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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산문


아라 시노래 감상



정무현 (시인)





어머니의 물감상자
―강우식 시, 장태산 곡, 장태산 노래





  50년대 어머니는 참으로 힘들었습니다. 동족상쟁의 비극을 겪고, 많은 아버지를 잃고 남아있는 아버지도 삶의 의욕이 무너져 내린 그 어려운 시기에 어머니는 가족의 모든 것을 떠안았습니다. 땡볕이 가만히 있어도 온몸을 흥건히 적시는 때에 밭에서 온종일 흙과 시름하고 가을바람이 한기를 끌어들이면 겨울채비를 위해 수확한 농작물을 갈무리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래도 오일장이 아닌 상설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어머니는 농사일을 하는 것보다 깨어있는 어머니였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조금은 더 여유가 있었으리라고 봅니다. 강우식 시인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가족의 생계를 꾸렸던 모양입니다. 시인의 어머니가 파는 물건은 어린 강우식이 바라보는 눈에선 예쁜 물감을 파는, 그건 꿈을 파는 어머니였습니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에게 손님의 집안 사정을 내 일인 듯 들어주고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을, 가장 멋지게 보이게 하는 마술 같은 선물을 파는 어머니였습니다. 그건 물감처럼 예쁜 색깔들만 물들인 것입니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 떠나고 없습니다. 어린 강우식은 이제 시인 강우식이 되었습니다. 아주 조용하고 비라도 찔끔 내리는 날, 어머니를 회상하는 강우식의 마음에는 어머니는 이제 물감장사를 한 어머니로 현현됩니다. 시인의 가슴에 예쁜 색동옷을 입히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깔들만 물들이라고 어머니는 물감상자를 주었던 것입니다. 너무도 예쁜 이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이 애잔하고 아름다운 시에다가 장태산 작곡가는 물감처럼 그려지는 음률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노래를 불렀습니다. 듣는 사람이 눈물이 찔끔 나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처음은 어머니의 물감이 서서히 일어나기 위해 잔잔하게 좌판을 풀어놓듯 전주에서 장사하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노래 도입부로 들어가면서 회고하듯 이어집니다. 그리고 물감별로 진달래꽃, 초록꽃, 국화꽃을 선물하듯이 음률은 톡톡 튀기 시작합니다. 선물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신이 납니다. 급기야 마음은 이심전심이 되어 최고조의 흥분을 일으킵니다. 콧물마저 무지개 되어 속도는 알레그로로 빠르게 흥분을 길게 이어줍니다. 이 흥분되는 음률은 물감상자 하나만 남겨두고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서 떠나실 때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색깔별 꽃물을 주는 편안한 전반부로 돌아갑니다. 이 곡을 만든 장태산 작곡가는 싱어송라이터로 예전에 소리새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의 대표곡 ‘그대 그리고 나’는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합니다. 이 곡은 슬로우 곡으로 전개를 하였으나 후반부에는 빠른 음표로 계단식 상승과 하강을 하여 곡의 친밀도와 몰입도를 높여 놓았습니다. 작곡가 본인도 많은 애착을 가진 작품이라 느끼는 것이 편곡 또한 여러 번 시도하였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 시간 ‘어머니의 물감상자’를 들으면서 마음을 순도 높게 할 필요도 있습니다. 시와 음악은 같은 음률을 가지고 태어난 이복동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득 본 노래를 듣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십니까? 그렇다면 창가로 가서 초점 잃은 눈으로 바깥을 내다보세요. 차라도 한 잔 준비하면 더욱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음악을 틀어보세요. 아, 음반이 없다구요? 리토피아 홈페이지에 시노래를 방문하면 접할 수 있습니다.


※ 알립니다.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에서는 매년 시노래콘서트를 개최합니다. 국내의 저명한 작곡가가 시를 가사로 하여 작곡한 노래를 라이브무대에서 발표합니다. 관람을 희망하시는 분은 홈페이지에 댓글을 남겨주시면 초청장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무현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풀은 제멋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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