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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19호/신작시/강경애/거미 외 1편


거미 외 1편


강경애



커다란 거미 한 마리 집안 곳곳을 스캔하고 있다
허공도 아닌데 긴 실타래로 길 만들며 숨을 곳 찾느라 여념이 없다
창문 밖 문틀 사이에 이십여 칸짜리 집 지어 놓고도
무슨 연유로 겁 없이 망을 헤집고 들어온 것인가
나는 손바닥 펴 들고 내리치려다가
줄을 타고 어느 건물 벽에 납작 붙어 있던
한 사내를 떠올린다
그는 유리 닦다 말고 안쪽을 바라보며 일손을 멈추었다
누군가를 본 것인지, 그 안의 삶이 부러운 것인지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거리는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거미줄에 걸려든 곤충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사내는 공중에 매달린 채 그대로 생을 접으려 한 것인가


거미는 집안으로 들어와 허공의 생을 피하려 할 뿐  
자기가 내쏟은 실타래로 몸을 감지 않는다.





신新 시지프스 신화



굽은 등에는 보다 큰 짐 짊어지고 히말라야 산맥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 짐꾼들이 있다
오래된 짐꾼 당나귀처럼, 트레킹족 짐 지고 산등성이 끝없이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는 일로 한 생을 보낸다


몸져 누운 남편 대신 짐을 진 여인과 어린 아들, 변변한 신발도 없이 세찬 바람 눈보라 몰아치는 설산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어미는 가파른 언덕길마다 무릎 움켜쥐고 골짜기에 신음과 눈물 뿌리며 올라가고, 아들은 먹먹한 가슴 들키기 싫어 냅다 혼자 내달린다
 
이미 활시위에 당겨진 화살인가, 아직 남겨진 화살통 속의 화살인가
 
생을 관통하는 운명의 변주곡이 히말라야 산골짜기에 울려 퍼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강경애 1992년 《시와 비평》으로 등단. 작품집 『바람은 바람을 일으킨다』, 『그래 우리 진정 사랑한다면』, 『삭제하시겠습니까』, 『긴 악수를 나누다』. 에세이 포레 문학상 수상. 청시동인. 계간시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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