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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권(65호-68호)
2019.02.18 11:41

68호/신작시/주선미/갯고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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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호/신작시/주선미/갯고둥 외 1편



황해 바람 몰아치는
안면도의 가을을 견디는 건 
거친 파도에 점령당하는 개펄뿐이다 
가을 안면도에서는 바다가 바닥까지 내려간다
그 바닥에서 아낙은 눈이 맑은 갯고둥을 줍는다 
갯고둥은 거친 파도에 제 몸을 다 내주고 
맑은 눈만을 건진다 
흑백 판화 속 풍경을 이룬 여자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를 차지한 채
죽음보다 깊고 차가운 수렁에
온몸을 던져 갯고둥을 딴다
신기하게도 세상의 빛을 본 갯고둥
먹탄빛 몸을 닦을수록
티 없이 맑은 눈 빛난다
생의 빛나는 시간들 검은 개펄에 던져
온몸에 목탄을 바른 그 여자
함지박 가득 초롱초롱 담긴
갯고둥의 맑은 눈에
대처로 나가 개켜 둔 꿈을 펼치는
아이들 맑은 눈 읽으며
에둘러 개펄을 점령해가는 밀물과
땅거미를 몇 발짝 더 멀리 밀어낸다
더 낮은 데로 저를 던진다





처음처럼



신용복 선생이 붓을 댔다는
소주 처음처럼을 마신다
그가 감옥에서 보낸 만큼 독한 술기운이
가슴을 따스하게 흔든다
 
어두운 노량진에서 지내며
간신히 시험에 붙어 면 사무소에 다니는
아들녀석과 붉은 노을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노량진에 다녀왔다는 아이는
여전히 우울하고
어깨에 걸린 가방이
저녁 해 그림자만큼이나 늘어져 있다
 
시험만 합격하면 뭐든지 다 할 것 같았는데
여전히 첩첩한 산이 가로막고 있다며
투명한 잔에 참았던 말들을 쏟아낸다

쥐꼬리만 한 월급에
방향을 가늠할 수 없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소리들
자신의 귓바퀴로는 다 담을 수 없다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두루마리에 말려 미래는 보이지 않는데
노을 속으로 땅거미는 스물스물 밀려들고
 
아들녀석의 어깨를 짓누른 짐을
덜어줄 수 없는 나는
처음 쓴 잔을 들 때처럼
씁쓸한 말 들이 입안에서 서걱거리다가
보이지 않는 남은 길
미리 펼치지 않아도 된다고
투명한 잔을 함께 비운다
 
까맣게 길을 지우는 땅거미에 등을 기댄다



주선미 2017년 《시와문화》로 등단. 물앙금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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