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권(65호-68호)

68호/기획 시노래/나유성/노랫말과 서정시― 이가림 시인의 시 석류

by 백탄 posted Feb 18, 2019 Views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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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기획 시노래/나유성/노랫말과 서정시― 이가림 시인의 시 석류



서정시를 뜻하는 Lyric는 노래의 내용이 되는 글이나 말이다. 서정시(抒情詩, lyric)는 ‘리라’라는 악기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기 쉽거나 노래를 연상시키는 표현 방식으로 개인적 감정을 나타내는 운문이자 시이다. 서정시敍情詩는 서사시敍事詩, 극시劇詩와 함께 시의 3대 부문의 하나로 시인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며, 때로는 이야기 형식으로 사건을 설명하는 서사시나 극시와 대조를 이룬다. 서정시는 작가의 주관적인 정서나 감동을 높이 노래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시로서, 그리스에서는 악기에 맞추어서 노래하기 위한 시(오드/ode)로서 많이 만들어졌다.
고대에서는 서사시나 극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서정시는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확립되어 있지 않았으나 근대에 와서 에드거 앨런 포우나 보를레르, 말라르메, 폴 발레리 등으로 이어져 오면서 하나의 장르를 형성되었다. 서정시는 개인적인 체험에 의해서 쓰게 되는데, 개인적인 체험이란 말을 바꿔 말하면 주관적임을 뜻한다. 시인의 눈을 통하여 관찰되는 사물, 시인의 영감에 의하여 감지되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이 하나의 모티브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 서정시이자 노랫말이다.
2016년 문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큰 사건이 있었다. 유대계 출신의 미국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이다. 밥 딜런은 30여 장의 레코드와 500여곡의 자작곡, 1억 3천 만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Blowin in the wind’, ‘One more cup of coffee’, ‘Knocking on heaven’s door’, ‘Like a rolling stone’, ‘Rainy day woman #12 & 35’ 등의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사 덕분이다.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저항적인 노랫말을 매우 시적으로 깊이 있게 표현해내며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의 학생운동에 영향을 주었으며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반전가수라 일컫게 되었다.
이쯤 되면 시는 노랫말이고 노랫말은 시라는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중가요 작사가로 작곡가로 살면서 주옥같은 노랫말을 쓰고 그 노랫말에 강이 되어 흐를 수 있는 곡을 붙이는 일을 갈망하지 않는 뮤지션은 없을 것이다.
2003년으로 기억된다. 현 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이자 계간 《리토피아》의 장종권 시인을 만나게 되었고 시노사(시를 노래하는 사람들)라는 단체를 만들어 좋은 시의 대중화 보급에 동참해 달라는 말씀의 취지에 마음을 더해 열두 시인의 시 40 여 편을 받았다.
어떤 시는 운율이 없고, 어떤 시는 길거나 짧아 호흡에 문제가 있고, 어떤 시는 운율이 좋은데 대중성이 부족하는 등의 이유로 작곡가 입장에서 좋은 멜로디를 쓰기 위한 시를 선택하는 일은 지금도 힘든 일이다.
시가 노래가 되었을 때 토씨 하나 빠지는 일도 시인에겐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 많은 시 중에서 이가림 시인의 석류가 한눈에 들어왔다.
짝사랑으로 시작하여 생긴 견딜 수 없는 그리움을 더 이상 가슴속에 가두어 둘 수 없어서, 지구가 쪼개지는 듯한 자존심마저 깨트리고 그 속내를 붉은 석류알을 토해내듯 눈물겹게 고백하는 한 사람의 사랑 고백. 시 석류는 너무나 훌륭한 시였지만 노랫말로 쓰기엔 조금은 긴 6연으로 구성된 23행의 서정시다.
시에서의 1연은 악곡에서 한 테마를 이루기 때문에 6연의 시는 곡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가슴에 파고 들어온 이 시를 놓칠 수 없었다. 많은 날을 고통스러워 했다.
그래서 1연과 2연을 내레이션 처리를 하고 3연을 A테마로 4연 5연을 B테마로 6행을 C테마로 하여 내레이션 + A + B + C 형식으로 행과 연을 재정리했다


Narration)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A)나 혼자 부등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 놓아야 하리.

B)무한히 새파란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온몸을 휩싸고 도는 어지러운 충만 이기지 못해,

C)나 스스로 껍질을 부순다. 아아 사랑하는 이여, 지구가 쪼개지는 소리보다 더 아프게 내가 깨트리는 이 홍보석의 슬픔을 그대의 뜰에 받아 주소서.
― 「석류」


시의 연과 행을 바꾸어 놓으니 내용이 한눈에 들어왔다. 많은 리듬 중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4/4박자 SLOWGOGO 리듬에 슬픈 정서를 고조시키위 위해 단조 음계를 사용했다. 8 Bit로 잔잔하게 시작하여 C 테마를 강조하기 위해서 16 Bit로 박진감을 주다가 엔딩 전 3마디부터 8Bit로 긴장을 풀어주며 마무리했다.
곡을 만드는 순간부터 울컥거리던 슬픔이 편곡을 하고 음악을 만들고 가수에게 노래를 연습시키기 위해 가이드 송을 녹음하려니 석류처럼 붉게 투두둑 떨어져 내리는 아픔들이 목구멍을 가로막아 한동안 녹음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노래 석류를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유성 경희대 노래지도자과 주임교수.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가요작가협회 회원, 교통방송 ‘우리는 교통가족’, 경인방송 ‘iTV 열전가수왕’ 등 진행. 한국장애인문화예술인협회 예술상, 통일예술제, 청소년예술제, 도시군단위 가요제 등 심사활동. 레코딩 스튜디오 엔터네인먼터 ‘REFILL SOUND’ 대표. 시를 노래하는 사람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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