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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호(겨울호)신작시/강희안/머리말과 말머리의 기원 외 1편

 

 

강희안

 

 

머리말과 말머리의 기원 외 1편

 

어떤 위대한 선지자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말의 머리를 찾아내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그는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100여 종의 말을 찾아내었다 그는 고집 센 그 말들을 자신이 주재한 시간의 계기에 집어넣었다 여러 무늬의 머리말을 자신의 책에 들이려고 이리저리 고삐를 당겨 보았다 말들이 거부의 몸짓을 취하자 그는 크릉크릉 던지는 말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서로 결기가 다른 말들은 텅 빈 주인의 냄새를 찾아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선지자가 말문을 열어젖히자 그의 궤도에서 해방된 말들은 꼬리를 치켜들었다 고개를 뻣뻣하게 쳐들더니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갈기를 세웠다 그리곤 천둥치듯 발굽으로는 모래먼지를 날리면서 까무룩 사라져 갔다 거의 대부분의 말들이 주인의 책에 발굽을 묻었다 그때 선지자가 뿔피리를 힘차게 부니 그중 4마리의 말들만이 앞발을 들고 화답했다 그 뿔피리의 신호에 따라 주인의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곤 인도와 중국, 그리스 등지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때 선지자가 가로되 “바로 저 4마리 말들을 종으로 삼아 이 세계에 말씀을 전파하겠다 그리고 나는 저들의 머리로 섬긴 말들이 백성들의 가슴에 울려 퍼지는 날, 세계 4대 경전이라 이름하겠다”고 전한다

 

 

 

 

피의 현상학

 

 

바람이라도 나서 겁탈당하고 싶은 이 눈부신 봄날

 

서슬픈 바람의 혀가 나무에게 귀엣말로 속삭이네

 

한순간 애지도록 탱탱 부푼 옹알옹알 젖망울 소리

 

딸이 진저리치며 초경을 터뜨리고 서성거릴 무렵

 

십여 년 애지중지 한쪽 서랍에 넣어둔 파카 만년필

 

청탁 원고를 쓰기 위해 무심코 뚜껑을 여는 찰나

 

날카로운 각을 세워 야윈 발등부터 찧고 나서는

 

굴렁굴렁 손에 닿지 않는 성가신 장소로 굴러가네

 

하얗게 내지른 비명에 딸의 얼굴이 사색이 될 때

 

발을 감싸쥔 그가 피의 현상학을 탈고 중이었다네

 

 

 

 

 

강희안∙1965년 대전 출생.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등. 저서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문학의 논리와 실제>, <새로운 현대시작법>,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증보판)> 등. 배재대 출강.

 

 

 

 

강희안∙1965년 대전 출생.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등. 저서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문학의 논리와 실제>, <새로운 현대시작법>,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증보판)> 등. 배재대 출강.

강희안∙1965년 대전 출생. 199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지나간 슬픔이 강물이라면>, <거미는 몸에 산다>, <나탈리 망세의 첼로>, <물고기 강의실> 등. 저서 <현대문학의 이해와 감상>, <석정 시의 시간과 공간>, <문학의 논리와 실제>, <새로운 현대시작법>, <고독한 욕망의 윤리학> <새로운 현대시론(증보판)> 등. 배재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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