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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7.01 09:38

72호/신작단편/태우/그린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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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신작단편/태우/그린 잠수함


그린 잠수함


태우



그나마 제 소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계뿐이었다. 시계는 어느 날부턴가 빨라졌다. 시간은 무의미했다. 시계 위로는 미색 커튼이 쳐져 있었다. 커튼 뒤에는 창문이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바람이 주인인양 그곳에 길을 내어 드나들었다. 방 밖 옥상 구석으로 바람이 웅웅거리며 몰려 다녔다. 흡사 짐승의 울음소리 같았다. 이불깃을 코 밑까지 끌어올렸다. 이불 속에서 죽은 듯 누워 있는 것이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이란 걸 몸이 먼저 알아챘다.


천장에 과대하게 부풀린 직사각형 그림자가 비쳤다. 형광등이 끼워진 녹슨 갓이었다. 형광등은 점차 시력을 잃어 가는 노인처럼 명도를 잃어갔다. 형광등 주위로 먼지 입자가 하릴없이 날아다니다 밑으로 내려왔다. 그것을 눈으로 쫓던 나는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노란색 잠수함을 타고 있었다. 물놀이용 튜브에 바람을 한껏 넣어 부풀린 것처럼 가벼운 것인데 낯이 익었다. 야적장 같이 낡은 사무실 집기와 공사 자재가 어지럽게 쌓여 있는 옥상 한편에 버려진 물탱크였다. 덧칠한 것인지 노란색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초록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탱크는 원통형으로 내 키를 넘는 높이였다. 하단에 수도꼭지가 달려 녹슬고 있었다. 물이 채워져 있을까. 수도꼭지를 틀어보고 싶었으나 손을 뻗다 말았다. 물이 나온다 해도 소용없었다. 발로 물탱크를 툭툭 찼다. 팅팅 소리가 튕겨져 나왔다.


잠수함 밖으로 눈을 돌렸다. 납작한 물고기, 외눈박이 물고기, 입과 꼬리가 뒤바뀐 물고기, 그것은 몸에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야광 물고기였다. 주먹만한 혹이 달린 물고기도 보였다. 기이한 형태의 물고기 무리가 컴컴한 물속을 자유자재로 유영하고 있었다. 비좁은 잠수함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나는 몹시 외로워졌다. 만일 잠수함을 버리고 물속으로 나간다면, 내 몸에서도 지느러미가 돋고 비늘이 달리고 아가미 없이도 숨을 쉬고 물고기들과 섞일 텐데.


귀에 익은 지연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 수 있어. 통화를 시도해 봐.
나는 천장에 달린 잠수함 뚜껑을 힘껏 열었다.
쏴아아…… 물폭탄이 쏟아졌다.
눈이 떠졌다. 몸이 뻣뻣했다. 방안을 둘러보았다. 보일러 연소 버튼에 들어온 불빛이 보였다. 붉은 빛이 반짝였다. 감시견의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는 것 같았다. 웃풍이 센 방안은 밖의 온도와 별 차이 없을 거였다.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고 있었다. 칼바람이 목깃을 스쳐지나갔다. 나는 잠바 지퍼를 올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미니슈퍼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슈퍼 문을 여는데 손잡이가 획 돌아갔다. 손잡이를 조인 나사가 튀어나와 있더니 아예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카운터 구석에 있는 소형 텔레비전에 눈을 두고 있던 주인이 나를 돌아보았다. 지루한 표정이었다. 계란 열 개를 주문하고 나는 진열장 한편을 눈으로 더듬었다. 어릴 때 먹던 아폴로가 보였다. 그때는 학교 앞 문방구 어디서든 살 수 있는 만만한 군것질 거리였다. 주인이 내민 비닐봉투를 받고 나는 돈을 건넸다. 봉투를 열어보니 귤이 들어있었다. 또다시 난감했다. 거스름돈을 챙기고 있는 주인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귤이 아니라 계란입니다.”

“귤이라고 했잖수, 총각.”
“계란 주세요.”
“번번이…….”


주인은 거스름돈을 내려놓고 봉투를 낚아채 듯 가져갔다. 한치 건너 보이는 게 편의점인데. 빨리 가게를 내놓던가 해야지 원……. 주인이 혼잣말을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귤을 꺼내 제자리에 놓는 등 뒤에서 짜증이 묻어 있었다. 약간의 위협을 줄 정도로 짜증이 내게 옮겨 왔다. 주인이 내민 것은 참치 캔이었다. 나는 그냥 참치 캔을 받아들고 가게를 나왔다.


골목에는 어둠이 고여 있었다. 그 속에서 불빛이 툭 튀어나왔다. 흠칫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누군가 지나가면서 통화하고 있었다. 불빛은 스마트 폰에서 나온 거였다. 집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빨라졌다. 찬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들어 어깨를 웅크렸다. 숨 쉴 때마다 입김이 퍼져 나오다 흩어졌다. 그 끝에서 우동 광고가 생각났다. 그렇다고 뜨거운 국물 따위가 먹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광고 속 여배우가 눈에 밟혔다. 


언젠가 나는 지연 선배와 버스 정류장에서 우동광고를 보았다. 그날 우리가 타려던 버스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지루해진 내가 게시판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선배도 광고에 눈을 두었다. 광고는 세 컷의 필름을 그대로 인쇄한 모양이었다. 눈 덮인 산야를 배경으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오른편에 김이 피어오르는 일회용 우동 그릇이 있고, 상표가 초서체 세로로 씌어져 굵고 선명했다. 여배우가 팔을 엇갈려 자신의 어깨를 감싼 채 왼쪽 하단에 위치했다. 꽈배기 무늬의 흰색 앙고라스웨터를 입었지만 배우는 몹시 추워 보였다. 머리 위로 흩날리고 있는 함박눈을 올려다보는 고개 짓이 연속으로 찍혀 있었다. 하늘로 쳐든 배우의 목이 두툼한 털스웨터 안에 꽂혀 있는 것 같았다. 툭 치면 댕강 떨어져 내릴 것 같이 가늘어서 불안했다.
“광고의 본질에서 벗어났어.”
지연 선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배우의 눈을 가리켰다.
“눈에 어떤 욕망도 들어 있지 않잖아. 모델이 먹고 싶어 하지 않는데 소비자가 저 제품을 먹고 싶은 맘이 들겠어?”
하지만 나는 광고 속의 배우가 안쓰러웠다. 광고 속으로 들어가 알을 품듯 배우를 안고 싶었다. 체온이 맞닿으면 추위가 다소 풀리겠지. 혹시 아는가, 정지된 성기능이 회복될지. 자세히 보니 배우의 눈빛은 지연 선배의 말과 일치했다. 뜨끈한 우동 국물로는 치유 불가능한 외로움이 눈빛에 가득했으며 그로 인한 혹독한 추위를 떨쳐 낼 수 없는 것 같았다.


한 달 전, 그 배우는 자살했다.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한동안 인터넷에서는 자살 동기에 대한 무수한 사연이 난무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이 알려진 게 없었다. 그 즈음 지연 선배가 내 곁을 떠났다.  


건물 입구에 이르자 집에 들어간다기보다 무슨 사무실을 찾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건물 소유주가 경영하는 건설회사 명패가 입구에 걸려 있었다. 원래 사무실로 세놓던 건물이었다고 했다. 근처에 대학병원이 들어서면서 간호사들의 수요를 짐작해 원룸으로 개조했다고 방을 보러 간 날, 관리인은 말했다. 관리인이 건네준 명함은 그가 건물의 관리과장이란 사실을 금박글씨로 확연히 드러냈다. 하지만 그를 본 것은 계약서를 쓸 때뿐이었다. 방 번호가 표시된 철제문이 복도 양편에 길게 늘어선 구조가 삼 층까지 이어졌다. 옥상 끄트머리에 오뚝 들어선 방, 방 번호가 없었다. 계약서에 확인 도장을 찍기 전 관리인은 시설물의 파손이 있을 시에는 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나는 계약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건물용도에 물탱크실, 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묻자 그는 뭐 문제 있소? 하고 싸늘한 눈초리로 되물었다. 그럴 만도 했다. 엄연히 방이었으며 나는 내가 생각해도 터무니없이 싼 보증금을 지불하고 건물의 세입자가 되었으니까.


애초부터 세입자의 불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는지 낡은 외벽처럼 내부 시설 또한 낡아 통로의 센서 등은 제대로 작동되는 게 없었다. 간호사라면 청결을 생명으로 여기는 전문직일 텐데 세균의 온상지 같은 이곳은 그들의 기피대상 일호일 것 같았다. 계단 청소를 한다거나 수명 다한 전구를 새 것으로 바꿔 주는 일 없었다. 세입자중 누구도 관리인에게 항의하지 않는 듯했다. 나부터도 그랬다. 불편이라는 것도 거듭되다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이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에도 밖의 어둠은 걷히지 않은 채 발끝에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난간을 붙잡고 힘겹게 계단 턱을 밟았다. 다리가 점점 더 무겁고 간간이 따끔거리는 통증이 일었다. 그녀 말대로 비타민 B₁이 부족한 탓인가. 종아리에 차돌멩이 하나를 찔러 넣은 것처럼 부어 단단했다. 지연 선배의 부은 발등이 스쳤다. 온종일 서서 강의하니까 부은 거라며 그녀가 발등을 주물렀다. 나는 왜 한 번도 그녀의 부은 발을 어루만져주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그날도 나는 지연 선배와 한 섹스가 초입부터 어그러져 발기되지 않는 페니스를 절망에 가까운 심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속옷만 겨우 걸쳤다. 귀찮은 듯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비닐 팩으로 싸서 발등에 올려놓았다. 앗 뜨거. 내가 마른 수건을 내 주었지만 옆으로 밀쳐놓았다. 의아했다. 살이 익듯 뜨거워야 찜질할 맛이 나잖아. 미지근한 건 싫어. 역시 그녀였다. 절망과 의아심을 동시에 등 뒤로 던져버리게 하는 말, 싫어. 그녀의 발등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발등이 붉게 물들었다. 나는 다가가 그 부위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후우 불었다. 그녀가 수그린 내 등을 어루만지며 뉴질랜드엘 갈 거라고 말했다. 왜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예삿일처럼 대답했다.
“키위 따러.”
“키위는 여기도 있잖아.”
그녀의 눈이 공허했다. 아니, 뜨끈한 국물로도 추위를 몰아내지 못할 한기가 가득했던가. 어쩌면 그것은 알지 못했던 나의 눈빛이었는지도 몰랐다.
“먹기 위한 게 아니야.”
그녀는 키위를 싫어했다. 과일을 고를 때 여성들 피부미용에 좋다는 말이 있던데, 하며 내가 집어든 것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오렌지를 골랐다.
“4월부터 그곳은 키위 따는 시즌이야. 지금 가면 그 시즌에 맞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 곧 신학기니까 그에 따라 강사가 바뀌면 학원에도 무리는 없어.”


아차, 그녀의 일 년 스케줄을 깜빡했다. 일 년의 반은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살고 나머지 반은 외국에서 농장 일꾼으로 산다는 것을. 그녀가 대학 삼 학년 때 호주로 배낭여행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었다. 잊고 있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 중 유일하게 내 번호가 바뀌지 않은 탓이었다. 내가 전 재산을 털어 마련한 옥탑으로 들어간 첫날, 그녀가 찾아와 환영회 겸 집들이를 하며 외롭지 않게 보냈다. 밤새워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훈기를 느낄 수 있는 목소리와 웃음과 체취가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동안 나는 졸업한 대학 도서관에서, 국립도서관으로, 시립도서관으로 동네의 가까운 구립도서관으로 옮겨가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었다. 수험서 낱장이 너덜너덜해질수록 합격의 소망은 요원했으며 덩달아 목표의식도 흐릿해졌다. 다섯 번째인 올해 시험은 9급이었다. 아예 낮춘 급수였지만 아홉이라는 그 불길한 숫자가 귓가를 시끄럽게 했다.


형의 죽음도 그의 나이 열아홉인 아홉수에 일어난 일이었다. 장마가 한층 사나워지던 무렵, 입시 공부로 얼굴 볼 새도 없던 형을, 금속덩이 열차는 무자비하게 치고 달아났다. 집에서 보았던 형은 어딘가에 머리를 대면 잠에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 또래들이 흔히 겪는 입시병이었다. 팔 다리가 유난히 길어 어느 한쪽을 잡아당기면 조립해 놓은 마네킹의 부위 마냥 쑥 빠질 것 같이 견고하지 않은 자세였다. 심지어 통학버스를 타고 선 채로 잠이 들기도 했다. 천장 손잡이를 잡은 팔에 몸을 십오도 각도로 기울인 그대로 잠들어 정류장을 지나쳤다. 공부에 지쳐서 그렇다고 엄마는 철마다 보약을 지어 먹이고 갖가지 영양식을 들이댔다. 두 살 어린 나는 형이 무언가를 온몸으로 밀어내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공부든, 삶이든, 세상이든. 수능 시험보다 열차 밀어내기 시험을 먼저 택한 걸 보면 내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철로에 누워서 잠이 들었을 거였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어느 쪽이든 싫어, 라는 말을 일찌감치 삭제한 형에겐 쉽지 않았을 일이었다.


사고 후 완강히 만류하는 역무원의 눈을 피해 엄마는 선로 주위를 맴돌았다. 나를 앞세워 빗속에서 형의 없어진 팔을 찾아 다녔다. 청소를 한 탓인지 빗물에 씻긴 탓인지 핏자국조차 보이지 않았다. 조각나고 부서진 뼈를 맞추어 형체를 찍은 형의 사진은 발굴해 놓은 고대인의 화석 같았다. 화석이 되기 전 한쪽 팔은 풍화되어버렸다고 나는 단정지었다. 그리고 팔이 없는 자리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다. 형에게 필요했던 건 팔이 아니라 무게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날개였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거 알아? 키위가 키위새에서 따왔다는 거.”
새라니? 그녀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내 입 속에서는 그린키위의 신맛이 감돌아 침이 가득 고일 뿐이었다.
“내가 일했던 농장 주인이 원주민이었던 마오리족 후손이었어. 뭐 지금은 순수 원주민인라고 할 수는 없지. 워낙 이주민에 대해 개방된 나라다보니…… 덕분에 여성들 투표권을 가장 먼저 인정해 준 나라가 뉴질랜드래. 암튼 백인들이 그들을 차별해서 부른 말이 또 키위였구. 웃긴 건 그런 백인들이 쓰는 동전 중에 1달러짜리를 키위라고 불러. 동전에 키위새가 그려져 있거든. 그 땅에서 항복한 건 백인들인 셈이야. 이런 게 반전이지, 반전.”


그녀는 흰 이를 드러내며 소리 내어 웃었지만 나는 입 속에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키위, 라고 할 때마다 내 머릿속에서는 그린 키위를 반조각낸 초록의 단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신맛이 혀에 닿아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몸이 찌릿해져 진저리를 쳤다.
“선배는 왜 그 과일을 싫어해? 비타민 C가 오렌지의 두 배고 비타민 E는 사과의 여섯 배나 되고 심지어 식이섬유는 바나나의 다섯 배라고…….”
“뭐래?”
문득 대화가 끊기고 그녀와 나는 눈만 끔벅거렸다.
“아참, 모레 출국인데 딱히 짐을 맡겨놓을 데가 없어서 그러는데 캐리어 하나만 맡아 줘. 계약이 끝나서 원룸을 아예 뺐거든. 육 개월씩이나 빈방에 세 나가는 것도 너무 소모적인 거 같구. 나중에 찾으러 올게. 맡아줄 수 있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문 밖에 둔 것인지 노란색 캐리어를 들고 들어왔다. 탈색되어 낡아 보였다. 내가 캐리어를 책상 밑으로 밀어 넣자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참치 캔을 꺼내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냉장고 안에는 삼분 카레, 프랑크소시지, 케이스에 나란히 담긴 두 개의 건전지, 새둥지를 꾹 눌러놓은 것 같은 철수세미, 유효기간을 훨씬 넘긴 우유, 심지어 가스 활명수까지 무질서하게 들어있었다. 계란 대신 슈퍼 주인이 내준 것들은 소비되지 못한 채 쌓여 갔다. 문득 저들과 내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는 제자리에 서서 방안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방은 적막했다. 십사 인치 텔레비전, 건물 밖에 내놓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집어갈 고물덩어리였다. 그러나 버릴 수 없었다. 전원을 켜면 화려한 영상과 이야기와 목소리를 들려주어 연민에 빠질 수 있는 자괴감을 지우고 아늑한 기운을 주는 착한 존재였다. 흑백으로 비치는 편의점 폐쇄회로에 잡힌 화면과는 차원이 달랐다. 편의점 야간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나는 손님이 오가는 출입문보다 카메라에 자꾸 눈이 가곤 했다.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인 색출에 목적을 둔 것이라지만 위치로 보아 직원도 예외는 아닐 거였다. 카메라는 모조리 나를 향해 있었다. 그걸 의식하자 편의점 밖으로 보이는 야경도, 밝은 조명 아래 알록달록 진열된 편의점 안의 풍경도 흑백으로만 보였다.


흑과 백으로 휩싸인 세계에서 나는 방 밖을 나선다는 게 두려웠다. 물리적인 시간과 날짜는 무감각해졌다. 별일 없지?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친구들의 첫마디는 한결 같았다. 그것은 대답을 담보한 말이었다. 나는 응, 아니라는 짤막한 말만 되풀이하다 결국 일 분을 넘기지 못했다. 언제 술 한 잔 하자면서 통화가 끝났다. 그들은 내가 술을 못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투였다. 차차 통화 횟수도 줄어들었으며 서로의 이름이 낯설어졌다.


폭설로 남부지방이 초토화되었다는 뉴스를 끝으로 텔레비전이 죽어버렸다. 텔레비전 오른쪽으로 책상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볼펜이 끼워져 있는 수험서는 가운데가 볼록한 채 손만 갖다 대면 책장을 후루루 넘길 기세였다. 그것을 한 달 가까이 펴보지 않았다.


나는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었다. 참치 캔의 원터치 뚜껑 손잡이가 뒤로 젖혀져 테두리가 올록볼록한 게 금방이라도 뚜껑이 떼어질 것 같았다. 냉장고 문을 잡은 채 뒤로 물러서는데 피용하고 뭔가 솟구쳤다. 용수철 같이 뱅글뱅글 말린 철수세미가 가닥을 펴는 중이었다. 나팔 줄기 뻗듯 죽죽 펴가더니 툭툭 끊겨 봉두난발 머리 모양을 이루었다. 놀라고 어이없던 나는 폭소를 터뜨릴 뻔했다. 그러나 조롱받고 있는 건 나였다.
“키득키득. 저런 머저리, 전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걸 모르다니. 점점 온도가 높아져 모두들 미쳐서 고약한 짓을 하고 있잖아.”  
“맞아 맞아. 냉장 회로를 찾아야 해. 우리 몸에 있는 전류와 접속하면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두 개의 건전지가 머리를 맞대어 속삭였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통에 맞대고 있던 음극과 양극이 떨어졌다 붙으며 스파크가 일었다. 불똥이 눈을 자극해 재빨리 문을 닫고 눈을 깜빡거렸다. 차라리 나는 울고 싶었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그래, 꿈이야.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물탱크로 만든 잠수함을 타고 해저 깊은 곳을 탐험하다가 냉장고에서 흐르는 강한 전류를 이기지 못해 불시착한 꿈. 꿈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잖아. 노란 잠수함은 별안간 초록색으로 바뀌고, 소파를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하며, 은하철도 999의 철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철이는 엄마를 찾아 우주여행을 떠났지만 내겐 찾아야 할 엄마가 없었다. 죽은 형을 위해 엄마는 강원도 불영사란 절에서 백일불공을 드렸다. 그리고 속세에 발길을 끊다시피 했다.


당신이 숨 막혀, 한마디로 엄마의 소유적 관계를 청산한 아버지. 엄마에게 형은 아버지 대신이었는지도 몰랐다. 아버지 생김새를 빼어 닮은 나보다 형에 대한 사랑이 깊은 게 사실이었으니까. 싫다는 말을 모르는 형이 나는 싫었다. 마마보이라고 학교와 학원에 소문이 자자했는데도 결코 엄마 요구를 거스르지 않는 것은 엄마가 제조한, 초강력 알파 건전지보다 더 강한 초특급슈퍼울트라 건전지가 형의 신체 어딘가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혹시 그 잃어버린 한 쪽 팔이 아니었을까. 외출할 경우 키가 껑충한 형과 엄마는 늘 팔짱을 꼈다. 깃털처럼 가벼운 엄마의 발걸음 옆에서 4톤 트럭을 몸으로 끌고 있는 듯 형의 끈적끈적 느릿한 발걸음. 어렴풋이, 나는 누군가의 소유가 된다는 것은 무겁고 고독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내가 대학에 들어가자 아예 거처를 절로 옮겼다. 공양주 보살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 엄마를 철이처럼 은하철도를 타고 다니면서 찾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초록 잠수함을 타고 냉장고 여행을 하지 말란 법도 없었다.


갈증이 심해져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냉장고 문을 다시 열었다. 모든 게 얌전히, 그러나 정리 안 된 서랍 속 같은 모양 그대로였다. 머리가 띵했다. 가스 활명수를 꺼내 마셨다. 알싸한 맛이 감돌았다. 웃음인지 울음인지 팬 돌아가는 소리와 동시에 냉장고가 몸을 떨었다. 나는 다리를 떨었다. 광고 속 여배우처럼 양팔을 엇갈려 몸을 껴안았다. 깊숙한 한기가 왁살스럽게 달라붙었다. 허벅지가 따끔거렸다. 근육이 당겨지는 것 같았다. 지연 선배는 햇빛 부족이라고 했다. 식물처럼 사람도 광합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겨울엔 햇빛이 더 엷으니 낮 동안은 밖으로 나와 부지런히 돌아다니라고 했다.
“튼튼한 발을 갖고 싶어. 삶에서 도망치지 않을 튼튼한 발 말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스쳤다. 나는 책상 밑에 있는 지연 선배의 캐리어에 눈이 갔다. 그것을 끄집어냈다. 가운데가 볼록 솟아 있었다. 그 위로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았다. 별다른 잠근 장치가 없기에 지퍼를 열어보았다. 잘 정리되지 않은 짐은 대부분 옷이었으나 급하게 우겨 넣은 인상을 주었다. 없어도 그만인 잡동사니와 영어 교재와 각종 고지서. 대부분 체납 고지서였다. 카드 대금 연체서 뒤로 채권가압류신청서도 달려 있었다. 그리고 책 몇 권, 그중에서 나는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권태’였다. 책장 사이에 사진 한 장이 끼여 있었다. 숲속 어딘가를 찍은 사진이었다. 어두컴컴한 가운데 새 한 마리가 클로즈업 되어 있었다. 세로로 얼룩무늬 털에 덮인 게 깃도 날개도 없이 몽땅해 타조 알 같았다. 뭉툭한 다리에 달린 세 개의 발가락이 장닭 발부리처럼 오그려 땅을 움켜쥐고 있었다. 길게 뻗은 부리 주위에 수염이 곤두섰다. 그 때문에 가느다란 목이 더욱 길어 보였다. 단춧구멍만한 동그란 눈이 빛났지만 그 속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담고 있었다. 어쩐지 키위를 따고 있는 그녀의 눈이 그것을 닮았을 것 같았다.  


나는 눈을 의심했다. 텔레비전 화면이 밝아지면서 발광체 같은 수많은 먼지 입자들이 날아다녔다. 그것들은 제자리에서 떨어대며 지직거렸다. 하얀 점선 같기도 하고 나방의 날개에서 떨어진 가루 같기도 했다. 플러그를 빼놓지 않은 게 보였다. 그렇다 해도 나는 텔레비전에 손대지 않았다. 양손을 펴 들었다. 손은 멀쩡했다.
“의심하는 게 당연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믿지 않을 테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직접 눈앞에 보여주는 수밖에. 킬킬.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믿지 않잖아. 킬킬.”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화면은 잡히지 않지만 음성 기능을 회복한 게 아닐까 싶어 나는 화면에 귀를 바짝 들이대었다. 음흉하게도 치직거리는 소음조차 제거되었다. 채널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보았다. 소용없었다. 리모컨을 바닥에 내던졌다. 문갑 옆에 놓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부딪혔다. 그러자 레인지에 불이 확 일었다. 나는 놀라 엉덩방아를 찧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화마. 화재사건을 보도할 때 화마라는 표현을 쓰던데 레인지 위로 넘실대는 저 불꽃을 두고 하는 말이 틀림없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식은땀이 묻어났다. 주위가 환했다. 텔레비전은 언제 그랬냐 싶게 조용했다. 화마의 그림자가 생긴 벽은 방문이 있던 곳이었다. 그러나 문은 사라져 있었다. 나는 갇힌 거였다. 벽이 스르르 좁혀들며 그림자는 천장에 닿았다. 가슴이 뻐근하고 목구멍이 갈라지는 것 같아 슬금슬금 몸을 뒤로 뺐다. 손에 땀이 배어 미끈거렸다. 벽에서 화마는 사라지고 또 다른 그림자가 보였다. 레인지 위에 주전자가 올라가 있었다. 주전자 뚜껑이 덜거덕댔다. 주둥이에서는 김이 피어올랐다. 물 끓는 소리가 요란했다. 내 안에서도 무언가 사납게 끓고 있었다.


캐리어를 책상 밑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제목이 거꾸로 꽂혀 있던 책을 빼어 바로 세워 꽂았다. 수험서에 끼워놓은 볼펜을 빼 연필꽂이에 꽂은 후 수험서는 쓰레기통에 넣었다. 노트북을 쓰레기 통 위에 올려놓았다. 부팅조차 되지 않는 낡은 노트북이었다. 문갑을 밟고 올라가 천장 가까이 커튼에 박아놓은 압정을 힘주어 뺐다. 벌써 녹이 슬었잖아. 커튼에도 녹이 묻어 압정 자국이 선명했다. 떼어낸 커튼을 둘둘 말아 방 한편으로 밀어놓고 렌지의 불을 켜 물을 끓였다. 책상서랍에서 인스턴트 커피봉지를 꺼내 컵에 쏟고 끓는 물을 부었다. 피식 주전자 주둥이로 물방울 몇 개가 튀었다. 낡았지만 몇 년은 더 쓸 수 있는 물건이야. 나는 흡족해서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천장에 눈이 갔다. 내일은 전등갓의 먼지를 털어 내야지. 채 넘어가지 않은 커피가 목구멍에 걸려 사레가 들렸다. 기침 끝에 딸꾹질이 나왔다. 방안을 둘러싼 사물은 평소처럼 제자리에 있었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내 말을 듣고 있다는 듯 형광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다음 날, 저녁 무렵 나는 잠바를 걸치고 문을 나섰다. 찬 기운은 여전했다. 계단의 어둠도 그대로였다. 거리는 한적했다. 멀리 미니 슈퍼의 간판이 보였다. 오랜만에 식욕을 느꼈다. 뜨거운 라면 국물이 생각나 입맛을 다셨다. 라면에 계란을 넣어 끓여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라면은 씽크대 서랍장에 있을 테니 계란만 사만 될 거였다. 한쪽 나사못이 빠진 슈퍼의 문고리는 아래로 쳐져 있었다. 그것을 잡고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안에서는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나왔다. 다시 한 번 손에 힘을 주고 힘껏 당겼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계란 다섯 개 주세요.”
주인은 내가 열어 놓은 출입문을 흘끗 돌아보았다. 나는 돌아가서 문을 닫았다. 저 혼자 떠들고 있는 것처럼 텔레비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편의점 습격 사건의 용의자가 잡혔다는 소식입니다. 폐쇄회로에 잡힌 화면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는데……. 다음 소식입니다. 불법으로 증축한 옥탑방 등…… 합법화하는 조치가 시행…….


주인이 봉투를 내밀었다. 값을 지불하고 밖으로 나왔다. 뒤돌아보니 출입문 옆으로 유리면에 광고지가 붙어 있었다. ‘급 점포 임대’ 아래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슈퍼 출입문에 눈길을 주고 봉투 안을 보았다. 계란이었다.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도 사소한 일이었을까. 여배우가 죽었어도 거리의 광고는 그대로 있었다. 진작 내려졌어야 할 그것은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 앞을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쳤으며 때로는 빗물이 흘러 내렸고 때로는 눈이 흩날려 쌓이다 땅을 적셨다. 흙탕물이 버스바퀴에 튀어 광고판을 더럽힌 자국도 있었다.


방에 들어오니 한기가 느껴졌다. 나는 들고 있던 봉투를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냄비와 라면을 찾으러 나가려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계란 하나가 흘러나와 저만치 굴러가고 있었다. 구릿빛 타원형의 구운 계란. 순간 딸꾹질이 나왔다. 어깨가 들썩거렸다. 숨을 쉬지 않다가 침을 꼴깍 삼켜보아도 딸꾹질이 멈추지 않았다. 딸꾹질은 울음소리처럼 바뀌었다. 지연 선배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들렸다.
“키위새는 겁이 많아. 그래서 낮에는 숨고 밤에 먹이를 찾아 나서지.”


선배의 말은 퇴화된 날개를 다시 가질 수도 없으니 본능적으로 습성을 바꾸었다는 얘기였다. 사진에서 본 키위새의 깊은 눈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눈이었다. 내 앞에 있던 그녀의 눈이 점점 멀어져 잡으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했다. 키가 전보다 훨씬 작아 머리 위의 천장이 아득하게 멀어 보였다. 고개를 떨어뜨렸다. 입에 달린 부리가 방바닥을 콕콕 찧었다. 순간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소리가 되지 못했다. 팔을 들었다. 없었다. 갈색 줄무늬 털로 뒤덮인 가슴이 옥죄어 들었다. 몸통에 붙은 두 다리가 점점 굳어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꼭 그 짝이구만.”
“아이구 사장님, 관리과장이 그런 사람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세입자들 계약서 쓸 때 보면 일 잘하는 관리인인 줄 알았지. 보증금을 중간에 가로챌 줄은…….”
“내 그러니 믿을 놈 없다는 것 아니요. 어쨌든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해서 다시 세를 놓을 테니 아직 남은 세입자 처리 좀 말썽 없이 해 주고. 이참에 물탱크실도 말끔하게 개조해서 방으로 만들어야겠어. 뭐 방을 내려다가 불법이라나 뭐라나 하는 통에 관둬버렸을 거야. 여긴 401호라고 붙여야 되나?”


서성거리는 말소리가 창 가까이 들려왔다. 나는 그들이 어서 문열길 기다렸다. 내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 건물 주인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싸늘한 관리인의 눈초리가 스쳐갔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원망할 처지가 아니지 않는가. 이상한 모양으로 서서히 굳어 가는 내 처지를 알리는 일이 급선무였다. 몸의 열기가 빠져나가는 속도와 비례해 숨쉬기가 곤란했다.


“아무래도 방 번호를 붙여 놓는 게 좋겠지요.”
그들의 말소리가 창가에서 멀어졌다. 조급했다. 나는 남아있는 온 힘을 쥐어짰다. “키, 키, 퀴!”
빌어먹을. 고개가 외로 꺾였다.
“무슨 소리야?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글쎄요. 세상에 소음이 워낙 많으니…….”


나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의식이 가물가물 엷어지고 있었다. 마치 깨어날 것 같지 않은, 깨어나고 싶지 않은 혼곤한 잠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누군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의기양양 계란과 컵라면이 든 봉지를 들고 들어서다 발에 채인 인형을 집어 들었다. 알 같기도 하고 새 같기도 한 모양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장식품처럼 텔레비전 위에 올려놓았다.





*태우 200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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