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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6.26 09:49

71호/신작시/강순/달팽이가 간다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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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강순/달팽이가 간다 외1편


달팽이가 간다 외1편


강순



오늘밤은 잠이 안 와서 사과 만큼의 거리를 갔습니다


나의 걸음에 대한
당신들의 소문은
이제 폐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사과 만큼의 거리란
사과 백 개 천 개를 늘어놓은
아주 숭고한 목표일지 모릅니다


나무들도 제 자리에서 걷는다지요
새들도 자면서 어둠을 건넌다지요


내가 있던 자리에
풀이 자라납니다
나는 밤잠을 잊었으니까요


나의 이동은
남몰래 연습하는 침잠입니다


삼백 오십 번째 사과가
단맛을 풍기기 시작합니다
내 몸 밖으로 진물이 흐릅니다





사라지고 싶은 것들



피아노가 있던 자리에
햇빛이 이사 왔다
햇빛은 꿈속에 사는 소문인데
어느 구멍으로 흐른 것일까


의자가 있던 자리에
그림자가 남았다
그림자는 기억 속에 사는 유령인데
어느 벽을 허문 것일까


피아노가 있던 자리에
소문이 무성하다
피아노가 중고로 팔렸다고 하고
애인이 떠나자 주인이 버렸다고 하고


피아노와 의자가 사라진 건
애인의 실종과 관련 깊어서
모두 주인의 애인되기를 갈망한다고 하니
우리는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것이다


서랍장이 햇빛을 몰아내고 (그래서 소문이 사라졌다)
탁자가 그림자를 몰아내고 (그래서 유령이 사라졌다)
새로운 구석과 중심이 되어간다


사라지고 싶은 것들은
낯선 8요일에 한 쪽 발을 담그고
미련과 슬픔을 두고 가지 않는
예의의 절차를 모색하고 있다





*강순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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