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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21호/신작시/지연/사람이 구름 떼 같아 라고 당신이 말할 때 외 1편


사람이 구름 떼 같아 라고 당신이 말할 때 외 1편


지연



구름은 당산나무
스스로 이름을 매달아 본 적 없지


어둠 속 탯줄을 가지고 노는 구름이
목을 맨 혼들을 잎사귀로 붙여놓았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가
머리를 조아렸지 손바닥을 비볐지


그 여자 딸을 낳았지
절름발이 계집애였지
절름발이 그 계집애 또
절름발이 머심애를 낳았지


매달린 적 없이
매달아 본 적 없이


비가 절름발이로 내렸지
절름절름 파종된 씨앗이
도시의 구름 떼로 몰려다녔지





실뱀에 관하여



어머니는 뱀이 우글거린다고 하였다
거울 속에 실뱀들이 갈라진 혓바닥을 내민다고
출렁출렁 침대를 범람한다고
 
어디서 흘러왔니, 창백한 뱀? 강물로 흘러가던 뱀이 목을 든다
 
상순이 집 마당에서 실핀 하나 주웠지 그것이 어쩌자고 무밥을 먹고 사는 상순이 집에 있었는지 새벽 강가에 나가 어쩌자고 실핀을 던졌는지 어쩌면 물살에 휘말리다 살아났을 때부터 물주름이 생겼는지
 
똬리 뜬 뱀이 헤엄치자 어머니는 온종일 엄지손톱으로 눌러 죽였다 그러나 뱀은 기어나갈 물주름을 온몸에 넓힌 지 오래여서 수풀 그림자를 만들고 반딧불 울음소리를 만들고 힘줄 곧은 실잠자리를 만들었다 어머니는 웃다죽이다울다죽이다날다죽이다를 반복했다 오늘은 사회복지사가 오는 날 오랜만에 정신이 쨍쨍하니 빛이 도는 날 
 
할머니 단어를 기억하세요
사과, 돌멩이, 왜가리, 자동차, 소나무
바닥에 자꾸만 떨어지는 말을 주워서 머리에 찔러 넣는 어머니
몸 안에 남아있는 물을 비우면서 입술 끝을 올린다
사과 돌멩이 다음이 뭣인디?
 
뱀이 목을 들어 복지사 목울대 진동을 읽다가 멈춘다 흔들리는 거울 속 수풀들, 복지사는 뭔가를 끄적끄적 적고 나는 점수 못 맞은 자식을 보듯 어머니를 보는데 어머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어둠을 꼬아 뱀을 죽이고 죽여서는 볕에 널었다
  
다른 디 가서 까끔 허니 살어라





*지연 2013년 《시산맥》으로 등단. 2016년 <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시흥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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