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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6.26 10:27

71호/신작시/김태일/누이의 살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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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김태일/누이의 살 외1편


누이의 살 외1편


김태일



누이는 삶을 팔아 부모 빚을 갚았다.
누이는 살을 팔아 쌀을 팔았고
가방을 사고 동생 운동화를 샀다.


팔고 팔아도 풍성해지던 누이의 살
스물로 넘어가는 누이는 배꽃처럼 활짝 피었다.
삼시세끼 챙겨 먹는 고향은 말이 없었다.


서른을 넘기며 누이는 병이 들었고
만개했던 꽃잎은 한 잎 두 잎 떨어졌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마흔을 넘어서자 누이는
뒷골목을 벗어나 섬으로 갔다.
주안상을 마주한 짙은 눈엔 밤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누이는
낡은 가방에 바다만 가득 챙겨 섬을 떠났다.
따라온 별들이 무덤 위에 반짝이고 있었다. 





개구리



옛날 어느 마을 숲속에 방榜이 하나 걸렸다.
모월 모일 모시에 숲속 명창 선발대회가 있노라고
소리 께나 한다는 온갖 새들이 참가신청을 했다.
목청들을 가다듬느라 숲이 떠나갈 듯했다.
하지만 까마귀는 홀로 웅덩이에 나가 개구리를 잡았다.


소리를 대충 들은 두루미 심사위원장이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숲속 명창에 까마귀~ 심사평은 이러하다.
목소리만 예뻐서는 진정한 소리꾼이 되지 못한다.
까마귀의 허스키 보이스야말로 새로운 소리의 발견이라고
만장한 새들은 갸우뚱, 긴가민가, 그러려니 했다.


피부가 탱글탱글한 개구리를 주야장천 드신 두루미 위원장은
범접할 수 없는 흑백 두루마기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길고 뾰족한 부리의 권위 앞에 새들은 숨을 죽였다.
참다못한 개구리 한 마리가 개굴개굴 울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개굴, 개굴, 개굴개굴, 숲이 둥둥 떠다녔다.


백발을 휘날리며 숲속 회견장에 불려 나온 두루미 위원장은
온갖 측은한 표정을 연기하면서 반성문을 읽어나갔다.
예로부터 내려온 관행이었으며 모든 벼슬에서 물러나겠노라고
숲속 방청석 새들은 죽일 놈, 살릴 놈,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덩치 큰 새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김태일 2013년 《리토피아》로 등단. 편지문집 『신라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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