 마음을

산빛에 묻으면.

 

청자 밑에 고여 있는

가야금 소리.

 

산빛은 하늘에 떠

돌고 돌다가

산꽃에 스며 잠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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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귀가 없어

세상은 적막의 심연

태어날 때

눈은 소경, 빛도 보지 못한다.

 

뼈도 가시도 한 점 없는

허물어질 듯 작은 몸은

짧고 둔한 촉각을 더듬어

한 줄기 풀잎에 의탁하고

 

등에 힘겨운 이사짐은

죽어 저승으로 타고 갈

한 채의 상여,

먼 조상으로부터 보내오는

생명의 한 도막을 살아간다.

 

번갈아 찾아드는

낮과 밤은

몸으로 문질러 알아내고

좁은 가슴 울렁거리며,

미풍에도 소스라쳐 숨어들지만

 

이 한점의 살은

억년 생명이 흘러지나가는 길.

다시 짧은 목숨을 건네어 주며

아, 잘 살았다.

히히,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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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치

1943년 전북 군산 출생. 1966년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연기 속에 서서』,『무령왕의 나무 새』,『남내리 엽서』,『왕인의 수염』,『별박이자나방』,등 11권과 시선집으로 『백제시집』,『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등 4권. 동국대, 동덕여대, 대전대, 추계예대 등에서 시창작 강의를 함. 주성대 겸임교수.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장 등 역임. PEN 문학상. 감삿갓 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 수상.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 수흔. 현재『미네르바』주간. 현재 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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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넘었다

 

그는 멀어서 푸른 하늘이다. 대책 없이 맑아서 사람을 속절없게 만드는 시인. 그는 그렇게 멀어서 슬프고 때로는 정처가 없다. 아무 것도 섞을 줄 몰라서 오롯이 자기의 색을 고집하는, 도도해서 숨이 턱, 막히기도 하는 그곳. 그는 이미 먼 곳을 다녀온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편안하게 여기와 저기를 넘나든다. 순하게 움직이는 눈썹 사이로 무한천공의 그늘이 보인다. 저렇게 맑기까지 얼마나 자기를 비우고 또 비웠을까. 아니, 치고 또 쳤을까. 한 생이 문학이었던 그가 궁금해진 오늘, 나는 그를 기다린다. 수레국화 여름햇살 밟고 오시는 선생의 등 뒤가 환하다. 사진 글 손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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