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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이덕규/말 못하는 짐승은 때리는 게 아니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외1편


말 못하는 짐승은 때리는 게 아니라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외1편


이덕규



  사람의 새끼가 한두 번도 아니고 그만큼 말을 했으면 알아들어야할 것 아니냐고
  오래 전, 나는 아버지에게
  말귀 못 알아듣는 짐승만도 못한 놈이라고 얻어맞았다

 

  나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소를 때리고 개를 때렸다 맞으면서
  도망가는 짐승들이 무서워하는 건
  매질보다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의 말이었다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서 사람과 함께 사는 짐승들은 눈치껏 알아듣는 척했다
  말의 냄새를 골똘히 살피고
  주인 목소리의 진동과 파장을 예민하게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돌아섰다

 

  그러니까, 사람 말만 빼고 다 알아듣는 집짐승들은
  사람 말의 난해하고 변화무쌍한 온갖 표정 속으로 일단 꼬리를 흔들며
  파고들어가 다정하게 안긴다 사람인척,
 
  무표정하게 뉴스를 듣고 밥 때를 맞춰 연신 시계를 올려다보며
  학교 간 아이는 왜 안 올까, 현관문을 흘끔거리면서
  최대한 사람 말에 가깝게 엄마 아빠를 다정하게 부르다가 가끔은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사투리처럼 으르렁, 개의 공화국 언어로 사람에게 말대꾸도 하면서





오디가 익어가는 계절



이맘때면
누에밥집 곁다리
말갛게 배곯은 허공에
암중모색을 먹이는 검은
유두乳頭가 돋는다


신경세포들이
워낙 깜깜해서 수컷의
단단한 젖꼭지에서도
오직 달고

검은 원액이 나오는데
 
참새나 까치 똥도 까맣다





*이덕규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놈이었습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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