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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산문

유시연





꽃의 도시 피렌체
     ─-르네상스의 부활을 꿈꾸며





   풍요로운 예술과 작은 언덕들, 성당과 박물관, 아르노 강을 이어주는 매혹적인 다리를 가진 피렌체는 수많은 천재들을 품어주고 길러낸 도시이다. 중세 유럽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의지와 인간의 뜻이 예술 작품으로 발현되는 단초를 제공하는 곳이 피렌체이며 미켈란젤로, 도나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단테, 갈릴레오 갈릴레이, 마키아벨리, 지오또, 기베르띠 등의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들이 지금도 남아 현대와 중세를 이어주고 있다.
   중세는 신의 목소리와 신의 뜻이 인간의 전 생애를 주관하고 있던 시기다. 절대자의 뜻을 좇아 살아야하는 그 틈새에 본격적인 인간정신이 표출되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예술작품에서 시작된다. 신에게 바쳐지는 근엄한 태도와 찬사에 머무르던 회화와 조각에서 인간의 슬픔과 고통, 실존적 고독과 불안이 표출되기 시작하면서 활발한 예술활동이 전개된다. 피렌체의 피에타(비탄) 작품에서 미켈란젤로는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니고데모 역에 자신의 얼굴을 만들어넣는다. 슬픔과 상실과 비탄에 잠긴 조각상은 바티칸 베드로 성전 안에 있는 그의 또 다른 <피에타의 성모>처럼 고통에 찬 인간의 슬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 중심에 메디치가문이 버티고 있다. 가난한 예술가의 작품을 구매하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후원한 메디치가는 금융업(환전)과 상업, 무역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며 정치와 종교, 예술과 과학 전반에 영향력을 갖게 된다.
   왕정시대에 세워진 유럽의 광장은 아주 매력적인 공간으로서 시민 민주주의가 싹트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처럼 웅장하지는 않으나 페렌체에도 크고 작은 광장이 자리한다. 박물관의 수만큼이나 많은 광장에서 시민들은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대중 예술을 발전시켰으며 시민정신을 구현한다.
광장은 소통과 공감의 장소다. 광장은 자유로 향하는 출구이며 세계를 바라보는 잣대가 되어주는 곳이다. 광장에 모여 사람들은 음악극을 하고 정치를 비판하고 삶의 비루함을 토로하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 광장을 중심으로 무수한 골목이 이어지고 뻗어나간다. 골목 끝에는 사람들의 아기자기한 삶이 살아 숨 쉰다. 피렌체의 뒷골목에는 이름 없는 장인들이 가죽제품과 유리공예, 도자기를 만들며 긴 시간 살아왔고 살아간다. 가죽피혁제품을 가공하는 사람들과 그 가죽으로 구두와 가방, 벨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살아간다. 중세시대부터 가문에 가문을 이어 내려온 가죽제품은 부드럽고 섬세하며 결이 곱다. 얼마나 손길이 많이 갔는지 두께는 얇고 손끝에 닿는 촉감은 오리털이나 토끼털을 만지는 느낌이 난다. 결코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다고 볼 수 없는 가죽제품이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 인내와 기다림으로 시간과 싸워온 장인이 있다.
중세는 신의 시간이었다. 신에게 반하는 어떠한 것도 허용되지 않는 시대에 인간의 반항과 저항이 싹트기 시작하고 그것은 과학과 예술로 드러난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피사 출신이지만 피렌체로 도망쳐 온 인물이다. 공사 도중에 기울어지는 탑을 그대로 완공 시킨 피사의 탑에서 자유낙하 실험을 하고 지구가 돈다고 떠들다가 화형대에 설 위기에 처하지만 오랜 친구인 추기경이 나서서 종교재판으로부터 경고 수준으로 방면된다. 감옥에서 나오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설파하고는 피렌체로 가버린다. 갈릴레이 사후 피사와 피렌체가 그의 무덤을 조성하고는 서로 소유권을 주장한다. 현재 피렌체에는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빈 무덤이 있다.
   대리석과 석조 건축물의 크고 작은 성당들, 성당 지하에 잠들어 있는 영혼들의 도시, 피렌체는 꽃의 도시로 불릴만큼 붉은 지붕들과 도시를 관통하는 아르노 강과 대리석 건축물이 혼합된 아름다운 도시다. 박물관에 보관된 수많은 그림과 조각품은 한 때 예술과 르네상스를 꽃 피운 도시답게 풍요로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대리석 산지가 널려 있는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자신들의 대지에서 난 대리석으로 인류의 위대한 예술작품을 남긴다. 희거나 붉은, 혹은 녹색과 장미색의 대리석을 가다듬으며 조각가들은 얼마나 많은 표정과 혼을 담으려 노력했을지 다만 짐작할 뿐이다. 조각품들이 수목과 분수와 어우러져 도시는 자유를 꿈꾸는 영혼들의 피난처가 된다.
무엇보다도 피렌체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은 인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인간의 영혼을 담으려 시도했다는 점이다. 신의 잣대가 아닌 인간의 잣대로 판단하고 의심하고 고뇌하는 모습이야 말로 르네상스의 시발점이자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의 문화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르미네 성당은 아르노 강변 왼쪽에 자리한, 신앙을 위한 성전이며 동시에 예술의 전당이기도 하다. 성당 내부 브란카치 소성당에는 마사치오의 프레스코화가 보존되어 있다. 낙원에서 추방당하는 아담과 이브의 그림은 “진실된 시각에 충실”한 절대적 현실주의를 묘사함으로써 전 서양의 화가들뿐 아니라 미켈란젤로에게 그의 최고의 그림을 그리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게 된다. 마사치오는 고도의 작업기술을 통해 <아담과 이브의 실낙원>에서 전라의 모습으로 낙원을 떠나는 아담과 이브의 모습을 그려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아담과 오른 손은 두 가슴을, 왼손은 배 아랫부분을 가린 이브의 일그러진 모습은 낙원을 잃어버린 인간의 고통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어쩌면 인간은 낙원에 대한 기억 때문에 평생 방황하는 존재가 아닐까. 성서설화에 의하면 부족함도 없고 모자람도 없는, 모든 것이 갖춰진 낙원에서 살던 최초의 남녀가 금기를 깬 죄로 추방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아담과 이브의 원죄로서 인간은 누구나 그 원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내용이다. 원죄의 대가로 인간은 노동과 수고를 통해 삶을 이어가지만 실낱 같은 먼 기억의 내부에 존재하는 낙원에 대한 기억으로 평생을 방랑할 수밖에 없는 업을 짊어진 존재가 된다.
하얀 대리석 건물로 지어진 피사의 사탑을 배경으로 푸른 하늘과 초록 잔디밭과 밝고 투명한 남부의 햇살이 가득 쏟아졌다. 햇볕이 흰 대리석 건물에 부딪쳤다가 튕겨져 나가며 눈부신 빛을 분사했고 그 빛을 받은 초록 잔디는 싱싱하게 피어났다. 물 오른 초록 잔디에 드러누워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파란 하늘빛과 기우뚱 기울어진 흰 대리석건물이 들어와 박혔다. 피사의 사탑 옆으로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저울이 보관된 성당이 공사 중인 채로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두고 있다.

꽃의 도시 피렌체
   한 도시가 천 년을 이어져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련을 지나와야 할까.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적이 침공해 왔을 때 도시를 다스리던 왕은 백성들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스스로 목숨을 내던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렇게 보존된 피렌체는 그림과 조각과 건축물,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장인 정신이 어우러져 유리공예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가죽제품이 알려지게 되었다. 가문의 이름을 내어걸고 만드는 가죽제품 가게들이 도열해 있는 뒷골목에는 몰려온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이차 대전 당시 나치의 침공으로 결사항전을 불사했던 폴란드는 유적의 대부분이 파괴된다. 반면에 체코는 나치의 포격에 시청 기왓장이 날아가자 놀라서 항복을 했다고 하는데 그 바람에 귀중한 유산이 보존되고 현재 체코는 조상들이 남긴 문화유적으로 관광수입을 올리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는 듯하다.
   우리는 물질의 풍요 속에 정신의 빈곤을 살고 있다. 얼마 전에 상표에 민감한 어떤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옷을 사거나 구두를 사거나 그는 상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십만 원씩 하는 물건을 싸게 샀다고, 저렴하다고 평가하는 그 작가를 보며 피렌체의 가난한 예술가들을 떠올린다. 자유로운 정신,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르네상스 시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속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물질이 인간의 영혼을 지배한다면 또 다른 신을 숭배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풍족한 물질과 부유한 삶, 편리하고 쾌적한 삶의 양식에 길들여져 살다보니 어느 사이 꿈꾸기를, 자유롭기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어질 때가 있다. 신 르네상스는 물질로부터의 자유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진단해본다. 








**약력:2003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소설집 『알래스카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오후 4시의 기억』. 장편소설 『부용꽃 여름』, 『바우덕이전』, 『공녀, 난아』가 있음.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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