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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기행산문

천선자





베트남 여행기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여름 날씨 같아서 겨울에 여행을 가야 좋다는 말을 듣고 옷은 최대한 얇게 입고 여행 가방에는 얇은 옷으로 채워 공항으로 향했다. 베트남에서 회사를 경영하는 조사장 님의 초대로 우리 부부와 박 차장님 가족이 베트남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은 먼저 보냈다. 출국장을 빠져나와 비행기를 탔다. 스튜어디스의 안내방송이 나오고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가파르게 하늘로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까마득히 내려다보인 도심의 커다란 빌딩이 성냥갑처럼 작아 보이고 비행기 창가에 앉은 우리는 구름이 되었다.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한 번쯤은 갈 수도 있었을 외국여행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같이 직장만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던 그는 지구의 몇 바퀴를 돌아서 이제야 나와 여행이라는 걸 처음으로 했다. 퇴직한 뒤 그의 일상은 나를 기다리는 것이 하루의 일과였다. 빈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고 세탁기를 돌리고 김치 몇 조각으로 점심을 때우고 천천히 뒷산 약수터로 가 한참을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서 하늘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손가락으로 계단을 하나하나 세며 눈동자는 청솔모의 꽁무니를 따라 나무를 기어오르다가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물을 받아 줄행랑을 쳤다.
집으로 돌아와 티비를 켜고 홈 쇼핑을 보며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가지 않은 시계추를 잡아당겨서 지루한 하루의 막을 내리던 그는 만감이 오가는 듯 눈을 감았다.
베트남 하늘이 열리고 서서히 내려앉는 비행기는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안착하고 공항에는 조 사장님과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마중을 나왔다.
공항에서 출발하는 소형버스를 타고 하롱베이로 가는데 부슬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으슬으슬 추웠다. 목적지까지는 서너 시간쯤 걸리는 거리 베트남 노래가 흘러나왔다. 민속노래인 줄 알았는데 요즈음 유행하는 노래라고 했다.
조 사장님의 소개로 유명하다는 쌀국수집으로 갔다. 쌀국숫집에 도착하여 쌀국수를 주문하면서 향을 조금만 넣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쌀국수 맛과는 조금 다른 맛이었다. 소고기 국물에 끓인 쌀국수 가락은 납작하고, 국물은 거의 없고 면은 많고 그대로 먹으면 향이 너무 강하고 그렇다고 향을 넣지 않고 먹어도 맛은 그저 그랬다.
   차창을 스치고 지나가는 낯설지 않는 거리의 풍경 속의 낯선 풍경, 차로 면을 적게 하여 뒤로 긴 직사각형 건축물이 대부분 도시를 형성하고 있다. 공산국가에서 땅 배분을 할 때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어 주려고 한 설계라고 조 사장님은 소개했다.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이삼층으로 지어져 있었고 담이나 대문은 없고 집으로 들어가는 통로는 자바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다. 지금도 궁금한 것은 커튼을 창 안쪽으로 단 것이 아니라 창 밖에다 단 것이다. 비가 오는데도 많은 자전거가 차 사이를 비집고 달렸다.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에 사람들은 털모자와 마스크를 끼고 두꺼운 옷과 비옷을 걸쳐 입고 지나갔다.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는 시속 사십 킬로미터로 달리게 되어있어 자동차도 자전거도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었다.
고속도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는 속도를 낼 수가 없어 답답한 조 사장님은 하루 종일 냉냉 냉냉을 외치신다. 냉냉이란 말은 빨리빨리라고 해서 웃지만 빠르게 변화되는 삶을 살아온 우리는 답답했다. 뒤차가 경적을 울렸다. 경적 대회를 여는지 여기저기서 울렸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니 경적소리에 멜로디가 붙어서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베트남에서는 자동차가 노래를 부른다, 바, 바바방, 빠바바방방, 바방방 바방, 방방방 경적 소리가 날 때마다 입속에서 멜로디가 먼저 고속도로를 달렸다. 느긋한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은 시끄러운 경적소리를 낼 때에도 날카롭지 않고 서로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경적을 울렸다. 차와 자전거가 뒤엉켜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잘 피해서 다니고 자동차도 요리조리 자전거를 잘 피해 다녔다.
차창으로 보이는 낮게 지은 건물은 사람이 사는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조 사장님께 물어보니 납골당이라고 했다. 사람이 살아도 될 만큼 잘 만들어진 납골당 어떤 곳은 사람이 사는 집보다 더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이곳에서는 집 가까운 곳에 조상들의 납골당을 만들어 놓고 드나들며 예의를 지키고 공경하는 풍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우리고 살고 있는 곳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베트남은 지방으로 갈수록 우리나라 칠십 년대의 모습과 비슷하고 사람들이 바지를 걷어 올리고 모내기를 하는 모습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여러 나라의 공통된 모습이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옥수수와 감자를 캐서 도로 가에 내놓고 파는 모습이 보였다. 정겨운 고향의 향수가 느껴졌다.
도로 길가에 죽 늘어서 있는 과일상점에서 파인애플을 사 먹었다. 비는 내리고 추운데 파인애플 조각을 들고 맛있게 먹다가 덜덜덜 떨었다. 그를 본 상인은 따듯한 불 곁으로 오라고 했다. 양은 대야에 두 개의 파인애플 껍질을 태우는 모닥불 연기가 뽀얗게 올라왔고 덜덜 떨던 몸도 조금은 풀어졌다.
해변 가 호텔에서 여정을 풀고 이튿날 아침에 배를 빌려서 하롱베이로 가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객실로 올라가려는데 음악소리가 들렸다. 전통의상을 입은 베트남 여인이 전통악기로 연주를 했다. 대나무로 만든 하프 같은 악기와 다른 세 개의 악기를 놓고 연주를 했다. 지나가던 우리 일행도 그곳에 멈추어서 음악을 들었다. 트로트에서부터 발라드까지 우리나라의 대중가요를 연주했다. 익숙한 멜로디에 맞추어 한 잔 걸친 그와 조사장님은 흥에 겨워 잘 기억나지 않는 가사를 떠 올려서 노래를 하고, 우리는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일본 사람들이 와서 구경을 하다가 엔까를 연주해 달라고 했다 갑자기 흘러나오는 멜로디는 독도는 우리의 땅이 나왔다. 당황한 일본사람들은 아니라고 손짓을 해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여인은 진지하게 연주를 했고 신이 난 우리 일행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낯선 악기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내 나이가 어때서, 숨어 우는 바람소리, 동행, 독도는 우리 땅까지, 어깨를 잡고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우리나라의 노래를 먼 이국땅에서 부르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고 콧잔등이 시큰해져서 목이 터져라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베트남에서의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바람은 더 세차게 불었고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경관으로 지정된 곳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로비로 내려왔는데 배가 뜰 수가 없다고 했다.
“좀 사나운 날씨이지 배가 뜰 수가 없을 정도는 아닌데……. 뭐야!”
   베트남의 날씨로는 대단한 한파가 왔다. 갑자기 찾아온 한파에 사람들은 털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눈만 내놓고 걸어가고 뉴스에서는 바나나 나무가 다 얼어 죽는다고 야단이었다.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우리도 한기에 몸을 떨며 더운 나라에서 얼어 죽게 생겼다고 이구동성으로 떠들었다. 난방 시설이 전혀 없는 나라 우리나라의 초겨울 날씨, 비가 오락가락하고 바람이 불어서 몸이 으슬으슬 추우니 더 춥게 느껴졌다.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결국 배가 뜰 수가 없다는 통보를 받고 우리 일행은 차를 타고 아쉬움을 안고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한 시간쯤 달렸을까 비는 그치고 얄미운 해가 배시시 얼굴을 내밀었다. 배가 뜬다는 전화를 받고 다시 되돌아오던 길을 다시 갔다. 하롱베이로 가는 배 안에서 일행은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더니 물의 양을 조절을 못해 라면 국물에 배를 띄워 한강을 건너가도 될 만큼 물이 많았지만 추위를 녹이는 고향의 맛이었다.
하늘과 바다가 회색빛으로 맞닿은 틈새로 드나드는 황소바람이 사람을 잡았다. 음매음매 울부짖으며 좁은 구멍을 비집고 들어오는 황소, 황소가 정말 무서웠다. 크고 작은 무인도가 삼천 개나 모여 있는 하롱베이, 간판 위로 가서 두 팔을 벌리고 소리를 질렀다. 날씨의 변덕이 심해서 좀 더 먼 바다까지 나가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황소의 울음도 따스하게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무인도를 보니 가슴이 뻥 뚫렸다. 바닷속의 해초가 되어 춤을 추고 있을 때 주문한 해산물 요리가 나왔다. 샤브샤브를 하려고 물을 끓이는 양은 냄비는 예전에 우리가 연탄불 위에 올려놓고 쓰던 찌그러지고 닳은 냄비였다. 팔팔 끓는 물에 먼저 꽃게를 넣었다. 우리 일행은 추위에 한 참을 떤 눈동자를 꽃게를 따라가며 반짝였다. 알이 꽉 찬 게의 맛은 일품이었고 싱싱한 새우와 오징어는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마지막에는 생선을 먹는데 생선특유의 냄새가 좀 나서 남기기로 했지만 대체로 음식이 싱싱하고 푸짐한 것이 정말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일행은 무인도로 올라가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와 산으로 올라가서 눈에 바다를 담았고 배 안에서 또 먹었다. 현지인들이 판매하는 손거울을 사려고 했는데 이곳의 특성을 잘 아는 조 사장님은 흥정을 했다. 물건값의 절반 이하로 내려서 흥정하여 결국 반값으로 샀다. 이곳의 사람들은 절대로 안 된다고 하면서도 금방 웃으며 물건을 내어놓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소박하고 순한 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보면 볼수록 친근함이 느껴졌다.
   여행 둘쨋날에는 장안이라는 곳에 가서 카누와 비슷하게 생긴 배를 네 명씩 조를 짜서 배를 타고 강을 따라 갔다. 배를 젓는 여인은 공무원이라고는 하는데 박봉으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노를 젓는 여인은 강가에 핀 연꽃처럼 숭고하고 가냘펐다. 강을 따라서 가다 보면 동굴이 나왔고 그 밑으로 지나갔다. 동굴을 지나갈 때면 두 발로 노를 젓는 여인의 모습은 참 신기하기도 했고 힘들겠다는 생각에 노를 저었다. 노을 저어 간다는 것은 여인의 힘으로는 중노동이었다.
어두운 동굴 속으로 배는 들어갔고 바위에 머리가 부딪칠 수가 있어 얼른 머리를 숙였다. 동굴이 넓은 곳 언덕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가 즐비하게 놓여 있었는데 전통방식으로 담은 술단지이었고 숙성될 때까지 그곳에 두고 먹는다고 했다. 길게 이어진 동굴 속을 한참을 지나갈 때에는 헤리포터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길이 없는 물 위에 길을 만들어서 다니던 길을 이제는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새로운 경험이었고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잿빛 하늘 속에 우리가 담기었고 차들도 담기고 그 위로 출렁출렁 비바람이 지나갔다.
   관광객 대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었다. 관광지마다 우리나라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친숙한 아줌마들의 수다도 쉽게 들을 수가 있었다. 이곳을 관광하는 시간 동안에는 잿빛 하늘 속에 우리와 풍경이 담겼고 그 위에 출렁출렁 비바람이 지나갔다. 같이 간 딸아이들이 선물로 바게트 빵을 사러 가자고 했다. 베트남은 프랑스의 지배를 오랫동안 받았다. 다른 것도 지대한 영향을 받았지만 그중에도 바게트 빵의 맛이었다. 하노이 중심지에 있는 대형마트 안에 있는 빵집으로 갔었는데 빵이 모두 팔려서 없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다. 몇 시간을 달려서 왔는데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옆에서 조그마한 아주머니가 바게트 빵 아홉 개를 사서 카트에 담고 우리를 보며 웃고 있었다. 바삭한 바게트 빵에 홀린 일행은 조그마한 아주머니에게 몇 배나 웃돈을 주고 빵을 샀다. 그 자리에서 바게트 빵을 먹어보니 밖에는 바삭바삭하고 안은 부드럽고 고소하고 소문대로 맛있는 빵을 한 아름씩 안고 나오며 행복한 하루를 상상 속에 넣었다.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지사님이 우리 일행을 저녁식사에 초대해주어 베트남에서 제일 높다는 빌딩에 있는 비원이라는 한식당에서 돼지갈비 먹고 편안한 잠자리와 환대 우리와 함께 해 주신 분들 호텔에서 뜻밖에 지인을 만나고 반가움에 손을 잡았고 어깨를 매고 춤을 추는 우리는 우리,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우리를 더욱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날 조 사장님이 사시는 호텔에서 묵기로 하고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고속도로에는 거북이들의 행렬이 시작되고 우리도 냉냉, 냉냉를 외쳤다. 이튿날 아침에 잠깐 짬을 내서 재래시장을 구경했다. 얼른 보기에는 시장의 골목도 좁고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줄 두 줄 겹겹이 싸인 껍질 속의 양파 같았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이나 과일 채소 등 우리의 것과 비슷한 것이 많았다. 신기하게 눈에 들어온 것은 두부였는데 두부의 모양이 약 오 센티미터 넓이로 길이는 약 칠팔십 센티미터는 되는 긴 두부였다. 저 모양으로 어떤 요리를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약 두서너 평쯤 되는 좁은 가게의 한 쪽만 벽으로 되어있었고 그야말로 난전과 같은 곳에서 장사를 하는 모습이 어려웠지만 정 많았던 우리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나의 자화상이었다.
시골에서 쓰던 재래식 농기계나 문구, 생활의 풍습이 우리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추와 무 그리고 양배추 등 먹을거리도 우리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고 이제는 우리나라에는 없어진 물건들이 아직도 그곳에는 많이 쓰이고 있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다음 일정을 위해 차를 탔다. 
우리 일행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본사 계시는 여러분들이 모여서 반겨주셨다. 한국 식당에서 일행들은 삼겹살을 구워 상추와 김치에 싸 먹으며 우리나라 소주와 베트남 소주를 섞어 마시고 청국장에 밥을 비벼 먹으며 고향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오랫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고향의 향수를 달랬다. 주거니 받거니 진한 남자들의 우정이 쌀쌀한 식당의 온도를 섭씨 이십오도로 올렸다. 찰찰 넘치는 소주잔을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의 눈시울이 흐려졌다. 오늘 이국땅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출근길 작업복을 입고 회사로 가는 젖은 발걸음, 할 일 없이 그저 이방 저 방문 앞을 기웃거리다가 뒷산으로 등산이나 가는 하루, 청춘을 다 바친 처음이자 마지막 일터, 지난날의 회상은 남자의 미래를 반추했다. 대학을 다니는 막둥이 녀석의 해맑은 웃음이 떠올랐다가 임시직으로 몇 년을 보내고 있는 큰애의 처진 어깨, 관절염으로 다리 수술을 받은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자의 붉은 눈동자가 거리를 오가는 자동차의 뒷바퀴에 감겨서 울먹였다. 마지막 소주잔을 받은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그 위에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가장만 바라보는 가족과 노후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왔고 빼앗긴 젊음이 억울해서 텅 빈 내장을 자꾸만 밀어 넣어도 남자의 한 쪽 가슴에 커다란 물주머니가 생겼다. 창밖으로 돌리고 있는 남자의 눈에 고인 눈물이 비가 되어 이국땅을 적셨다. 가족의 앞에서는 울지 못하고 참고 참았던 눈물이 창문을 두드리며 하염없이 내렸다.
밤새도록 비를 맞은 우리의 가슴에도 커다란 물주머니 하나씩 매달고 있었다.









**약력:2010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도시의 원숭이』. 막비시동인. 리토피아문학상,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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