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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의 권리
엄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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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매저키스트의 치욕과 환상―최승자론'으로 등단한 평론가 엄경희. 현대시와 시조의 흐름과 양상에 대한 내재적 통찰과 전망을 함께 제시한 평론가 엄경희의 다섯 번째 평론집이다.
모두 3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정진규, 문정희, 신현정 등 문단의 원로는 물론 박찬일, 장석남, 장정일, 박라연, 우대식 등 중견 시인과 신인들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미적인 성과 여부를 내재적 측면에서 정치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3부에서는 현대시조의 독자층 확대를 위한 제언과 함께 이우걸, 이종문 등의 시조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우리 시조의 흐름과 양상에 대한 조망과 이해를 돕고 있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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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저자 서문 - 해석, 낯선 존재와의 친화
1부
우주의 가락을 관하는 초끈 상상력 - 정진규의 '율려'
호젓함을 모시다 - 장석남 시에 내포된 서정의 실체
무엇이 문제적인가? - 송진권과 조인호의 경우
다산하는 처녀의 영혼 - 문정희의 시세계
책임의 무거움과 치유의 따듯함 - 현대시에 등장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사디즘의 세계에서 펼쳐진 게릴라전 - 장정일의 현실인식
설산 정거장에 서 있는 낙타 한 마리 - 우대식의 시세계
아무 것도 아닌, '나'를 위한 비가 - 황희순의 시세계
2부
외로운 호모 루덴스 - 시현정의 시집 『화장한 날』
나는 나다 ! - 박남철의 시집『제1분』
검은 안식일 - 박찬일의 시집 『하느님과 함께 고릴라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와 함께 나타샤와 함께』
생의 북쪽에서 듣는 궤나 소리 - 김왕노 시집『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한낮의 우울 - 정병근의 시집『태양의 족보』
천 개의 검은 귀 - 이대흠의 시집 『귀가 서럽다』
아름답고 참혹한 엘랑 비탈 - 이윤훈의 시집 『나를 사랑한다, 하지 마라』
천상의 양식을 갈구하는 영혼의 숟가락 - 박라연의 시집『빛의 사서함』
비루한 바닥의 궁륭 - 박후기의 시집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너무나 익숙한, 익숙해지지 않는 슬픔 - 백인덕의 시집『단단함에 대하여』
통속적 연애시의 재생산 - 류근의 시집『상처적 체질』
3부
현대시조의 독자층 확대를 위한 몇 가지 제언
이우걸 시조에 내포된 모더니티의 일면
웃음의 생태학 - 이종문의 시조세계
우리 시 전통의 견인차
쓸쓸하고 정갈한 존재의 시간 - 이우걸의 시조집『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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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엄경희    
1963년 서울 출생. 1985년에 숭실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화여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매저키스트의 치욕과 환상 -- 최승자론」으로 등단했으며, 2013년 현재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빙벽의 언어』, 『未堂과 木月의 시적 상상력』, 『질주와 산책』, 『현대시의 발견과 성찰』, 『저녁과 아침 사이 詩가 있었다』, 『숨은 꿈』, 『시 -- 대학생들이 던진 33가지 질문에 답하기』, 『전통시학의 근대적 변용과 미적 경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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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은 곧 대상을 자기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객관적 해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시와 시조의 흐름과 양상에 대한 내재적 통찰과 전망을 함께 제시한
평론가 엄경희의 다섯 번째 평론집 『해석의 권리』
200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매저키스트의 치욕과 환상―최승자론」으로 등단한 평론가 엄경희의 다섯 번째 평론집 『해석의 권리』가 출간되었다. 『해석의 권리』는 모두 3부로 구성이 되어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정진규, 문정희, 신현정 등 문단의 원로는 물론 박찬일, 장석남, 장정일, 박라연, 우대식 등 중견 시인과 신인들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미적(美的)인 성과 여부를 내재적 측면에서 정치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3부에서는 현대시조의 독자층 확대를 위한 제언과 함께 이우걸, 이종문 등의 시조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우리 시조의 흐름과 양상에 대한 조망과 이해를 돕고 있어 각별하다.
 
객관적 해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최상의 해석은 주관성의 밀도가 최고치로 높아질 때 탄생한다!
이번 평론집의 특징은 ‘해석의 권리’라는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해석’이라는 것을 문학평론의 중요한 토대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행위가 해석의 보편적(일상적) 의미라면, 엄경희 평론가는 해석의 지평을 ‘익숙한 자신을 낯선 것으로 성찰하는 방법’이라는 보다 적극적인 계기로 확장해서 작품 분석의 치밀성을 강화한다. 이는 ‘주례사 비평’ 혹은 ‘인맥 비평’이 알게 모르게 난무(?)하고 있는 평론계의 현실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입장이 반영된 것이며, 평론의 고유성에 대한 저자의 완고한 입장이 표명된 것이다. 그러한 태도는 ‘평론의 객관성’ 혹은 ‘가치중립의 태도’를 취하는 것은 작품의 내재적인 미학을 간과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는 『해석의 권리』 전체를 관통하는 작품 분석의 준거로 작동되고 있다. 그러한 점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해석적 언술에는 해석자의 삶의 태도와 취향과 철학이 이면화된다. 해석은 곧 대상을 자기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객관적 해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객관은 언어화되기 이전의 대상 그 자체로서만 가능하다. 해석의 객관성이란 대상의 객관성이 아니라 해석자의 주관성이 갖는 설득의 힘을 의미한다. 최상의 해석은 주관성의 밀도가 최고치로 높아질 때 탄생한다.― <저자 서문> 중에서
해석자가 자신의 주관성을 근거로 작품의 내재적 의미를 분석하고, 그 작품이 갖는 성과와 한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미묘하다. 특히 해석자가 주례사 비평이나 인맥 비평의 벽을 넘어서려할 때 그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 점에 대해 엄경희는 ‘해석자의 주관성이 갖는 설득의 힘’을 강조한다. 이번 평론집 2부에 실린 ‘통속적 연애시의 재생산-류근의 시집 『상처적 체질』’이라는 글은 그러한 지점에서 저자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유구한 것처럼 우리에게 오로지 사랑과 연애와 추억에 헌신하는 시적 화자의 등장은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라는 보편적 전제 하에 류근의 첫 시집 『상처적 체질』에 실린 사랑시를 분석하면서 그의 시에 등장하는 ‘님’은 사랑의 보편적 울림으로 다가오는 ‘영원불변의 마음’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서정시는 아름다운 고백 장르이지만 그 아름다움이 치장에 가까워질 때 인생의 진실을 가릴 수 있다.”는 전제와 함께 그의 시집에 실린 시에 대해 “노을과 편지와 별빛으로 버무려진 사랑 고백은 너무 상투적이지 않은가?”라고 묻는다. 서정시의 상투성이 통속으로 재생산되는 이유를 저자는 “철저한 정신”의 결여에서 찾는다. 분석의 말미에서 “그가 노을과 우체부와 별빛으로 치장한 권태로운 미의식의 보호로부터 과감하게 벗어나려 할 때 그가 지향하는 낭만성의 깊이가 확보될 수 있을 듯하다.”라고 전한 메시지가 어떻게 ‘설득의 힘’을 가질 것인지는 해석자나 시인의 몫이라기보다는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현대시조에 대한 새로운 지평의 제시
엄경희의 다섯 번째 평론집 『해석의 권리』는 현대시는 물론 현대시조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일반인들에게 시조란 그저 ‘옛날 사람들이 쓴 고루한 내용의 시’라는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 점에 대해 저자는 “시조 독자층은 극단적으로 말해 창작자 자신과 극소수의 일반 독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단언으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지적하면서, 시대적 감수성과 괴리된 시조가 현대인의 감성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모색한다. 핵심적 결론은, 형식의 변화와 함께 현대적 감수성을 작품에 적극 수용하려는 창작자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결론에 근거해 전통 시조의 형식미를 자연스럽게 변형하면서 근대 이후 생활세계로부터 파생된 다양하고도 구체적인 문제들을 작품에 접목시킨 이우걸 시조시인과 이완의 철학을 바탕으로 호모 루덴스적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실용적 가치를 가로질러 쾌락의 원칙에 충실한 희극적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이종문 시조시인의 작품을 분석한다. 분명한 것은, 저자가 분석한 시조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조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이 『해석의 권리』가 갖고 있는 문학사적인 의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훼손과 생성의 사유
해석 또는 평론의 주요한 역할은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감상의 통로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해석은 대상에게 가해진 폭력일 수도 있다. 대상은 훼손되고 이질적인 언어 조직 속으로 용해됨으로써 이전과는 다른 의미체로 생성되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발언은 독자들에게 평론에의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가치중립적인 애매한 태도에서 벗어나 해석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그것이 대상에 가해진 폭력일 수도 있지만―텍스트의 의미를 새롭게 생성해가는 자세는 독자들에게 평론이 갖고 있는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주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한 계기가 바로 『해석의 권리』가 독자와 소통하는 지점이며, 이번 평론집에 실린 모든 글들의 철학적 바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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