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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무엇엔가 이끌려 길을 나섰습니다.
운전 중에도 내 시선은 길을 향하지 않고 자꾸만 옆으로
달아나곤 하였는데 내 시선이 가 박히는 곳은 산이었거나 계곡이었거나 그랬습니다.
아, 아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시선이 아니라 코를 흠흠거리게 하는 향기였습니다.
온 천지사방에 미친 듯이 피어있는 아카시아 꽃 향기.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드디어 꿈꾸던 도회지로 학교를 다니게 되었을 적 이야깁니다.
갈래머리 소녀 시절 이야기지요.
매일 아침 등교길에서 만난 어느 남학생이있었습니다.
서로 통학로가 같다보니 시간이 지나가 차츰 말 한마디 없이도 우리는 무언의 대화를 눈과 마음으로 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지요.
어느 날 그 아이가 내게 조그만 선물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고는 저만치 등을 보이고 사라졌습니다.
학교에 가서 조심스럽게 뜯고 있는데 친구들이 모여들어서 야단을 부리는 바람에 그만 그것을 교실바닥에 놓치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이미 친구들의 손에 의해 뚜껑이 열린 채로 말입니다.
그게 무엇인지 채 확인도 하기 전에 나는 그것을 엎지르고 만 것이지요.
알고보니, 그것은 아주 작고 예쁜 병에 담긴 아카시아 향수였습니다.
교실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진동하고 들어오는 선생님마다 코를 흠흠거리며 한 마디씩 물어와 말도 잘 못하는 나는 대답도 못하고 쩔쩔매곤 하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안있어 생긴 일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교실에서는 아카시아 향수냄새가 남아있었고 그 향기 어느덧 사라질 무렵 교정 뒷산에 아카시아 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그 향기는 한 두어 달 연속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해마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마다 누군가 자꾸 내 손을 잡고 나를 산으로 이끌곤 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때 그 시절 칼라가 하얀 교복 가지런히 입은 갈래머리 소녀적 시절 등교길에서 내 손 안에 건네주고 도망간 그 남학생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그 아이.
이 봄에도 어김없이 내게 아카시아향기로 찾아온 아이.
어쩌면 평생 내 안에 아카시아향기로 남아있을 아이.

어제 내가 만난 아카시아 향기에는 잊고 있었던 그남학생의 향기가 물씬거렸습니다.
참 소중한 선물이지요.
    
장형!
리토피아 여름호는 잘 되어가고 있습니까?
지난 번 창간호의 미흡했던 부분들이 모두 보완된 좋은 책이 되리라 기대가 큽니다.
책 잘 만드시는 것도 좋지만 온 산에 미친듯 야단인 아카시아 향기 밥대신 술대신 좀 드시면서 쉬어가는 것 어떻습니까?
     수원에서 김인자.  


* 장종권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2-07-3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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