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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6.26 10:45

71호/신작시/박재숙/괴물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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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박재숙/괴물 외1편


괴물 외1편


박재숙



내 안에 고독이라는 괴물이 산다
독주를 마실 때마다
발치에 웅크리고 있던 공명을 찢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허락되지 않은 자리에 끈질기게 움을 틔우는 불편한 꿈틀거림
초대받지 못한 낡은 감정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자웅동체를 꿈꾼다


악의 꽃*을 펼친다
낯선 감정 틈새에 낯익은 문장들이 스민다
괴물이 다시 도진다
때론 달콤한 상태로 도취가 다가왔다가
창백한 모습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집요하게 찾아오는 공백은 우울을 앓으며
또 다른 우울에 갇힌다


수시로 변하는 집요함에 대해
안부에 대해
불안한 태도에 대해
침착을 가장한 유쾌함에 대해
나는 얼마큼 거리를 두고 또 다른 검은 꽃을 피워내고 있었던가


봉인된 아픔이 일정한 간격으로 열꽃을 피워 올릴 때
사흘 밤낮으로 뒤척이던 비천한 환영을 또 다시 불러오곤 한다


꽃은 꼭 암울 속에 피었다가 암울 속에서 진다
지속적인 깊은 뿌리를 남긴 채

   

*보들레르.





외外



중앙선에 멈춰 버렸다
건너가려는 것인가 건너오려는 것인가
기로에 섰을 맨발 하나
이쪽도 저쪽도 아닌 길 아닌 길을 더듬고 있다


죽음을 목전에 둔 것들은 언제나 앞쪽만 본다
긴 터널을 빠져나와
환각처럼 눈이 멀어 그대로 직진만 했을 거다
그러니 절벽에겐 잘못이 없다
직전을 끝까지 버리지 않은 게 문제다
앞쪽이 공포를 불러왔을 때
뒤쪽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걸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실종된 발목, 느린 맥박을 더듬는다
당신은 온데 간 데 없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는 풍경들만 지척인다
혼연일체로 살 부비지 않았다면 재회는 생각하지 말아야 할까
와락, 와락, 와락
마지막을 상상하다 그만 아찔해지고 만다


추락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얼굴을 불쑥 내민다


불온한 직립이 되어 너머를 오랫동안 응시했을 때
수평도 갈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했다


그래도 왜라는 말을 끝내 지울 수 없다
의문들이 자꾸 직진의 흔적을 지우며 침몰한다





*박재숙 2018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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