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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22호/신작시/강우식/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1 외 1편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1 외 1편


강우식



내 눈에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휴게소 화장실만큼 시대에 적응해
빨리 변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한때 선진국이었던 유럽의
지린내 천지인 화장실들이
얼굴 붉히며 예 와서 배울 일.


계절 따라 히터, 에어콘은 물론이고
어떤 휴게소에는
만국용으로 외국어도 곁들였으면 더 좋을
‘옷 갈아입는 방’까지 있다.


거기다 학교에는 교훈, 집에는 가훈 있듯이
소변기 앞에는
눈높이의 작은 액자에 좋은 말씀들이 있어서


탄천 휴게소의 소변기 앞 아인슈타인의 말씀.
성공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되라.


그 말씀은 읽고 오줌 누는 새에
내 머리에 떠오른 즉흥은
오줌을 참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오줌을 싸는 사람이 되라.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2



화장실에 들어가면
그림도 걸려 있고 음악도 흐른다.
소변을 누면 즉석에서 건강검진도 된다.


오늘아침 뉴스에는

분명 자기돈 들여 온 사람들은 아닐 텐데
아프리카, 동남아 사람들을 불러
우리 화장실을 무슨 구경거리처럼 보게도 한다.


뿐만 아니다.
국내에서는 한때 텔레비전의 프로
누가누가 잘하나식 대회도 연다.
이름하여 화장실 경진대회다.


깨끗한 것은 좋지만 과유불급이라
너무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지 않을까
세계에서 첫손꼽는 인천 국제공항 화장실보다
훨씬 더 깨끗한 고속도로 화장실.
나쁠 것은 없지만 너무 장식용으로
꽃밭처럼 가꾸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화장실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것부터 알았으면 한다.
밀어내기 한 판의 똥이나 오줌을 깔기는 곳이다.
너무 너무 나가다 보면 집보다 좋아
생면부지의 남녀가 서로 눈 맞아
즉석 불고기로 벌거벗고 뭐할지도 모른다.





*강우식196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마추픽추』, 『하늘사람人 땅』, 『꽁치』, 『가을 인생』 외. 김만중문학상 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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