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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   



새 천년의 문턱으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열망으로 들떠 있다. 지난 세기에 점철된 환멸과 오욕의 기억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새롭게 펼쳐질 역사의 대지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가 자라나 풍성한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수확할 기쁨에 들떠 있다. 사회가 온통 도래할 미래의 전망을 향한 꿈으로 가득 차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이처럼 꿈꾸기의 욕망이 넘실대는 사회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성을 억압하는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의 경계를 넘어 '삶의 해방'을 향한 꿈꾸기의 욕망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하지만 정작 우리가 경계하는 것은 꿈꾸기의 욕망이 자본주의의 사용가치 혹은 효용가치로 수렴되는 가운데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성장한 천민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사실 이러한 우리의 기우는 기우가 아니라 눈앞에서 버젓이 목도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과 생명공학 혁명이라는 미명 아래 전개될 우리의 삶에 짙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더욱 교묘해진 삶의 억압기제이다. 그것은 해방을 향한 꿈꾸기가 아니라, 해방을 가장한 채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꿈꾸기이다.

   이제 <리토피아>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악무한적 영토를 해체하기 위해 첫 삽을 뜬다. '리토피아'는 문학(literature)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문학을 통해 현실의 온갖 금기와 억압으로 벗어나려는 꿈꾸기를 실천하고자 한다. 자본주의의 사용가치와 효용가치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삶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무엇보다 현실과 유리된 공허한 말이 아닌 현실과 밀착한 구체성의 언어로써 이것을 실천할 것이다. 점점 현실과 유리되거나 현실에 순응함으로써 알맹이 없이 껍데기가 화려한 말의 수사학이 아니라, 튼실히 여문 알맹이의 진실된 언어로써 유토피아를 향한 꿈꾸기의 욕망을 실천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우리들의 작업은 순탄치 않다. 삶의 유토피아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혁명과 생명공학 혁명으로 한갓 물화된 대상으로 파악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중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앞만보고 질주하는 우리의 삶, 그 속도에 매몰되지 않고 삶을 거시적인 맥락에서 조망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질주의 삶 속에 미시적으로 다원화되고 있는 개인과 집단의 욕망을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리토피아>의 꿈꾸기는 바로 이러한 이중의 작업을 성실히 우직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리토피아>는 주목한다. 가깝게는 지난 1990년대의 문학(혹은 문화) 지평이 거세게 몰아치는 삶의 변화의 광풍 속에서 자신들의 존립만을 위해 삶의 미시적인 부분에 집착한나머지 삶의 전체를 동시에 성찰하지 못한 현상을 말이다. 꿈을 꾸되, 그 꿈은 자폐적인 꿈이며, 어디까지나 이미 확보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꿈꾸기였다.

    <리토피아>는 거듭말하지만, 예의 자족적인 분위기에 빠진 문학의 꿈꾸기를 부정하고 이를 갱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리토피아>는 '정통문학'이라는 문학의 엄숙주의가, 자칫하면 문학을 향해 가해오는 편협한 문학의 엄숙주의를 경계하면서, 문화의 각 장르간의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모색해가고자 한다. 그러면서 문학이 독자로부터 이반되는 현실을 냉철히 응시하고, 독자의 곁에서 호흡을 같이하는 문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낼 것이다. 게다가 지금-여기에서 분출하고 있는 문학과 문화를 향한 패기어리고 참신한 글쓰기의 주체를 존중할 것이다. <리토피아>는 문학과 문화의 갱신을 위해 전복과 위반의 에너지로 충만된 주체의 생산적 역동성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리토피아>는 전통을 폐기처분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법고창신(法故創新)의 정신을 곱씹으며,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간 고전문학(문화)적 전통을 오늘의 현실의 맥락으로 전유하는 노력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유토피아는 요원한 것이고, 그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no where). 하지만 유토피아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유토피아를 향해 내딛는 걸음마다 대지로 흘러드는 피와 땀은,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가 바로 지금-여기(now-here)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이는 징표이다. <리토피아>는 이 땅의 어딘가에서 이러한 꿈을 꾸고 있는 자들을 찾아갈 것이며, 그들과 함께 새로운 복토(福土)를 개척할 것이다.

                                                                                                                                                                                             2001년 봄  편집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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