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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19호/특집Ⅱ 봄, 시의 에너지/정령/詩, 詩, 때때로 오는 봄의 전쟁


詩, 詩, 때때로 오는 봄의 전쟁


정령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 죽는다는 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봄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런 봄이 주는 이미지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이고 선정적이기도 하다.
  봄이라는 글자를 가만가만 읽다보면 ‘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 같은 느낌도 난다. 은밀하게 무엇을 볼 때 그윽하게 누군가를 볼 때 ‘봄’이 주는 의미는 모든 이들에게 설렘을 주기도 하고, 아련한 애틋함을 주기도 하며 또한 무작정 기다림을 주기도 하고, 무엇인지 새롭게 시작하는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다시 말해 ‘봄’이 주는 언어의 감각은 누구에게나 오감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새롭게 느껴지는 ‘봄’이라는 글자를 음미하다보니 자연스레 ‘몸’이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떠오르고 감각적인 몸 이곳저곳에서 길가에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감각들이 느껴진다. 봄은 그렇다. 그토록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바람도 나무들도 풀과 꽃들도 시인들은 시로써 봄을 표현하지만, 꽃들은 꽃으로 피어남으로써 봄을 표현하고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나타낼 것이다. 또 바람은 보드라운 입김으로 다가오며 표현할 것이고, 나무들은 나무답게 연한 초록 잎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을 할 것이다. 시냇물은 졸졸졸 소리로 귀를 간질이며 표현할 것이고, 아지랑이는 아른거리며 봄 거리를 어지럽게 피울 것이다. 그렇게 자연은 각각의 특징이나 느낌대로 봄을 표현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봄은 그토록 우리에게 자연 그대로 생동감을 주며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온 우주 안의 모든 만물들은 봄을 나타내기 위하여 갖가지 수법으로 자연스레 봄을 만끽하도록 자유자재로 그려낸다.
  만물이 소생하는 그러한 봄이 가져다주는 에너지는 그만큼 모든 이들에게 그래서 더 희망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두꺼운 겉옷을 벗고 빛이 주는 따스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계절이기 때문에 어느 계절보다 봄은 살아 숨쉬는 모든 것들의 몸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꽃이 피고 벌이 날아오고 나비가 날아오고 강남 갔던 제비가 날아오면, 지난 가을에 떠났던 이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어 부르던 노래가 생각난다. 가수 박인희가 부른 ‘봄이 오는 길’이다.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봄이 찾아온다네/들 너머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아지랑이 속삭이는/봄이 찾아온다고/어차피 찾아오실 고운 손님이기에/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하얀 새 옷 입고/분홍신 갈아 신고/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에/봄이 찾아온다고/들 넘어 뽀얀 논밭에도 온다네


―김기웅 작사 작곡, 박인희 노래 가사「봄이 오는 길」


  이 노래는 가사가 쉽고 곡도 잔잔하다. 하지만 봄이 오는 광경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게 한다. 봄은 봄을 그리는 이에 따라 잔잔하기도 하고 전쟁처럼 치열하기도 하다. 겨울잠을 자던 은폐중인 동물들이 참호를 뛰쳐나오고, 생존을 위하여 여린 풀과 나무들의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며, 땅과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하는 봄을 그린 시가 있다.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오세영 시집 『봄은 전쟁처럼』 중 「봄은 전쟁처럼」전문


  봄은 실제로 전쟁과도 같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깨어나 모든 이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거친 땅을 뚫고 나오는 여린 잎들을 보라. 굳은 땅을 헤집고 나오기까지 여린 잎은 몇 번이고 시도를 했을 것이며 부딪혔을 것이다. 그렇게 전쟁 같은 봄이 전쟁의 포문을 열면 온 세상은 봄의 전쟁으로 치열하게 앞 다투어 현란한 색과 신비로운  향기와 오묘한 자태로 온 세상을 들끓게 한다. 그렇게 봄의 전쟁이 일어나면 여기저기서 꽃들의 반란이 일어나고 꽃들의 혁명도 일어나고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꽃들의 습격과 침투도 일어난다.


  공습경계경보, 꽃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제주 유채군단, 남해 동백사단을 시작으로 전라도 벚꽃여단과 경상도 배꽃특공사단이 북으로북으로 돌진해오고 있다. 노란 전령사 민들레는 현호색, 산자고, 난쟁이붓꽃, 애기똥풀, 양지꽃, 제비꽃들의 보병군단을 모아 불쑥불쑥 아무데서나 출몰했다. 남녘을 해일처럼 뒤덮고 쳐들어오는 병사들은 일명 매화니 산수유니 벚꽃이라는 암호명을 썼고, 온 하늘에서는 꽃비가 내리듯이 분분히 낙하하며 침투해오고 있었다. 꽃들이 꽃을 잊은, 꽃을 떠난, 꽃을 망친 자들에 대하여 항거하며 혁명을 일으켰다. 눈 돌리는 곳마다 형형색색의 사태가 벌어져 초토화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폭탄처럼 터지는 꽃들의 습격은 온갖 이름들로 특명을 받고 난무하며 흩날렸다. 초록 능선에서 지원받은 튤립부대는 출정을 기다리며 도열했고, 이미 점령해버린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에 대한 지령들은 벌써 녹색경보가 발령되어 연두색방호벽을 두르고 있었다. 녹색 당국은 꽃들의 침투에 대하여 훈련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고, 발령한 공습경보에 대해서는 온종일 인간들의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마다 화포를 쏘게 하는 등화관제훈련을 벌였다.
꽃들이 총을 겨누었다. 오월의 총소리!


―정령 시집 『연꽃홍수』 중 「꽃들의 봉기」 전문


  봄은 그래서 습격이 일어나는 것이다. 반란이 일어나는 것이고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봄은 전쟁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흠모하는 봄이지만 그 봄은 어딘지 모를 깊은 속에서 전쟁을 일으키며 ‘한 치의 땅’을 뚫고 솟아나오며 침투하는 것이고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래서 봄이다.
  세상의 모든 시들도 곳곳에서 침투하고 습격하고 혁명과 반란을 일으키면서 詩, 詩, 때때로 이 봄, 모두 살았으면 좋겠다.





*정령 2014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연꽃홍수』, 『크크라는 갑』. 계간 《아라문학》 편집장.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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