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권(65호-68호)

68호/신작시/김도향/작약꽃 피우기 외 1편

by 백탄 posted Feb 18, 2019 Views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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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시/김도향/작약꽃 피우기 외 1편



사랑한다 그 말 한마디 하기 위해
자음들, 모음들 또 많은 경經들
달달달 곱씹었다
태중胎中에서부터 되뇌이던 진언
안으로 꽁꽁 다져 마름질하던 주문
산새가 엿들을까
뭇 꽃들이 훔쳐갈까
바람이 앗아갈까
두 겹 세 겹 책장 엮듯
굳게 말아 쥔 주먹
한방의 펀치로 무너뜨리며
수류탄 터지듯
한 마디 펑 던진 화두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한 척의 지렁이



거구의 난파선 어디로 유랑하다 좌초 되었나
개미의 일개 사단이 구조에 나섰다
눈 깜짝할 사이 낙엽 뒤집듯 뒤집힐 줄 알았는데
늘어지는 하루가 황소불알 늘어지듯 저문다
나비 한 마리 날아가다 주춤 합장한다
독 오른 살무사 슬그머니 왔다가 사라진다
참새 떼 비구름 몰고 왔다가 사라진다
물고기 떼 마스게임 하다 사라진다
시리아 난민들 국경 넘어 이곳저곳
쏟아진 국솥의 국물처럼 번진다
세상의 눈망울들 지루하게 바라본다
나는 발로 슬쩍 밀어버릴 수 있지만
새판 뒤집는 일은 저들만의 몫이라
짐짓 모른 채 그 곁 돼지감자꽃
낭창한 웃음소리 엿들을 뿐이다


   *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가던 난민 400여 명이 지중해 해상에서 전복사고로 익사한 사건.



김도향 2017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대구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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