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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민일보





<전북문학기행> 19. 금암동 골목길과 언덕길을 뛰놀던 어린 시절 - 김소윤 소설가 ‘숨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12.20 15:48



금암동의 주택가 골목길 /이휘빈 기자금암동의 주택가 골목길 /이휘빈 기자

 전주시 사람들에게 금암동은 덕진동·인후동·진북동의 ‘앞’ 또는 ‘옆’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한때 칼바우가 있어 ‘검암리’라 불리던 이곳은 지금 구도심이 되었고, 아파트 사이로 단독주택들이 언덕을 따라 빽빽이 붙어있다. 전북대 정문 앞에서 금암도서관까지 20분에 걸쳐 올라가 주변을 살피면 모래내 시장까지 눈길이 트인다. 언덕과 도심을 오르내리다 보면 겨울 공기속에서 숨이 허옇게 피어난다. 보행기로 이 언덕을 오르는 어르신들은 간혹 무릎을 두드리며 난간에 기대앉아 먼 하늘을 보기도 한다.

 ‘제주 4·3 문학상’ 수상자이자 전주에서 살고 있는 김소윤 소설가가 2019년 문예지 리토피아에 발표한 ‘숨다’라는 단편소설은 금암동의 언덕을 배경으로 한다. ‘수백 가구의 주택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만고만하게 밀집되어 있는 평범한 동네’라는 문장은 금암동을 한 줄로 드러내는 문장이다. 소설은 이곳에서 인기척 없는 ‘붉은 대문집’에 살던 소년을 기억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소년들은 함께 언덕을 오르락내리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퍼즐처럼 쌓고 풀어나간다.

 김 소설가는 소설의 배경이자 자신의 고향인 금암동에 대해 “어려서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살았던 주택이 그립다. 눈을 감으면 떠오른다. 마당 화단에 주렁주렁 열매를 맺던 대추나무, 한여름에도 차갑게 와 닿던 거실의 마룻바닥, 2층으로 오르던 캄캄하고 좁은 나무 계단. 집안에 고요하게 머물던 서늘한 공기며 언니와 뒹굴뒹굴 하던 방과 후의 무료함까지”라며 유년의 금암동을 설명했다. 김 소설가는‘골목과 골목으로 이어지던 등하교길, 어느 골목길 몇 번째 집에 있던 사나운 개 한 마리, 오랫동안 공사 중이어서 곧잘 놀이터가 되었던 교회부지, 빈 공터에 까맣게 내려앉던 잠자리 떼’등을 말하며, 금암동의 작은 골목들이 ‘어느 한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가끔 그 골목길을 찾는다는 김 소설가에게 지금의 금암동은 “어린 시절의 골목은 이제 아주 좁아 보이고, 주택도 낡아졌지만, 여전히 그곳엔 어린 날의 제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라고 얘기했다. 금암동은 여전히 그녀에게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걷거나 혼자서 터벅터벅 걷던 장소인 것이다.

 김 소설가에게 전주는 어떤 곳인지 물었다. 그녀는“한때는 전주가 좁다고 여겼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니, 전주란 도시는 일평생 살아가기에 충분히 넓고 풍족한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소설가는 “뉘엿뉘엿 해가 지는 저녁 어스름, 집집마다 하나 둘 밝아오는 불빛 속에 온전한 평온이 깃드는 도시”라며 “전주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로서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시 금암동은 이전 검암리이다. 금암도서관에서 아래를 내다보면 인후동까지 주택들이 가득 차 있다. /이휘빈 기자전주시 금암동은 이전 검암리이다. 금암도서관에서 아래를 내다보면 인후동까지 주택들이 가득 차 있다. /이휘빈 기자

 모래내시장으로 향하는 골목길에서 뒤를 돌아봤다. 오늘 하루부터 검암리시절까지 세월을 품고 있는 금암동의 주택가와 빌라 사이서 늙은 부부가 서로의 발걸음을 맞춰가며 천천히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김소윤 소설가가 말한 풍족함이 아스라이 짐작됐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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