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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6.26 09:44

71호/신작시/박종국/겨울 강은,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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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박종국/겨울 강은, 외1편


겨울 강은, 외1편


박종국



오래된 침묵 같은 겨울 강은
제 몸을 조이느라 쩌렁쩌렁 울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것들을 에워싸고 물결치는
물결까지 얼어 붙이고 있다


그 숨결
서늘한 빈말, 웅얼거림이
또 다른 물결로 물결칠 때마다
살갗을 에는 듯 차가운 것들이 목덜미에 와 닿는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전신을 싸고도는 것들이
가고 오는 것들이
얼어붙은 강바닥에 튀기는 햇살들이
밤하늘 별 같이 반짝거린다


이곳을 이어가는 반짝임 같이
나를 단련시키는 서늘함 같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또다른 여기를 반짝이며 울고 있다


홀딱 벗고
너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저녁노을,



말없이 멀어져 간
뒷모습 대신 뒷모습이 있던 자리
그곳을 물들이는 것이 노을 아닐까
가지 마 가지 마 제발 가지 마
말이 아닌 마음으로 외치는
강물 가득히 그리고 하늘과 구름에
쉴새없이 흔들리는 나뭇잎과 풀잎 사이에
뒷모습이 있던 자리라면
어디든지 물들여 놓고는
잠시 밀어놓았던 것들을
무엇인가 견딜 수 없는 것들을
되돌려 놓고는 붉게 태우는 것은 아닐까
쭈빗쭈빗 한 논둑의 마른 풀이
논물에 그림자를 내리고 있는
논에서는 개구리가 울고
나무 밑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는
꼬리질을 하며 엉덩이에 붙은 파리를 쫓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있던 자리에
저녁노을이 물들고 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색깔 속에
더 이상 물들일 수 없을 때까지
더 이상 서로가
서로를 느낄 수 없을 때까지





*박종국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 『새하얀 거짓말』, 『누가 흔들고 있을까』. 조지훈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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