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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6.26 10:31

71호/신작시/김효숙/흙밥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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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김효숙/흙밥 외1편


흙밥 외1편


김효숙



보여주는 걸 업으로 삼는 테레비가
세렝게티 초원을 차려내고 있다
풀이란 풀은 다 뜯어먹어야 배가 차는 덩치 큰 짐승부터
피가 벌건 입으로 남의 살을 뜯는 사자무리까지
먹는 밥과 먹히는 밥이 널려 있다
잘 차려진 푸짐한 밥상에다
숟가락을 놓고 싶다
산 채 뜯어먹으나 구워먹으나
칼질로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썰거나 그게 그거
풀보다 고기가 맛있는 건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젤이나 영양은 밥이 안 되려고 늘 놀란 눈으로 서 있지만
약육강식을 인정하고 먹혀준다
사람은 다르다
남의 밥이 되긴 싫은 게 사람이다
남에게 먹힐까봐 죽기 살기로 뛰어다닌다
차려놓으니 모든 것이 참 좋았다* 말씀대로
지구는 거대한 밥상 같을 거다
그 밥상 위에서 사람도 먹히는 날이 온다
오늘도 파리 밥이 되는 사람이 있다
흙밥이 되어 떠나는 사람이 있다

 

  *창세기.





새의 죽음



꽃밭에서 꿀이나 딸 시간에
닫힌 아파트 복도에 왜 숨어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나가라고 창문을 열었으나
그 뜻을 모르는 새는
유리와 허공조차 구분 못하고 머리를 창에 들이받았다
부리를 달싹이더니
파르르 알지 못할 유언을 남겼다
움켜쥐려 애쓰던 빈 발 보란 듯이 위를 향해 뻗고
눈 몇 번 떴다 감더니 숨을 거두었다
길을 잘못 든 건 새였지만 내
잘못인 것 같아 가슴이 떨렸다
삶과 죽음은 늘 이웃하고 살지만 찰나에 선을 긋는다
경계를 넘는 삶은 위험하다
잠긴 문을 열고 나간 동네 치매노인이 그랬다
길 잃고 헤매다가 마주 오던 차에 부딪쳤다
노인은 유언도 남기지 못했다
새야 미안하다, 회녹색 부드러운 등을 쓰다듬어 주고
동백나무 뿌리 곁에 묻어주었다
 
병들지 않고 죽어 다행이다
동박새여!





*김효숙 2014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나무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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