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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신인상/우중화/연애를 모르시네요, 벌님 외 4편


연애를 모르시네요, 벌님 외 4편


우중화



딱 그만큼이야 네 사랑은 밋밋한 향기에도 들이대며 쏘아대는, 아무데나 엎어져 집적거리고 벌려진 치맛자락 익숙하게 놀아나는,

유치해 거기까지만


허기진 거짓된 욕망은 버려 버려
이성의 허리띠로 잘록하게 묶고
관습과 규제라는 딱딱함에 촉수가 꺾인
넥타이 끝 줄줄이 매달린 노을빛 꿀물만 뚝뚝,


벗겨버리고 싶겠지 넥타이부터 바지지퍼까지 끈적거리는 매듭 대지 위를 달리는 사자를 보았니 푸른 갈기 날리며 벌떡거리는 포효 죽음까지도 불사한 한낮의 성애를 그 수컷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동굴 밖 지키며 보호했던 누군가의 생존

다 흔들린다고 그렇게 흔들리는 건
온통 지식만으로 중무장한 머릿속
그저 할딱거리는 숨 떨어진 낭만


마음의 무게가 차야 한다. 사랑은 위풍당당하게 암놈을 지키는 풍채 의미 없는 단순한 도시 체위 계산된 카타르시스 행위가 너무 얄팍해 도시의 반짝임 따라 쓸데없이 어슬렁거리는





고래를 잡는 남자



밤새도록 술을 마신 남자가 새벽바다에서 고래고래 고래를 잡는다.
혀 짧은 노랫말이 시소를 타다가 끝내 고래가 되지 못하고 술고래로 남는다.
사랑과는 거리가 먼 노래를 듣던 개가 담장 너머에서 웬 소리냐고 짖는다.
꾸역꾸역 토악질하는 담벼락 밑에서 막 피던 개나리꽃이 고개를 돌린다.
골목을 벗어나는 남자의 지느러미가 새벽 달빛에 꼬리를 기일게 늘인다.
미처 따라가지 못한 노랫말이 담벼락 틈새마다 틀어박혀 아직도 고래다.





주문을 푸는 그,



바싹 말라 화석이 된 멸치가 생생한 육수를 뿜어낸다.
건조한 아침 달래며 탱글탱글 살 오르고 비늘도 번뜩인다. 
뜨거운 뚝배기가 그렇게 살지 못한 멸치를 끌어안는다.


밤새 말랑해진 말들이 풍덩풍덩 뛰어들며 뜨거워진다.
고등어 한 마리가 품어 온 바다가 온통 넘실거리며 웃는다.
화분 속 마른 꽃이 숭숭 썰어지다가 귀한 잎을 피워낸다.
 
짓이기던 말들이 밥이 끓듯 넘치며 잠든 풍경을 깨운다.
지난 밤 옹이를 박던 뜨거운 남자는 다시 탱글탱글하다.
그는 밤의 주문을 풀고 박제가 된 나비를 뜯어 날린다.





아는 사람이었다



지독히도 길치인 바람에 틈틈이 길을 잃고 헤맨다.
잃은 길 다시 찾지 못하고 묘하게 방향감각이 무너진다.
낯선 도시 한가운데 놓으면 어쩌면 미아가 될 것이다.
택시도 타기 싫어 버스노선을 찾다가 다시 아득해진다.
반대편으로 가야 하느냐 계단을 다시 내려가야 하느냐.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는 길이 이리도 막막하다.
거대한 비밀이 지퍼를 활짝 연다.
티비에 버젓이 얼굴 내밀고 사랑을 벌컥벌컥 마신 남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현실이라 했다.
무단 침입자가 나가는 문을 잃어버렸다.
가벼운 쪽지들이 투명한 날개를 달고 획획 날아다닌다.
톡톡톡, 톡들이 알고도 모른다는 듯 무심하게 일어선다.
표정을 습관처럼 거둬가는 알았던 사람이다.
껌도 씹으며 껄렁한 말도 던진다.
허구헌날 길 잃고 허공에 날리는 검정 봉다리다.





이후로 오래,



창을 두드리는 나무의 잎들을 뜯어낸다.
붉은 피가 고이고 밤새 신열은 끓어오른다.


갈잎 부딪쳐 마른 신음 들리는 밤은
살갗에 당신의 피부를 이식한다

심장 속 덕지덕지 들러붙은 이름들을 벗긴다
밤새 호송하는 시월의 밤이다


혀끝으로 핥든 말 같지 않은 말들은 가슴속에서 꺼낸다
심장에 박힌 모래알들은 오랜 시간 생채기를 만들어낸다


굳은살 박는 한겨울 바람이 일고
낯설어지지 않는 이름
어설프게 끌어안는다.





<심사평>


  우중화의 「연애를 모르시네요, 벌님」 외 4편을 선 보인다. 요즈음 젊은시인들의 시편에서 자주 보이는 수많은 정보와 그것들이 혼합하여 만들어내는 읽기 힘든 시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젊은시인들의 시를 읽을 때마다 최소한 그들이 시에 대한 상식적인 공부를 하였는지 솔직히 의심스러워하는 사람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끔 의심스러워 왜 이렇게 시를 쓰느냐고 물으면 쉬운 시는 싱겁고 재미없어서, 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시에 무순기본을 찾거나 상식을 찾는 것 자체가 낡은 고집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나는 시에서 서정을 찾고 낭만을 따진다. 왜냐하면 시는 이제까지 주술이나 서정을 떠나가 본 적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중화의 시를 읽으면 쉽다. 그리고 재미있다. 오늘날 발표하는 시들이 많이는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일상들로 채워져 있는데 비해 재미있다. 가령 「연애를 모르시네요, 벌님」에서 벌은 단순히 꿀을 채집하는 일벌로서의 역할이나 형상뿐만 아니라 벌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살아야 하는 샐러리맨에 비유하면서 야성이 사라진 ‘푸른 갈기를 날리며 벌떡거리는 포효 죽음까지도 불사한 한낮의 성애’라는 시적 복선은 많은 공감을 준다.
  또 「고래를 잡는 남자」에서는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술집에서 한잔 걸치고 귀가하는 남자의 모습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술고래가 되어 골목길을 횡행하는 남자의 묘사를 사랑과는 거리가 먼노래를 들은 동네 개도 짖고, 담벼락의 개나리도 고개를 돌리고 그리고골목을 벗어나는 남자의 지느러미가 새벽 달빛에 고개를 길게 늘인다 라는 대목에서는 한가닥 슬픔이 일어난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새벽바다를 나갔다가 죽 늘어진 지느러미로 돌아오는 그 모습은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시가 무슨 새로운 노래거나 가락이 아니라 우리들 삶의 일상에서 건지는 대목들임은 이 시인은 생래적으로 잘 터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읽는 우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시들을 많이 쓰시길 바란다./강우식(글)  장종권




<당선소감>


지난 모든 시간들 속에 계속된 의문부호들은 오로지한 그리움이었습니다. 형체 없이 심장 끝에 매달려 매일 같이 호송되던 날들이었습니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어디서 매듭을 풀어야 하는지, 품었던 그리움이 문득문득 눈물짓게 했던 의미들이었습니다. 그 의미를 못 찾고 반복되던 내가 품은 정서들을 풀어낸 것이 시였습니다. 종이 위에 끊임없이 썼던 내가 만난 사물의 존재들, 사람, 사랑, 책, 자연, 시인, 시들…, 계속해서 풀어내고 해체시키는 단어들과 문장들과의 쓸쓸하면서도 환희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읽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계속해서 시를 쓸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어준 준 가족과 동인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다시 날개를 펴고 날겠습니다. 화창한 봄날 나비의 살랑거림을 꿈꿉니다./우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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