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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겨울호)오늘의 시인/김두환/속소리는 더 절절하여 외 4편

 

 

김두환   

 

대표시

             

 

속소리는 더 절절하여 외 4편

 

멀어져 가도 멀어져 가도

더 아른거린다 아른거린다

 

잊으려 해도 잊으려 해도

더 떠오른다 떠오른다

 

지워도 지워도

더 뚜렷해진다 뚜렷해진다

 

털어내도 털어내도

더 끈적끈적 묻어난다 묻어난다

 

눈 감고 귀 막아도 눈 감고 귀 막아도

더 절절히 들린다 들린다

 

꿈길에서도 꿈길에서도

더 선연히 안겨 온다 안겨 온다

 

저주해도 저주해도 저주해도

태워도 태워도 태워도

되레 단단히 굿꾸리는 듯이 환하게

내다지 뚫리게 통하게

속소릴 박는다 박는다 박는다

 

 

대표시

 

 

 

 

눈비 벼락 내려도 그냥 끄떡없다

 

오줌 똥 맘대로 싸서 좋다

 

이래도저래도 넓어서 편안하다

 

아무리 써도 남아 있다

 

아무리 헝클어도 안 흐트러진다

 

아무리 밟아도 안 무너진다

 

〔첨언〕:할머니 어머니 아내 며느리 등 조선 여인을 찬미한다.

 

 

대표시

 

 

역설

 

 

은근히

설랬다

 

가만히

가위눌렸다

 

좀 오들오들

떨렸다

 

그렇게 오그랑해져도 따끈따끈

뜨거워지다가 펄펄펄 끓었다

 

더구나 불끈불끈 막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등달아

막섰다 뜸베질했다

 

드디어 신기까지 받은 듯

무동舞童 섰다가* 떨어져 동그라졌다

 

그빨로 편안히 감싸서 다독이는

드레와 오라Aura*에 취해서 한참

 

세상에 세상도 모른 꿈속이었다.

 

 

*무동을 서다 : 남의 어깨 위에 올라서다.

*오라Aura : 인체나 물체에서 발산되는 영기靈氣.

 

 

대표시

 

 

백간白簡*

 

어언 젖어 깊어지는 대로

아쉬워하는 섣달.

 

저렇게 줄기차게 분분히

무장 너푼너푼 너울너울 내리는

눈발들 그 춤사위 그 너울가지에

모두 빠져 녹은 채로 이냥

조용한 그윽한

넉넉한 질펀한

새하얀 새뜻한 새로새로운

산천 그 광활한 눈벌판雪野

 

하얗게 맑아서 길고 널찍한

조선 창호지에 긴불긴간에 많이 적은

그 사연들 그 질긴 끈끈한 온고지정들

그 내림 내림차 내밀힘까지 배접한

그 아무렇든지 별짜 백간白簡 한 장

 

저 하늘나라 어머니

우리 어머님 절원 편지 그 옥서玉書

우리 어머님 무량 분부 그 하서下書

우리 어머님 훈육 지침 그 정서精書

 

자중自重

자행自行

자진自盡 찬찬히 읽혀서 좀 무르춤하니

그 눈총기 치떠보며 차려! 일깨우므로

 

어떻게 감히 그 위에다

흑점黑點 흘려놓을 수도 없지만

마침 차력借力*까지 어험스레 찔러 주니

백인白刃* 쇰직한 은작자銀斫子* 받은 듯

떨리다 눌리다 점점 갈마치므로

이제라도 내 불효 불충 도려낼까

더는 이웃과 화친和親 도모하기 위해

속앙심도 쳐낼까 다짐에 사리물지만

 

차라리 목민심서牧民心書보다 더 진지한

흰 모시 장정 도드라져 햇귀도 빛나는

대전大全 그 인생 교본校本 영락없어서

안으론 매섭게 호령질하여 다잡지만

밖으론 번연히 추어올린다 높인다

 

 

*백간:아무 것도 쓰지 않은 하얀 종이로 넣은 편지.

*차력:약이나 신령의 힘을 빌려 강한 체력과 기운을 얻는 것.

*백인:서슬이 시퍼런 칼날.

*은작자:창대를 꿰어 은칠을 한 의장용의 양쪽 날이 있는 도끼.

 

 

 

대표시

 

 

그 어석술 그 지혜 열쇠

―부부 일생 소고小考

 

 

겨릿소 한 쌍 두 알심 결어

 

쌀개 한 쌍 두 끈기 결어

 

돌저귀 한 쌍 두 간힘 결어

 

기러기 한 쌍 두 눈빛 결어

 

서로 생각은 달라도 시작했으니

으깍 나지 않게 조심조심

몫 챙겨 거추하다 더 미더워지는

더 깊어진 더 새러새로워지는

깊이 구어박아지는 꼭 암질러지는

맞수 한 쌍

 

새로운 통과의례通過儀禮도 여부없이

점지하면서 든든히 동행하여 부접되고

서로의 구적도 긁어서 사뜨는

길동무 한 쌍

 

갈수록 불어난 소금밭 가래질에

버거워 기울고 벌어지지만 마지막에

염라대왕 심사 때나 기다려야지

 

어쩌지 못하는 운명 한 쌍

 

그래도 앞으로를 건너보다가

하늘 천당 길가지 쌩바람 쌩이질 써

어둠 벼랑도 만범한 마음에 깊숙이

꼽으며 별빛 그늘 아래로 피하여

헤질러 갈까 비손하고 자허自許하는

본때 한 쌍

 

한세상 끝마친 뒤에도

그 얼혼은 대대로 받들리면서

무장 멀리 밝혀 길 바로 터 주고

동티내지 않을까 두루 눌러살펴 지키는

무상無上 등불 그 신망애* 그 어석술*

감히 어떻게도 설레설레 듣거니맺거니

값 놓을 수 없으렷다.

 

 

*신망애信望愛:(기)믿음·소망·사랑 세가지를 갖춘 인품.

*어석술:많이 써서 닳아진 숟가락.

 

 

신작시

 

 

새해 종소리에 열린다 외 4편

― 2013년 새해 새벽에

 

 

새 세상 탄생시킬까 비릊던

햇귀 마지막엔 번쩍 모들뜨고 힘지게

종각 鐘 텅텅 울려 멀리 알리므로

 

하늘 길 환히 열리자, 따라 내려온

천신天神 한참 어험스레 굽어보다가

모두를 둘러세워 눌러듣고는

잔득이 말문 열어 넓게 밝히는 즉

바른길 세월 힘들고 가팔라도

밀리거나 도서지 않고 나아가도록

방도 타일러 주며 추기므로

 

곳곳 위아래 모여든

명절 정색 인심 정분들 맞잡아

새해엔 각치는 일 없이 꾸준히

암지르는 일에 항상 앞장선다는

다짐과 그만큼 내내 버그러지지 않게

꼼꼼히 깊숙이 맞갖게

화목 사랑 결을까 톺아보면서

태을성도 점지해 줄 것을 빌어 댄다

 

오오, 이다지도 번들번들

영검靈驗이 넘치며 오르며 둘러치는 데야

모두가 번창 번영 누리지 않을까

 

 

*명질明日:(민)음력으로 쳐서 민속적으로 즐기는 날.(설·대보름·한식·단오·추석)

 

 

 

신작시

 

 

봄이 오는 길목․1

 

 

들린다 들린다

눈석이 새살새살 흐르는

소리 소리

 

도두뵌다 도두뵌다

아지랑이 아른아른 추며 풀어내는

춤사위 춤사위

 

몽긋댄다 몽긋댄다

나뭇가지들 선하품 쏟뜨리는

몸고르기 운동 몸고르기 운동

 

솟구친다 솟구친다

밑뿌리들 속불꽃 훅훅 지피는

억척 발동힘 억척 발동힘

 

반짝인다 반짝인다

색깔은 울긋불긋 산뜻하여 마땅한

길거리 옷맵시 길거리 옷맵시

 

모두 생긋 내밀고 짜긋거린다

모두 따뜻이 궁굴려 이심전심한다

모두 지다위 없이 단심으로 나선다

 

여러 初心들 저리도 진지하므로

머잖아 너테 같은 냉갈령 그 위선도

야금야금 풀쳐서 맞아들이고, 마침내

한통쳐 든든하게 그루 앉혀서 함께

넓게 미치도록 많이 의지하도록

화화和華 만발 소곤소곤 우거지겠다

 

 

신작시

 

겨울이면․1

 

어느새 겨울이 왔다

 

쌩쌩바람 깡다구이지만

생각들 검부러기 썩 불린다

 

하얀 눈발 새하얀 산천 여기저기

꽃사슴 눈부처瞳人 우르르 달리고 뛴다

 

낮달은 꽃고깔 쓰고 내려와

눈사람 눈강아지 몇몇 세우고

눈가루 눈공 던지는 장난 한창이다

 

온이로 눈빛 받아 어리어리 도뜬

하늘 소리 소리 소리

곱게곱게

맑게 밝게

차랑차랑 차랑차랑

울린다 돌린다 번드친다

 

저런, 이윽고

키마이라chimaera도 뜻밖의 눈산 풍광에

취했는가 그 풍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고양이 흑까마귀 흑쥐새끼

 

싸리 흑심黑心 흑의재상黑衣宰相까지

불러들여 눈비단옷으로 갈아입히므로

서로 설멍한 입성 쳐다보다 깔깔댄다

서로 흰옷에 흰마음만 다시 다짐한다

서로 이따금 白髮歌도 부르며

강산 따라 지키자고 권한다

 

자, 설화雪華 받고서도

뉘 감히 설레어 고쳐먹지 않겠는가만

그만큼 스스로를 기이지 않는

마음 그 자신自信 자신自新만이 운달아

저 설원雪原 너그러움慈心 무르와낸다

 

 

*키마이라chimaera: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상한 동물로 입에서 불을 내뿜어 나쁜 동물을 죽인다고 함.

 

 

신작시

 

 

겨울이면․2

 

추워 추워 추워 훅훅 훅훅

불어대는 불어대는

그이 입김 그 향기 운김 얼른 낚아서

내 주머니에 깊숙이 넣으니

속에서 야울야울 활활 타고 타고 타서

불꽃 세게 일어나

1,000볼트 전류를 온몸에 흘리므로

웬걸 만 와트 전등 불빛 솟구쳐

천년을 두고두고 한결같이

앞길 비춰 주겠네

 

사랑 불길은

겨울에 더 잘 타네

겨울에 더 잘 쇠디기하네

 

그렇지만 불조심해야지

옆집까지 타면 큰일이니, 자나깨나

불·조·심 조심하면서도 혹시나

한눈 파는가도 살펴야지 안 그러우

 

 

신작시

 

 

겨울이면․3

 

 

눈이 내린다

눈이 내린다

그 그리움

그 그리움이다.

 

눈발이 흩날린다

눈발이 흩날린다

그 끊겼던 편지

그 끊겼던 편지 온다.

 

눈꽃이 핀다

눈꽃이 핀다

그 옛 얼굴

그 옛 얼굴 보인다.

 

눈이 수북이 쌓인다

눈이 수북이 쌓인다

그 못다 한 정

그 못다 한 정 차오른다.

 

눈두덩 곱게 불어난다

눈두덩 곱게 불어난다

그 눈치 눈표 아양

 

그 눈치 눈표 아양 벙실거린다.

 

눈빛발雪光 찬찬히 감아 댄다

눈빛발 찬찬히 산뜻이 감아 댄다

그 속맘 속말

그 속맘 속말 꼼짝없이 눅인다

그 높은음 벗어난마침

그 높은음 벗어난마침 활활활 태운다.

 

 

시론

 

나는 詩를 이렇게 쓴다

나는 두메 산골 중농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우리집 사랑채엔 내림 서당방이 있었기에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일년 전 쯤에 아버지 분부로 그 서당에서 한글과 한문千字文(四言古詩 250구에 총 1000字)을 배우고 익혀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뒤 해방이 되면서 그 서당은 철수된 것으로 기억된다. 아버지께서는 漢詩에 능통해서 그 시절 여수에 있는 이순신 장군 사당이 주관하는 이순신 정신을 기리는 추모제 행사에 응모한 漢詩가 두 번이나 입선된 정도 였다. 그런 아버지이기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때 방학엔 어김없이 ‘명심보감’과 ‘사략언해’에서 한문 몇행을 발췌하여 주셨는데 싫어서 한두번 미루다가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으면서까지 습득해야만 했다. 그런 탓으로 내가 대학교 3학년 때부터 詩 쓰기 습작을 하면서 청계천 가에 고서적 책방에서 唐詩 번역본 헌책을 구하여 읽고 배워 한시 맛을 알았고, 그때만이 아니고 지금까지 몇 번이고 읽을수록에 깊은맛 참맛 그 내면적 풍미 풍정에 빠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스스로 풍하馮河 선장이 되기도 했다는 그런 고백이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지금도 詩는 모름지기 운율을 웬만큼 유지해야 한다고 꼭 묵수墨守 하고 있는데, 요새 몇몇 시인들 별나게도 해체시(자유시) 내세워 연 흐름도 맞지 않는 詩들을 써서 내놓고 자화자찬하는 그 꼬락서니엔 동의하지도 않고 되레 역겨워할 뿐이다. 또한 나는 십년 전부터 불교 經典을 배우고 익혀 자양하고 있는 데다, 한글사전을 매일 몇 쪽씩 읽으며 잊혀져 가는 ‘예쁘고 고운’ 우리말을 발굴해서 내 詩에 응용하고 있다. 그러니 내 詩엔 한문과 불교 용어와 생경한 우리말 부사 형용사가 빈번히 등장한다는 평을 듣는다. 나는 앞으로도 만패불청萬覇不聽으로 그 기조를 유지하여 작품을 쓸 것이며 특히 우리말 돋우기에 남은 열정을 다 바쳐서 오래 꼬다케 타도록 할 그만큼 자신自信하련다 자신自新 하련다.

 

 

 

 

 

김두환∙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 역임. 제2회 영랑문학상 본상, 제10회 허균문학상 본상, 제22회 성균문학상 본상, 제2회 한국신문학 대상 수상. 1987년 서정주 박재삼 선생 공동 추천으로 등단. 시집 <속소리는 더 절절하여>, <모둠꽃밭 가꾸는>, <더위잡아 오르지만 별자리는 아직 멀고>, <때 늦은 발견>, <가을비 박람회>, <깊은 밤 깊어가는 이야기>, <아침 커피 한 잔>, <잔을 나눌 그 일만 남았는가>, <읖는 가락에 영그는 그리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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