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문화예술소통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닫기
제14권(53호-56호)
2015.07.06 11:46

53호/신작시/장순금/촉, 외 1편

조회 수 160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신작시
장순금


촉, 


장작을 패보려고 도끼를 들었다 휘청, 느닷없이 도끼날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무서운, 무거운 도끼가 제일 힘센 줄 알았는데 허공의 힘이 도끼날을 단박에 낚아챘다
고요한 것이 날 선 것보다 촉이 깊고 빨랐다

허공의 정수리에 허리 꺾이고 
바람의 모서리에 속살 허옇게 쪼개져 속수무책 나가떨어진 생나무 토막들 
그 생즙의 소금기

누굴 위해 제 생살 쪼개 보인 적 있나, 갈라지는 생살의 소금기 견뎌본 적 있는지
나에게 물어 본다
담벼락에 햇살을 끌어당겨 가지런히 누운 장작더미, 산이 품었던 신생의 냄새를 애써 맡고 있다 
 
아궁이에서 
무한천공을 지나 꽃불로 활활 온기로 사는 일 
온기에 쪼개진 마음 데우는 일 견뎌야 지나가는 일 
기다리고 있다

허공의 촉에 장작 한토막이 경전처럼 펼쳐진다   




쿵,


새벽 산책길에 
스스로 지탱을 놓아버린 육백 년 시간을 한순간에 보았다
넋 놓은 육중한 몸통을 땅이 두 손으로 받았다 
쿵, 
월정사 전나무 숲의 어르신이 길게 쓰러졌다 
긴 끈의 마른기침이 툭, 끊어졌다    

그늘 한 구멍씩 몸속에 스민 육백년이 제 삶을 공중에 누설하고 누워버렸다   
새나간 나무의 체온이 속도를 꺾어 억겁을 향해 돌아누웠다
한 시절, 
곡선으로 푸릇한 나이테 부푼 청춘의 염문도 희미한 기억도 부질없이  

아흔 아홉, 큰할머니 땅에 몸 놓아버린 새벽 
한 시절, 
아름다이 달구어진 청춘이 쿵, 지상에 찍힌 지문을 지웠다

문중 어르신이
저승점 환한 불을 켜고 구불구불 먼 길을 막 나섰다 


*장순금 :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골방은 하늘과 가깝다, 햇빛 비타민 외. 동국문학상, 한국시문학상 수상.  

List of Articles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사항 이 내용물의 저작권은 리토피아와 필자들에게 있습니다 백탄 2004.04.05 73889
14 제14권(53호-56호) 53호/신작시/안상학/내 한 손이 내 한 손을 외 1편 편집부3 2015.07.06 2033
» 제14권(53호-56호) 53호/신작시/장순금/촉, 외 1편 편집부3 2015.07.06 1608
12 제14권(53호-56호) 53호/신작시/이영춘/초침 외 1편 편집부3 2015.07.06 1954
11 제14권(53호-56호) 53호/집중조명/권경아/영혼의 인간은 그렇게 탄생한다 - 김주대의 시 편집부3 2015.07.06 1920
10 제14권(53호-56호) 53호/집중조명/김주대/풍장 외 4편 편집부3 2015.07.06 1988
9 제14권(53호-56호) 53호/신작특선/서윤후/눈치의 공감각 외 4편 편집부3 2015.07.06 2801
8 제14권(53호-56호) 53호/신작특선/김동호/저승사자 외 4편 편집부3 2015.07.06 1940
7 제14권(53호-56호) 53호/오늘의 시인/문병란/대표시 땅의 연가 외 4편/신작시 아니오 외 4편/시론 나르시스시론 편집부3 2015.07.06 3407
6 제14권(53호-56호) 53호/특집2/오채운/그늘 혹은 그림자에 대한 집착 - 하두자의 시 편집부3 2015.07.06 2498
5 제14권(53호-56호) 53호/특집2/제 4 회 리토피아문학상/하두자/떠도는 섬에 관한 변명 외 7편/심사평/수상소감 편집부3 2015.07.06 2189
4 제14권(53호-56호) 53호/특집1/김구용론/장이지/일기를 통해 본 김구용 문학의 형성 과정정 편집부3 2015.07.06 3215
3 제14권(53호-56호) 53호/특집1/김구용시문학상/김정남/지옥에서 시쓰기 편집부3 2015.07.06 2278
2 제14권(53호-56호) 53호/특집1/제 4회 김구용시 문학상/김성규/폭풍 속으로의 긴 여행 외 4편/예심평/본심평/수상소감 편집부3 2015.07.06 2525
1 제14권(53호-56호) 53호/권두칼럼/고인환/공감의 언어를 위하여 편집부3 2015.07.06 1892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7 8 9 10 11 Nex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