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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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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2년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30년을 넘어 인천에 산 셈이다. 아이들 둘도 이곳에서 낳았다. 그 아이들이 장성하여 가정도 꾸렸다. 이 만큼 살았으면 당연히 인천이 제2의 고향이 될 법도 하다. 전라도 김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을 보냈으니 그곳이 고향은 맞다. 그러나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고향을 떠나 익산을 거쳐 서울로 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인천의 30년에 비하면 절반의 세월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은 고향보다 더 진하게 묵은 내 삶의 터전이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분명히 지금 인천사람이 되어 있어야 옳다. 비록 인천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유년을 보냈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해도, 나는 당연히 인천사람이어야 맞다.

 

   그런데 나의 이런 地緣論은 결단코 胎生論이나 學緣論을 극복하지 못한다. 인천에서 태어나기만 해도 인천인이고, 초중고대 어느 하나를 졸업이 아닌 입학만 해도 인천인인 현실에서, 生業만의 인천 삶으로는 아무리 오랜 세월 살거나, 설령 여기에서 죽는다 해도 인천인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이것이 혹시라도 나의 배타적인 성격에서만 기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천은 소수의 점령군이 다수의 유입군단을 좌지우지하는 기묘한 도시이다. 이것은 어느 지방도시나 같은 현상이지만 인천에는 다른 현상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인천의 이동인구는 다른 지역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민들이 다른 지역도시처럼 지역적 애착을 갖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지킴이들의 정신이 더욱 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울에 가장 근접한 도시이기 때문에 형성될 수밖에 없는 베드타운화가 주된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할 때 왔다가 언제든 미련 없이 떠나버리는 존재들이 인천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순간이라도 인천에 발을 들여놓았던 사람들이 죽는 날까지 인천을 사랑하도록 하는 길은 없을까. 기억에 남는 도시, 추억으로 가득한 도시,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 이곳에 머물러도 충분히 행복한 도시로 인천이 변하는 길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인천에 사는 누구나가 인천인이라는 자긍심으로 충만해지고, 인천에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랑이 되도록 하는, 그런 길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인천을 연구하고 인천의 꿈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적지 않은 분들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작업과 그들의 꿈이 언젠가는 반드시 완성되고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계간 ≪아라문학≫을 창간한다.

 

  2001년 계간 ≪리토피아≫를 창간하여 13년이 흘렀다. 2008년에는 사단법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를 설립했다. 그 동안 ≪리토피아≫는 51호를 발간했으며, ‘시를 노래하는 사람들’이 앞장을 선 시노래 보급운동도 지속적으로 펼쳐 앨범을 7집째 발간했다. 정기공연은 벌써 11회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작업들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여건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전적인 정통 시이기 때문에, 흐름에서 벗어난 진부한 시노래이기 때문에, 세상의 홀대 속에서 아마도 이런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되리라 여겨진다. 인천문학의 보다 폭 넓은 수용에 있어 ≪리토피아≫ 역시, 일정 부분 한계가 있었음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보다 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아라문학≫이 필요했다.

 

  고도성장하는 자본주의의 얼굴은 누구나 꿈꾸던 아름다운 얼굴은 아닌 듯하다. 끝없이 한쪽으로 몰려가는 자본은 나머지 대다수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흔들고 있다. 자본과 자본주로부터 홀대 받는 시민들, 자본 논리에 말려들어 자긍심을 상실해 버린 문학이 초라한 얼굴로 대신 그 자리에 서있다. 이들의 자존심을 되찾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고사 직전의 문학이 자본을 향해 타협의 손을 내밀고 구원의 눈빛을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해서 과연 회생의 길은 있을까. ≪아라문학≫이 그 물음의 가운데에 서고자 한다.

 

  내가 분명하게 구현되지 못하면 우리도 의미가 없다. 내가 나를 파악하고 나를 관리할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조화로운 우리를 만난다. 나를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모습으로 변화시키지 못하면 글로벌한 우리 속에 어울려 들어갈 수가 없다. 내가 소중하고 당당한 우주적 존재이어야 우리 속에서 살아남는 것과 마찬가지로 로컬리즘 역시 소중하고 당당해야만 글로벌리즘을 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문학의 특성화와 스러져가는 문학의 중심을 되세우기 위해 ≪아라문학≫을 창간한다.

 

  ‘아라’는 ‘굴헝’이고 ‘바다’이다. ‘아라’는 ‘시원’이고, ‘신비’이다. 그리고 ‘인천’이다. ‘아라’는 ‘어머니’이고, ‘고향’이며, 우리들의 ‘전통’이고 ‘역사’이며, 마침내 우리들의 ‘꿈’이다. 인천의 본질과 인천의 신비를 찾아간다. 아픈 역사의 가슴 속 깊은 곳에 그것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의 발바닥에 그것은 새겨져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웅비를 꿈꾸는 거대한 글로벌 미래도시 그 날개 사이에 그것은 매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인천의 건강하고 힘찬 도약을 위해 기름진 땅, 풍요로운 바다, ‘아라세계’가 이곳으로부터 펼쳐지기를 희망한다.

시작은 비록 골목길의 초라한 멍석이지만, 나중은 따뜻하고 빛나는 향토의 잔치판이 되길 기도한다. 이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서 인천문학판에 무릎 꿇고 ≪아라문학≫을 바친다. 문학을 좋아하는 시민, 창작을 업으로 삼는 문학인, 힘이라곤 도무지 없는 사람들, 누구라도 편안하게 드나드시도록 누추한 사립문을 활짝 열어둘 것이다. 아라리, 아라리요.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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