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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권(69호-72호)
2019.06.26 10:15

71호/신작시/강현주/1991년 4월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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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강현주/1991년 4월 외1편


1991년 4월 외1편


강현주



가끔 악몽을 꾸곤 하는데
목포 역전에 데모하던 청년들이 있고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떠도는 얼굴들을 만나지
이한열, 박종철, 강경대, 박승희……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싸우자던 뜨거운 맹세
스러져 가는 리듬을 타고 갑자기 반사경에 비치듯
어지럽게 몸이 붕 뜨다가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면
팔을 휘저으며 결의를 다지는 소녀가 보이지
친구의 한을 갚는다고 쏘다니던 목포역에서 제일극장
뒷개에서 다시 2호 광장, 3호 광장에서 목포 터미널까지
홍어처럼 삭은 발로 걷고 또 걷는 길
최루탄을 쏘면 우우우 도망가다가 넘어지고
작은 몸을 들어서 골목길에 넣어주던
누군가의 손길을 기억하지
매워서 울고 있는 눈꺼풀을 들어서 후후 불어주던
라일락 담배연기가 쌉싸름하지
꿈속의 꿈에선 어두운 밤, 양쪽의 계곡에 앉은
열사들의 노래가 검푸르게 흐르고
저 멀리서 이제 괜찮다고 기도는 그만하라는
승희의 목소리가 들려와
모두 죽은 이들이란 생각에 소스라쳐 깨면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도 떨어진 동백꽃처럼 푸른 상처들
『1987』 영화로 가슴이 찡하다는 신세대들과
민주화 운동가의 생계비 보조가 지급된다는 플래카드 아래
1991년 4월이 포물선처럼 회색 풍경을 그리고
소녀는 풍경 속에서 멀어지고
또 이명처럼 노래가 들려와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싸우니 산자여 따르라





절망, 혹은 절규



층층이 주황, 노랑, 파랑으로 물결친
핏빛 하늘을 보고 아이는
고흐의 절망 같다고 한다


절망이라는 말
해가 넘어가면서 가쁘고 뜨거운 숨결
다쳤지만 아직 꿈틀거리고 있는 고양이
슬프지만 힘이 있고 부끄럽지만
철없이 이렇게 물어보는 것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내일 해가 뜰까?


해가 져야 노을이 진다니
해가 져야 노을이 진다니
뭉크의 사람처럼 나도
양 볼에 손을 얹고 비명을 지른다.





*강현주 2011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시집 『달팽이의 별』, 『붉은 아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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