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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19호/권두칼럼/백인덕/이 ‘불편한 시대’에 ‘살기’를 다시 생각하며


이 ‘불편한 시대’에 ‘살기’를 다시 생각하며


백인덕



  제목을 쓰고 그 아래 이름을 입력하는데, ‘배긴덕’이 된다. 순간 후배 ‘함기석’ 시인을 ‘함쥐돌’이라고 놀려대던 시절이 떠올랐다. 사람 많은 술자리에서 그렇게 몇 번을 당했던 시인이 어느 날 반격을 시작했다. 나를 ‘베긴돌’이라 부른 것이었다. 그 후로 한동안 ‘함쥐돌과 베긴돌 부라더스’가 되었다. 한마디로 ‘돌’처럼 무식한 짓을 대학 선후배가 한 셈인 것이다. 그저 모교에 누가 되지나 않길 바란다. 갑자기 이 헛소리를 길게 하는 이유는 가뜩이나 살기 힘든 ‘시대’에 이 ‘사회’를 불편하게 하는 ‘사태’들이 그야말로 ‘사태沙汰’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정상사회라면 서로 싫으면 인사조차 건네지 않고, 서로 인사를 나눌 사이라면 최소한 ‘미소’ 뒤에 ‘칼’을 감추지는 않는 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제도 기관에서조차 싫든 좋든 무조건 ‘미소’부터 지으라고 강요한다. 생존의 벼랑으로 몰린 마당에 무슨 선택지가 남았겠나, 모조건 큰소리로 앞장서 ‘YES!’를 외치고 본다.
  집사람은 요즘 작업하면서 법륜 스님의 말씀을 틀어놓곤 한다. 그 소리가 옆방의 나한테까지 간혹 들리곤 하는데, 오늘 아침 깨자마자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있는데, 예의 그 칼칼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러분, 사는 게 쉬워요, 죽는 게 쉬워요. 입으로는 콱 죽어버린다 하지요. 하지만 사는 게 쉬워요. 사는 건 그냥 있어도 살아지지만 죽으려면 뭐라도, 하다못해 뭐라도 쬐끔(조금) 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는 게 쉽다. 그러니 쉬운 걸 해야지 왜, 굳이 어려운 걸 하려고 기를 씁니까?” 절로 무릎이 탁 쳐진다. 그래 죽으려면 번개탄이라도 피워야 하고, 연기 빠지지 않게 하려면 창틈, 문틈에 청테이프라도 붙여야 하고, 오규원 시인의 시처럼 죽었는데 부검한다고 빤쓰를 벗겼는데 누렇게 떠 있으면 검시관이 얼마나 욕을 할까, 두려워 샤워하고 내의도 갈아입어야 하고, 에라! 그렇게 신경 쓰느니 그 시간에 소중한 마음 담아 보내온 시집을 읽거나 잘 써지지 않아도 시나 한 편 구상하는 게 낳겠다. 즉, 시대와 사회는 불편해도 바르다, 정의롭다 고집하지 말고 그냥 사는 게 쉽지 싶었다.
  무릇 문학은 ‘불편’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작금의 사태와는 무관한 말일 것이다.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우리는 결코(무로부터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백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중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우리는 리듬들을 취하거나 아니면 리듬을 부여하기도 한다”고 했다. 시작에 연연하지 말자, 지금은 늘 중간이고 이 과정이 실존일 뿐이다.





*백인덕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끝을 찾아서』, 『한밤의 못질』, 『오래된 약』,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 『단단斷斷함에 대하여』, 『짐작의 우주』.저서 『사이버 시대의 시적 상상력』 등. 본지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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