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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6 10:37

[re] 신뢰에 대하여

조회 수 4160 추천 수 2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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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몰고 있는 승용차는 크레도스입니다.
벌써 4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그런데 이 차가 살 때부터 말썽이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동을 켠 상태에서 다시 시동을 걸었던지
그 무슨 톱니가 대여섯 개나 무너져버려서
시동을 걸 때마다 서너 번에 한번씩은 귀 따가운 찌직 소리를 냅니다.
서비스를 받으러 갔더니 운전자의 실수라 그냥은 수리가 되지 않는답니다.
그래 오기가 생겨서 그냥 와 버렸지요. 그대로 몰고 다닙니다.
큰 문제는 아니니까요. 이미 3년 전의 일입니다.
그랬는데 얼나 가지 않아 앞 유리창의 와이퍼가 고장이 났습니다.
와이퍼가 고장이 나면 차를 몰 수가 없지요.
비라도 날리게 되면 큰일 아닙니까? 주행을 할 수가 없게 되지요.
그런데 묘하게도 2단부터는 작동이 되더라 이겁니다.
이슬비만 와도 2단 작동을 하다보니 껐다가 켰다가를 반복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성질 급한 놈이라 이런 상황을 그냥 두고 볼라니 여간 속이 터지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얼마 전엔 담배불 붙이는 것마저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운전 중에도 담배를 피지 않으면 스트레스 받는 게 납니다.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리고 보니 고장은 다른 곳에도 있군요.
운전석 창문 유리창을 올리고 내리는 자동 모터도 말썽이군요.
뒷쪽 차폭등도 유리가 깨어진지 오래입니다.
오른쪽 브레이크 등이 나가버린지도 한참이나 되었군요.
그건 내일이라도 수리를 해야겠습니다.

내가 참 이상해져 버렸습니다.
마치 결벽증에 걸린 사람처럼, 아니면 완벽주의자처럼,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기지 않던 내가
왜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빠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서일까요?
그렇다면 가슴 아픈 일이겠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내가 이해할만한 것이 하나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 사소한 문제들도 처음에는 신경을 무척 건드리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면 모두 다 한결같이 친숙해져 버린다는 사실입니다.
시동을 걸 때마다 찌직 소리가 나서 주변 사람들이 돌아보아도
이제 수리할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불편하여도
이제는 밥처럼 죽처럼 아무렇게나 사용하고 맙니다.
담배불은 라이타를 사용하면 되는 것이고,
깨어진 차폭등 유리는 투명 테이프로 붙여 빗물이 새어드는 것만 막으면 되는 겁니다.
이제는 완벽한 새차처럼 차를 관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큰 불편만 없다면 그대로 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불편함도 느끼질 못하게 되더군요. 신기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 고물 크레도스는 나의 분신입니다.
나는 이것이 없으면 많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바쁜 시기에 승용차가 없다고 생각하면 아찔하지요.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모릅니다.
나는 모르는 사이 이 크레도스와 한몸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이 크레도스에 대한 신뢰일 것입니다.
몇 가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의 크레도스에 대한 신뢰도는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신뢰'와 '익숙함'만으로도
언제나 서로에게서 환영받는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을까요?
글을 시작할 때의 마음과 마지막의 의미가 하나가 되지 못하여도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알아들어 주시기 바라옵고,
변함없는 우정에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 장종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07-3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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