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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19호/특집Ⅱ 봄, 시의 에너지/우동식/남쪽 작은 섬을 찾아 나선다


남쪽 작은 섬을 찾아 나선다


우동식



그 여자 분주하다
일곱 딸 거둬 먹인 젖가슴 흔들어대며
―요고 요고 인자 나온 햇것을 나가 똑, 똑, 따서 조물조물, 아침에
그랬당께.―
머위 새잎 쓰디 쓴 내음
이게 바로 개도의 봄


자연산 회 시켰더니
커다란 파전, 통통한 홍합무침, 묵은지, 양푼 채 맡긴 머위 어린 잎
덤으로 술술 나오는 그 여자 인생 한 접시


낯선 섬에서의 낮 술
생 날 것이 이렇게 혀끝 달게 하다니
바닥이란 말은 애초에 술잔에만 있었던가
빈 술병 즐겁게 늘어나고
―자연산은 역시 맑은 지리 탕이지 한 번 잡서 봐 -
양은 냄비 안 뜨거운 섬 한 쪽


                                 ―「그 여자의 섬」, 최향란


  봄비가 단꿈처럼 내리는 날이다. 파스텔 톤의 섬 풍경은 좀 더 짙은 수채화 풍으로 변하고 있다. 「그 여자의 섬」에 나오는 개도는 여수돌산도 서쪽에 위치 해 있고 약 500여 세대가 살고 있는 섬이다. 1914년 돌산군이 폐군되면서 옥정면과 통합되어 화정면이 되었다. 이때 면소재지가 백야리로 옮겨가고 이곳에는 개도출장소가 설치되었다.
  구전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이동예가 난을 피하여 입도하였다고 한다. 1896년 돌산군이 설립되어 화정면이 되었다. 서남쪽에 우뚝 서 있는 전제봉과 봉화산이 개의 두 귀가 쫑긋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천제봉 형상이 우산처럼 장엄하게 우뚝 솟아 솥뚜껑처럼 생겼다 하여 덮개 개를 써 개도라 하였다
  막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촌이나 농촌이나 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이런 날은 섬사람들도 바다가 훤히 보이는 마당 한쪽 평상이나 댓돌이 있는 마루에서 낮 술판이 벌어지고 삶의 질퍽한 이야기가 오가는 게 일쑤다. 그 유명한 개도막걸리에 통통한 홍합무침, 묵은지, 파전에 쓰디쓰고 뒷맛이 달짝지근한 머위어린 잎 무침과 함께 그 여자의 일생도 한 상 차려진다.
  처음 보는 사람도 너나 할 것 없이 걸쭉한 막걸리 사발이 건네지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낮술이 불콰해지는 것이다. 그 때 쯤이면 그 여자의 섬이 한 보따리 풀어지는 것이다.
  6,25동란으로 초목근피로 연명할 때 피난살이로 들어온 게섬이었던 이야기며, 섬 총각들과 낚시 하다가 술김에 하루밤 잤는데 덜렁 임신하여 결혼한 이야기며, 딸만 일곱 낳고 시어머니에게 구박당하며 살아 온 이야기며, 그래도 억척스럽게 딸아이들 잘 키워 교수며 의사며 선생님이며 공무원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며, 막걸리 같은 걸쭉한 입담을 풀어 놓는다.
  그 여자의 섬은 개도이지만 그녀의 몸은 그 섬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바닥 같은 삶을 살았지만 그녀의 정신은 인자 물질 해온 햇것 같이 풋풋하고 머위 새잎 같은 쌉소롬 한 것이며 묵은지 같이 잘 숙성 된 것이다.
  어디에서나 정붙이고 살면 거기가 고향이고 어디에 가서 사나 사는 것은 매 한가지라고 막걸리 한 잔 권한다. 개도막걸리에 자연산 지리, 양은 냄비 안쪽이 들끓는 날이다. 그 여자의 섬은 빛나는 보물섬처럼 보이다.





*우동식 2009년 《정신과 표현》,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 바람평설』 시해설집 『바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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