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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연 표지-0.jpg

 유시연 (3).jpg

리토피아신서·24
이태리에서 수도원을 순례하다

인쇄 2020.10.05 발행 2020.10.10
지은이 유시연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미추홀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1. 저자

유시연劉是沇 작가는 강원 정선에서 출생하여 동국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3년 ≪동서문학≫에서 단편 「당신의 장미」로 신인상을 받았다. 소설집으로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문광부 우수도서), 『오후 4시의 기억』, 『달의호수(세종문학나눔도서), 『쓸쓸하고도 찬란한』이 있으며 장편소설 『부
용꽃 여름』, 『바우덕이전』, 『공녀 난아(세종문학나눔도서), 『벽시계가 멈추었을 때』를 출간했다.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2008), 충남문화재단 창작지원금(2019)을 수혜했으며 정선아리랑문학상, 현진건문학상, 경남스토리공모전(소설부문)을 수상했다. 현재 유튜브를 통해 통기타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2. 자서

누구나 살다보면 가지 않은 길이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서 이태리에 다녀온 지 삼 년이 지났다. 지나간 시간을 회고하며 작은 기록으로 남기려는데 전염병이 세계를 돌았다. 특히 피렌체의 소식은 암울했다. 하나하나 추억을 복기하는데 들려온 소식은 참담했다.
그 곳을 다녀올 적만 하더라도 예술과 고대 유적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다. 이태리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피가 뜨겁다. 오랜 역사와 문화유적은 잘 보존되어 있고 건물은 아름답다. 그때나 지금이나 가는 곳마다 세계에서 몰려 온 사람들로 혼잡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정월 중순에 출국해서 말일쯤 돌아온 후배는 바티칸미술관에 중국인 관광객이 넘쳐나서 못들어갔다고, 돌아올 때는 급하게 쫓기듯이 왔다고 전해줬다. 가이드는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고 먼발치에서 바티칸미술관의 지붕만 쳐다보고 중국인 단체관광객만 바라보다가 돌아왔다는 소식, 직항이 없어서 돌고돌아 중국을 거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려줬다.


3. 목차

목차


수녀원과의 인연 ● 9
로마 이튿날 ● 9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 11
골목 ● 15
바티칸미술관 ● 17
아씨시 ● 21
바실리카성당 ● 28
낯선 거리에서 ● 34
페루자에서의 하룻밤 ● 34
올리브나무 사이로 ● 36
피렌체, 그 두 번째 만남 ● 40
르네상스 화가 ● 43
토스카나 ● 45
시에나 ● 50
미켈란젤로 언덕 ● 51
삶의 조건 ● 57
나폴리 가는 기차 ● 60
길 위의 나날 ● 63
폐허 위에 꽃을 피우다 ● 68
로사리오 성당 ● 74
쏘렌토 그리운 바닷물빛 ● 80
오래된 성당 ● 82
카푸친 수도회를 찾아서 ● 89
산 지오반니 로톤도 ● 91
성당의 종소리 ● 94
이방인 ● 97
산 몬테 산탄젤로 ● 103
십자가의 길 ● 107
묘지 ● 109
걸리버를 생각하는 시간 ● 112
버스는 오지 않고 ● 114
택시 ● 116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118
온 리 샐러드 ● 121
길 위의 인연 ● 122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서 ● 128
라떼라노 대성전 ● 134
약속 ● 137
등잔 ● 140
카르멘 ● 144
낯선 일본인 ● 148
꽃의 도시 피렌체 ● 151
프란치스코 ● 156
베니스 ● 161
밀라노 ● 163


4. 작품

수녀원과의 인연


긴 여정이다.
영하 50~60도, 11km 높이 하늘에서 보낸 시간 13여 시간. 다빈치 공항에 내리니 어질어질하다.
이층 기차를 타고 로마 시내로 가는 저물녘, 노을이 붉었다.



로마 이튿날


지난밤 늦은 시간에 수녀원 문을 열어준 노老 수녀님, 영어로 소통이 안되어 그림을 그려가며 애 쓴 끝에 겨우 서로 알아 듣고 열쇠키를 받아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의사소통은 어려웠지만 두 분 수녀의 밝은 미소가 아름다웠다.
숙소는 아주 소박했다.
유럽의 수도원은 운영이 어려워 고난을 겪기도 한다.
중세시대에는 귀족의 후원으로 수도원을 꾸려갔다.
한눈에 보기에도 숙소는 낡아보였다.  
여행자 숙소의 비용이 싼 편은 아니다. 세금 포함하여 이틀간 20만 원 정도,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삐거덕거리는 옷장, 꾸물대는 형광등… 단출한 아침식단… 요구르트, 빵, 에스푸레소커피, 잼, 우유… 아오와 앉은 옆좌석으로 폴란드, 스페인 단체여행자 좌석이 비치되어 있다. 아마도 부활절을 맞아 바티칸을 찾는 사람들이리라.
식당 벽 성모자상 복제그림이 아름답다. 피에타 조각상을 상징한 그림인 듯.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로마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나는 일생을 두고 꼭 한 번은 가보아야 할 장소를 찾았다. 콜롯세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도원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FMM.
내 청춘의 열정이 집약된 공간이며 인생을 통틀어 잊을 수 없는 인연이기 때문이다. 로마 중심부 오래된 건물이 서 있는 한복판에서 수녀원 건물을 찾아 들어선 순간, 맞은 편 입구 벽에 걸려 있는 창립자 어머니의 초상화가 눈에 확 들어왔다. 비로소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어 안도의 숨을 돌린 것도 잠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던 중년의 여성에게 한국인 수녀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어디론가 인터폰을 한다. 그러고는 곧 한국인 수녀는 얼마 전 본국으로 돌아갔고, 한국 수녀는 아무도 없다고 대답한다. 낙담한 얼굴로 서 있는데 잠시 기다려보라고 하더니 다시 인터폰을 한다.
중년 여성이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수녀가 내려 올 거라고 말해서 기대와 호기심에 가슴이 설렌다. 누굴까. 한국에 파견됐던 수녀일까. 느낌이란 참 묘한 법이다. 짧은 순간 나는 부산에서 함께 살았던 스페인의 이냐케 수녀를 떠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냐케 수녀가 내 눈앞에 그것도 33년이라는 시간이 장막을 걷어내고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단박 알아보고 다가서서 포옹을 한다.
“수녀님, 저 레아인데 알아보시겠어요?”
“그럼요, 레아를 왜 모르겠어요.”
“정말 반가워요.”
“레아, 잘 왔어요.”
이냐케 수녀가 옆에 서 있던 다른 수녀에게 나를 소개한다. 그 수녀가 환한 미소로 나를 안아주며 볼을 맞대고 소리가 쪽 나는 인사를 한다. 양쪽 볼을 맞대고 인사가 끝난 후 두 손을 맞잡는다. 뒤에 뻘쭘하니 서 있던 아오를 인사시켰다. 이냐케 수녀는 환한 미소로 아오를 맞아준다.
인사가 끝나고 그녀를 따라 긴 복도를 지나간다. 조용한 복도 양켠에 문이 있고 그 중 빈 방으로 안내해서 들어가니 탁자가 놓여 있고 의자 서너 개가 있다. 이냐케 수녀가 오렌지 주스를 가져와 따라준다.
그녀는 다시 우리를 위해 수녀원 구석구석을 안내한다. 무성한 마로니에 나뭇가지가 밝은 햇살 가득한 정원에 서 있고 둥그런 분수대에서는 흰 물줄기가 치솟는다. 오렌지 나무가 빼곡하니 서 있는 정원 끝에 아치를 이룬 나무가 있고 성모상이 서 있다. 성모님께 잠깐 인사를 드리고 대성당으로 간다. 대성당은 전체적으로 흰색이 지배적이어서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 난다.
잠깐 기도를 드리고 이냐케 수녀를 따라 창립자 수도원장의  무덤이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 초기 수도공동체로 사용하던 작은 성당이 있고 그 옆에 석관이 놓여 있다. 창립자, 마리 드라 빠시옹 어머니의 초상화와 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묵념을 한다.
이냐케 수녀가 저녁미사 시간을 알려준다. 오후 6시. 미사는 느리고 고요한 강물이 흐르는 듯했다. 귀국 전 이틀 숙박을 허락받고 다른 수녀회 숙소로 돌아왔다.



골목


로마는 느리게 흐르는 도시다.
호텔이나 수녀원 숙소나 묵직한 자물쇠키를 돌리고 돌려서 문을 연다. 디지털 키에 익숙해진 나는 로마식에 적응하는 중이다. 버스를 타거나 십 리씩 걷는 것은 예사다. 둘레길을 걷듯 하루종일 걷고 또 걸으며 오래된 도시의 냄새를 향유한다.
천 년 혹은 이천 년 된 유적 위에 현대건물이 들어서 있고 아직도 곳곳에 유적발굴이 진행 중이다.
오래된 벽이나 돌틈에 씨앗이 자라고 꽃을 피운다.
로마에는 대형마트가 없다.
도심지 골목이나 도로변에도 큰상가가 없다. 건물벽을 따라 간판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가게는 평수가 작지만 식의주 생활에 필요한 것들로 구비되어 있다. 주택가 골목마다 식당, 구두점, 빵집, 약국, 이불가게 등을 주민들이 이용한다. 골목의 바나 레스토랑에는 그 마을 주민들이 파스타나 피자, 혹은 커피나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풍경이 오래된 풍경처럼 친밀하다.
주택가 뒷골목을 걷다보면 피자 굽는 냄새, 빵굽는 냄새가 풍겨온다.



바티칸미술관


바티칸미술관에 입장하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에게 암표상이 접근한다. 대부분 흑인계인 암표상 청년들은 유독 아시아인에게 접근하여 끈질긴 설득을 한다. 예약을 안하고 온 탓에 무작정 기다린다. 바티칸성당에 들어가려는 광장의 긴 줄을 목도하고 난터라 한 시간쯤은 기다릴 참이다.
몇 년 전에 왔던 바티칸은 그때와 다름없이 순례자와 여행자들로 붐볐다. 이날은 동유럽이나 남유럽 깃발부대 단체객에게 밀려 시간이 더디게 갔다.
문득 내 인생이 복기되는 느낌이다. 같은 장소에 다시 오다니… 외씨버선길을 걸을 때 영주에 다시 갔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다. 같은 장소를 다시 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지중해의 밝은 봄볕은 화가들에게 색채의 영감을 불어넣었으리라. 시스티나 천장 벽화를 보며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같은 화가들을 떠올린다. 천지창조와 낙원추방 그림은 촬영금지라서 담아오지 못해 아쉽다. 많은 비용을 들여 예술 작품을 구매한 교황들, 또 전임교황의 뒤를 이어 예술품을 사고 전시공간을 확보한 후임교황 이야기는 놀랍다.



아씨시


아씨시 수녀원에는 한국인 수녀가 있다. 갖고 간 누룽지를 좀 드릴까요, 했더니 아니 그 귀한 것을? 그러며 좋아한다. 안식년 여행 중인 부산 신학대학교 미카엘 신부가 앱을 깔아주고 몇 시간 동안 네 번에 걸쳐 열이틀치 호텔 예약을 마무리해준다.
십 년 전 로마에서 유학한 미카엘 신부님의 유창한 이태리어에 동행하여 미네르바 신전이 있던 자리, 그 앞 광장에서 와인, 에스푸레소, 오렌지주스를 마셨다. 괴테가 이탈리아 기행 중 감탄했다는 노천 바라고 미카엘 신부님이 설명해 준다. 모든 신들을 위한 신전인 미네르바 신전은 현재 성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천 년이 넘는 신전 터에 세워진 1300년 된 성당 건물이 담백하고 밝은 색조로 이방인을 맞아준다. 유한한 삶, 짧은 생의 도정에서 바라보는 오래된 신전은 무심하고 편안하다.
이천 년 전의 건물과 세계에 잠겨 있다 나와 주교좌 성당으로 향한다. 프란치스코 성인과 글라라 성녀가 세례를 받은 성당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저녁해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성당 안에는 고백실마다 붉은 등이 켜져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언제 고해를 했더라. 까마득하다. 마음을 가다듬고 앞사람의 뒤꼭지 뒤에 선다. 차례가 오자 잉글리쉬로 시작을 한다.
프롬 사우스꼬레아, 인천 시티… 파더, 아임소리, 에에에, 코리언 스피치… 하고 싶었던 말들, 표현하지 못했던 언어들, 가슴 속 맺힌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이태리 노老 신부 앞에서 고해를 한다. 울고 싶었던 순간에 울지 못하고 안으로 삼키며 살아온 날들, 사랑, 이별, 아픔, 상처, 고통의 시간을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우리 말 한국어로 이야기 하는 동안 노신부는 인내를 갖고 들어준다. 노신부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노신부는 말한다.
“프랑스, 이딸리, 잉글리쉬….”
“잉글리쉬 스피치.”
노신부가 천천히 또박또박 잉글리쉬로 말을 하고 사죄경을 읊고 잘가라는 평화의 인사를 한다. 고백성사를 보고 골목을 돌고돌아 숙소로 돌아왔다.


  1. 김현숙 장편소설 '흐린 강 저편'

  2. 유시연 기행에세이 '이태리에서 수도원을 순례하다'

  3. 이이현시집 '나는 둥근 하루의 서쪽에 있다'

  4. 김동선시집 '시詩답잖은 사과'

  5. 허문태시집 '배롱나무꽃이 까르르'

  6. 김영진 시집 '옳지, 봄'

  7. 남태식 시집 '상처를 만지다'

  8. 지평선시동인지 '옆을터주는것들'

  9. 이보인 명상시집 '맑은하늘둥근달'

  10. 강우식 시집 '白夜'

  11. 김인자 시집 '당신이라는 갸륵'

  12. 김여정 시집 '바람의 안무'

  13. 김보숙 시집 '절름발이 고양이 튀튀'

  14. 정령 시집 '자자, 나비야'

  15. 황길엽 시집 '무심한 바람이 붉다'

  16. 김순찬시집 '칡넝쿨의 숙명'

  17. 박경순 시집 '그 바다에 가면'

  18. 시와글벗동인지'벗은 발이 풍경을 열다'

  19. 이강길 시집 '야생으로 돌아간 고양이'

  20. 김씨돌 산중시첩 '그대 풀잎 비비는 소리 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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