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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호/권두칼럼/장종권/바이러스에 무너지는 인간의 위의威儀


바이러스에 무너지는 인간의 위의威儀


장종권



우리는 신비스러운 별의 세계를 꿈꾼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무지 어쩔 수 없는 광대한 우주 공간을 꿈꾼다. 어떻게든 기가 막힌 우주선을 만들어 지구 밖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이다. 우리의 꿈은 언제나 머리 위에 있고, 보이지 않는 시각의 저 건너편에 있다. 우리는 거대한 것에 대한 동경심으로 가득하다. 거대한 세계는 마치 신들의 세계처럼 우리를 유혹하고 우리는 그 유혹에 어김없이 빨려들어 간다. 절대로 볼 수 없는 공간을 보려고 애를 쓰면서 어느 정도는 볼 수도 있다고 자신만만이다. 절대로 잡을 수 없는 세계를 잡아보려고 기를 쓰면서 언젠가는 잡을 수도 있지 않느냐 호언장담이다. 가능한 한 거대한 기구를 만들어 가능한 한 멀리 나가보려고 기를 쓰고 있는 중이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끌어들이는 별의 얼굴은 정말 그 별의 얼굴일까. 묻지도 않고 믿는다. 바로 그 별이야. 상상 가능한 우주의 손톱 속 먼지만 한 공간을 겨우 바라보면서도 그것이나마 바라볼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스스로 탄복한다. 언젠가는 더 먼 우주를 볼 수도 있고, 언젠가는 그 우주 속의 어느 별에도 우리가 갈 수도 있지 않느냐 하는 꿈, 속에서 산다.
우리는 이미 다른 별나라의 우주인이 존재한다고 믿는 지경에 와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고 있으니 당연히 우주 어딘가의 별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래서 급기야는 별나라에서 온 우주인을 만나기도 하고 그 우주인과 대화하는 지구인을 상상하기도 한다. 이미 지구 어딘가에는 이 우주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까지도 하고 있다. 또한 그래서 이 별나라의 우주인과 조우했을 경우에 대비하여 대화법을 개발하기도 한다. 그가 적일지 친구일지는 모르지만 적이었다가도 어느 지구인과의 대화를 시작으로 하여 다행스럽게 지구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들이 소설이든 영화든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상상 속의 우주인은 대부분 인간들의 눈에 보이는 정도로 크거나 비슷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신이 인간을 자신의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는 설의 연장으로 파악한다면 인간은 역시 우주인을 인간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 우주인과 대화를 해야만 한다는 필연적인 결론을 내려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그들과 전쟁이라도 벌어지게 된다면 지구인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거의 절대적인 패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대화를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하여 지구인은 우주의 어떤 생명체와도 싸울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사전에 어딘지도 모르는 우주 속으로 계속 쏘아 보내기도 한다.
신출귀몰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세상이 공포에 질려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이 인간에게 치명상을 입히며 그 종족을 퍼지르고 있다. 우리는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대단한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작디작은 바이러스의 정체 하나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앙이다. 어두운 동굴 속에 숨어 사는 박쥐에게서 전파되었다고도 한다. 현대 과학이 그렇다고 하니 믿어줄 수밖에는 없다. 티비 화면 속에 드러낸 바이러스의 얼굴은 마치 아름다운 우주선과 흡사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인간의 눈으로 보지는 않는다. 인간이야 양심도 있고 정의감도 있고 측은지심도 있는 존재이지만, 인간 이외의 것들은 그저 살아남으려 애를 쓰는 생명체로밖에 인식하지 않는다. 인간은 기껏해야 들개를 길들여 애완견으로 쓰는 수준에 아직 머무르고 있다. 고작 먹이를 주어 순화시키는 방법으로 인간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성과도 없어 보인다.
앞으로도 계속하여 출몰하리라는 신종 바이러스와 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들이 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와 이다지도 험하게 구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서로가 공존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거대한 우주로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혹시 조우하게 될 우주인과의 대화법을 연구하는 것처럼, 이 바이러스와도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개척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거대한 우주선에 무너지는 것이야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전능한 우주인과 싸우다 지는 것이야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에게 무참히 무너진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가 어렵다. 인간적 자존심으로는 더욱 견디기 힘들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눈으로 찾아가던 우주 공간의 신비스러운 공간을 우리 내부 몸 안의 보이지 않는 우주 공간으로 느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우주 공간은 처음부터 눈으로 보고 손으로 쥐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한한 공간은 밖으로만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도 무한하게 팽창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책상 앞에 앉아 꿈을 꾸듯 만화 한 페이지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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