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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꿈꾸는 숭어, 주병율 시인

 

숭어

 

 

지난겨울에도 나는 바다의 숭어를 사랑하고

눈이 멀었네

어두워지는 포구의 뱃전에 앉거나 기대어서 귀기울여 보지만

삼남 천지에 네가 왔다간 소리는 듣지 못했네

먼 바다를 건너와 하루 종일 내리던 눈보라 속

아직도 젖은 하늘에 길이 있다면

지워버리고 지워버리고 싶은 은종이 같은 비늘 하나

이제 어디로 가랴고 내게 다그쳐 부는 바람만 곁에 있어서

지난겨울에도 여전히 나는 바다의 숭어를 사랑하고

눈이 멀었네 

-리토피아 48호에서

 

 

주병율

1960년 경주 출생. 199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빙어.

 

 

사람은 어머니의 자궁에 있을 때가 가장 편안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와 버린 이후로는 어디도 어머니의 자궁처럼은 편안하지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혼자라는 절대적 상황에 놓이게 될 때 이 떠나고 싶은 생각은 더 강도가 세어진다. 어차피 인간은 혼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모르는 척하고 살 뿐이다. 그러니 가슴속에는 늘 강으로 산으로 바다로 낙원으로 떠나고 싶은 간절한 꿈들이 어찌 꿈틀대지 않으랴.

 

자신이 존재감이 없는 나그네임을 느낄 때 그 비애감은 한결 더 커질 것이다. 바다를 꿈꾸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 사람들을 어디로 몰아가던지, 그래도 시인은 작년에도 올해에도 잊지 않고 바다를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 온 바다를 펄떡이며 유영하는 숭어를 꿈꿀 수 있어 행복하다. 주병율 시인은 현실적으로는 어떤 것에도 과욕을 부리지 않는 소박한 시인이다. 주거지가 부천임에도 인천을 본거지로 오랫동안 시작활동을 해온 시인으로, 그를 만나는 사람은 그의 시를 읽지 않아도 그의 시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인천시단은 지금 잠자는 중이라는 것. 상당히 오랜 잠에서 아직도 깨어나질 않고 있다는 것. 인천시단에 훌륭한 시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한국시단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시인들이 한둘이 아니다.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천시단이 아직도 잠자는 중이라고 믿는다. 어떤 색깔이든 향토적 정신으로 독자들이나 지역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 혹은 시인들이 존재해주어야 인천의 열린 문화가 살고 인천의 거대한 국제적 미래도 열리지 않겠는가. 누가 인천시단의 아침을 열 것인가. 어떤 존재가 인천시단의 아침을 열도록 도와줄 것인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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