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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22호/신작시/송영희/달의 신전 외 1편


달의 신전 외 1편


송영희



네가 아프다고 말했을 때
괜찮아, 조금만 참아
했지만
그리고 밤마다 나는 네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너의 아픔이 전해올 때마다 나는 달빛 아래를
걸었다
달의 행적을 따라가며
너의 슬픔을 보았다
멕시코 피라미드 떼오띠우아깐*에서도 보았다
맨발의 사람들이 그 신전을 향해
줄지어 올라가는데
너도 올라가고 있었다
달빛이 흐르고 있었다
죽음의 길이라고, 아니 수천 명의 심장을 바친 재의
제단이라고
까마득한 곳까지 그 속으로 네가 올라가고 있었다
달의 중심
달의 그림자 안으로 네가 사라지고

달빛이 흐르는 밤은
여전히
네가 다시 지상에 남는 밤이기를
마음을 만나 다시 돌아오는 밤이기를.   

* 떼오띠우아깐 : 멕시코의 고대도시, 테오티와칸Teotihuacan의 원어.





쉬땅나무에게



보라, 한여름에 눈꽃이 핀다
한 번 툭 치면
화르르 눈발이 날리는


맑고 검은 당신 눈을 생각했다
적막이 깊은데 들여다보면 투명하게
이슬이 도는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냈을까 
당신이 쓴 모자를 봐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생각만으로도 꽃을 피우고 낙엽을 만들고
그래서 그 손길은 모든 어둠을 덮을 수 있다는 거
여름 폭발하는 태양 아래서도 달아오른 몸 
그윽이 달랠 수 있다는 거
흘러간 시간 위에 당신을
다시 걸어가게  한다는 거


눈부심 뒤에 깃 드는 어둠을 잘 알면서도
구름 같은 날개를 펴서 한 계절 
꽃피우고 돌아가는 
그렇게 순하게 등을 대어 노년을 기다리는 


오늘 아침에도 생각했다
한 지붕 아래 같이 늙어가고 싶다고
결코 멀리 가지 않겠다고
​혼자가 아니고 둘이었다고.





*송영희 1968년 《여원》 신인문학상. 199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대 요나에게』, 『불꽃 속의 바늘』, 『나무들의 방언』, 『마당에서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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