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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0.jpg


리토피아. 35. 손현숙의 아트엔 아티스트. 황인숙 시인. 2017. 7. 26

황인숙

황인숙 시인은 1984경향신문신춘문예에 시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9년 제12동서문학상, 2004년 제23김수영문학상, 2017년 제23형평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문학과지성사, 1988)

슬픔이 나를 깨운다(문학과지성사, 1990)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문학과지성사, 1994)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문학과지성사, 1998)

자명한 산책(문학과지성사, 2003)

리스본야간열차(문학과지성사, 2007)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문학과지성사, 2016)

 

 

  황1.jpg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2.jpg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닥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황3.jpg

 

사랑한다, 사랑한다, 황인숙 시인을 사랑한다!

 

황인숙 시인은 내, 나의 시다. 그녀에게는 시인 말고 또 다른 이름이 하나 더 존재한다. 캣맘! 얼마 전의 기억이다. 양손에 길냥이 밥을 챙겨들고 길냥이들을 먹이다, 그만 계단에서 팔을 부러뜨렸다. 팔이 부러지고도 길냥이 밥 챙기기는 중단 되지 않았다. 황시인의 많은 친구들은 황시인을 도와 모두 길냥이들의 밥을 챙기는 듯 했다. 우리가 세끼를 꼬박 챙겨 먹듯, 황시인은 길냥이들의 밥을 아무렇지도 않게 챙긴다. 그런데 그 범위가 장난이 아니다. 처음엔 동네 한 바퀴였는데, 점점 늘어나서 이젠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두 시간 가량을 돌아야 한다. 유난히 고양이를 혐오해서 황시인을 달밤의 마녀 대하듯 하는 주민들도 만만찮게 많은 듯 했다. 나는 딱, 두 번 그녀를 따라 동네를 돌았다. 아니, 난생처음 용산구 해방촌주위를 샅샅이 돌았다. 죽는 줄 알았다. , 두 번이었다. 그녀가 매일 수행하는 그것을 난 두 번 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나는 길냥이를 돌보는 것이 잘했다, 못했다, 의 의견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무려 두 시간 이상을 매일 걸어서 어떤 존재를 먹여 살리는 그 무위한 수행이 나를 반성하게 했다. 욕심 사납게 나만 챙기고, 나만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허접한 내가 참으로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물상의 대가가 전혀 없는 고단한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수행하는 저, 무모한 여자는 누구인가. 아무 것도 의도하지 않는 황인숙의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에 무조건 동의하면서 그녀의 모든 것을 응원한다. 그러니까 그녀는 해가 져도, 눈이 와도 그냥 캣 맘! 내가 도혁이 엄마인 것처럼. 그녀는 그냥 시인, 백년 후에도 오늘처럼 빛나는 시로 남아있을 것이다.

-손현숙, 2017,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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