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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6.26 10:35

71호/신작시/조미희/철심의 유효기간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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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조미희/철심의 유효기간 외1편


철심의 유효기간 외1편


조미희



가장 약했던 부분이 부러지고
일 년 자리 철심이 들어갔다


다리에 박힌 철심은 든든하다
일 년 동안 불구를 받들고 조바심을 시간 맞춰 챙겨 먹고
철심 때문에 일을 못 한다는
핑계가 아물어 가는 동안
불안도 함께 아물어 간다


일 년 후의 희망으로 굳어가는 사이
모처럼 핑계 속에다 늦잠을 드려놓고
가장 게으른 공원으로 지냈다


모든 핑계는 절룩거리고
철심이 있는 기간은 행복하다
오래 되면 뼈와 함께 굳어 뽑아내기 힘들다지만
철심 하나의 전지전능함도 온전한 내 뼈보다
못한 삐걱거림을 느낄 때
멀쩡한 뼈 하나 갖는 일이 딱딱하게 굳는다


뼈가 든튼한 사람이 견뎌야 할
출근과 승진과 밥을 입에 넣는 일의 한 통속들
사람이 흔들리는 것보다
집안이 흔들릴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
철심이란 건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절뚝거리는 것


닥쳐올 일은 크고
지나간 일들은 모두 사소하다





물고기 등엔 가시가 있다



아무도 안을 수 없는 날
태양의 혓바닥이 미끄럼틀처럼 기울어진다
불손한 씨앗들이 와르르 쏟아진다
끝없이 목구멍으로
굴절된 발음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물고기의 가시 돋친 등 쪽으로
내 가슴을 비빈다
마음에도 가난이 있어
가시 돋친 너의 등이라도 필요한 오후
어디 나사 하나 툭 빠지고
꽃 한두 송이 떨어지고
너무 개미처럼 살았어
우리는 자주 센 척하고 졸렬하고 연약했다


어제 나는 앙 다문 입으로
최소 다섯 가지 죄를 지은 것 같아
눈 꼬리에 힘을 주고 너를 미워하기로 했다
시간은 하루하루를 잡다한 일들로 무용하고
구름덩어리가 흩어지듯 미움도 오해도 결국 한 올씩 풀어진다
갑자기 나는 순한 병아리가 되고 싶다


유치한 멜랑꼴리
한 낮의 홀로 먹는 점심, 창문에서 식탁으로 떨어지는
햇볕 한 장
심장에서 소나기를 꺼낸다
가슴께에선 수시로 파도와 순풍과 천둥이 몰려온다
인간은 느끼는 감정들로 네가 아닌,
나하고 내가 싸우는 일
등에서 자라는 가시들로 무리 짓는 우리는
누구를 안을 수 있나





*조미희 2015년 《시인수첩》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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