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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심은 꽃에 분노하는 남태식 시인

 

숨은 꽃

 

 

어떤 이에게 사랑은

벼랑 끝에 핀 꽃이다.

 

굳이 숨기지 않더라도

숨은 꽃이다.

 

사랑의 절정! 같은 말은 어울리지 않아라.

가슴 깊숙이 감춘 손은 오래 전에 자라기를 멈추었으니.

 

그리하여 어떤 이에게 사랑은

손닿을 수 없는 벼랑 끝의 영원히 손닿지 않는 꽃이다.

-남태식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에서

 

 

남태식 시인은 2003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망상가들의 마을이 있다. 리토피아문학상을 수상했다.

 

 

가슴속에 사랑 하나 감추어 두지 않은 사람은 없다. 어쩌면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것이 생명체의 본능일 것이다. 사랑은 뜨겁고 진실하다. 영원하여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랑이 있어 우리는 산다. 그 사랑은 꿈이기도 하고, 현실이기도 하고, 잡을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거머쥘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나 사랑하는 대상이 없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모배바람만 불어대는 사막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가끔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신기루일 때도 있음을 시인한다. 존재하지 않는 사랑, 존재는 하지만 다가가면 사라져버리는 사랑, 어차피 죽는 날까지 거머쥘 수 없는 사랑도 엄연히 존재할 수 있음을 안다. 그런데, 스스로 그 사랑을 벼랑끝에 세워둔 사람들이 있다고 시인은 믿는다. 굳이 숨기지 않고도 숨은 꽃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스스로 벼랑끝에 세워두어 절대로 꺾을 수 없는 꽃을 꽃이라, 사랑이라, 노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벼랑끝에 결코 꺾을 수 없는 꽃을 세워놓고 벼랑끝으로 벼랑끝으로 달려가자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다고 믿는다.

 

벼랑 끝에 영원히 손닿지 않는 꽃을 숨겨둔 사람들에 대한 절망이다. 사람들을 벼랑끝으로 몰고가는 시대적 현실에 대한 절망이다. 혹시나 이 시대는 절망을 희망이라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그들의 말을 믿고 일시에 벼랑끝으로 몰려가는 일은 생기지 않을까. 시인의 고민이 깊다./장종권(시인, 문화예술소통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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