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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호/신작시/도복희/나와 상관없이 바람이 불었다 외1편


나와 상관없이 바람이 불었다 외1편


도복희



흰 장미 만발한 그날로 정해요


남겨두고 간 목소리와 눈빛을 들이키죠


침착하게 보이려고 한 권의 책과 수면제를 집어들어요*


페이지마다 구겨 넣은 사막의 밤들
여긴 바람도, 햇빛도, 글자들 사이로 숨어버리죠
막힌 기류가 맥박수를 높여요
충혈 된 눈은 울음마저 메말라서
모래바람은 자고 나면 넓어져요


혹등은 높아만 가나요


편자를 박지 않은 맨발로 당신을 걸어가요


영구차에 탄 얼굴을 기억해요
 
높아가는 벽을 오르다 깨어난 아침,
내민 손이 녹아버려요


나와 상관없는 바람이 스물네 시간 몸속을 기어 다녀요


*위니콧(붕괴의 공포), 《신정신분석학지》,11호





빌린 얼굴
-26년, 푸아티에에 감금되었던  여인이 그녀의 지하감옥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처럼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고 싶다*  



얼굴을 빌려와 그림을 그려요
동공이 깊은 우물 같다고 생각했죠
달을 담은 우물물을 길어내 발을 씻어 주었던가요
기억을 파먹느라 터치가 빗나가고 있어요


처음의 표정이
캔버스 안에 갇혀 있길 원해요


눈썹을 자세하게 그려서 완성은 미뤄져요
십 년이 지나가고 십일 년 째


시간도 부패할까요


그림 속의 당신은 처음의 당신인가요


닮지 않은 눈빛들이 바깥을 원해요


훔쳐온 영혼과 캔버스를 오고가며
끝나지 않을 채색에 들어갈게요


바탕색은 바다빛으로 할까요


미간은 여전히 강렬한 매혹이어서
바라본 순간 눈멀게 되겠지만
두 눈을  파내고도
여전히 내가 그린  입술만 탐하길 바래요


    *롤랑바르트 < 사랑의 단상> 중에서





*도복희 201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전국계간지 작품상 수상. 시집 『그녀의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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